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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떠나보내고 결별해야 할 것들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와 함께 떠나보내고 다시는 되돌아 오지말기를 바라는 것들이 유난히 많았던 나날들을 떠올리게 된다. 2015년 대한민국은 연초의 소위 청와대 비선논란으로 시작하여 연말의 일본과의 종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행태와 결단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들로 이어진 나날들이었다. 대통령 임기 3년차를 지나면서도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이 아니라 소수 측근들에 의존하며 만기를 친람하는 왕정시대 군주스타일의 통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원내대표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배신의 정치’라 규정하고 끝내 내치는 것도 이런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으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향해 무시로 비난하고 질타하는 것 또한 군주적 행태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향해 야당과 국회를 심판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고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비선 측근들의 국정문란에 대한 여러 정황들이 나왔지만 ‘찌라시’라 일축하고 단 한사람도 처벌받지 않았고, 대통령 측근의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거론되었고 엄청난 불법 정치자금이 건네진 것으로 드러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도 목숨을 던진 성완종 전 사장의 주변인물을 제외하고 아직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쌀값폭락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선 농민이 경찰의 직사 살수로 인해 목숨이 경각에 달렸지만 경찰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위주동자에게는 30여 년 전에 장롱 속으로 보내졌던 ‘소요죄’를 다시 꺼집어내서 적용하기까지 했다.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무리한 행태이다.

오죽하면 대학교수들이 지난해를 보내면서 선정한 사자성어가 혼용무도(昏庸無道)였을까.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큰 깨달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독선과 무능 탓만 하기에는 나라 사정이 너무나 어려워지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이런 분석이 아니더라도 생활 현장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남북관계도 전혀 풀리지 않고 있지만 외교적 무능도 우려할 수준을 넘고 있다. 지난 연말, 일본 아베 정권과 종군 위안부 문제를 단돈 10억엔에 합의한 것을 보면 도대체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인지 회의가 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일체의 소통도 하지 않으면서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 구시대적인 통치행태야말로 묵은해와 함께 반드시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새롭게 맞이해야 할 것들

새해에는 20대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법안 처리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야당을 심판해 달라고 국민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총선은 현 정부의 잘 잘못에 대해 국민이 심판하는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의 대표를 골라 뽑는 총선이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지고 그렇게 선출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타협하고 서로 상생하면서 민생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색깔론 등으로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고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구태와 악습은 유권자들에 의해 반드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선거 때만 국민을 의식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항상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를 외면하면 결국 더 나쁜 정치가 찾아오고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최선을 찾지 못하더라도 차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속에서 희망의 싹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취업난에 시달라고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젊은층이 정치를 외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주장들을 펼치고 정치권을 향해서도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할 것이다.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살피고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올해 총선에서 심판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야당도 지지층에게 실망과 분노를 자초하는 무기력과 무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여 이합집산을 거듭한다면 올해 총선에서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새해에는 여야 정치권이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국민이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유권자의 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더 나은 정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고 경제도 심각한 상황인데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면 희망을 찾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올해 총선을 거치면서 당장 큰 변화를 이룰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진실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에게 진실한 사람들이 국민의 대변자로 선출되어 정치를 바꾸는데 앞장서고 민생을 살리는데 역할하기를 기대하며 새해가 희망찬 한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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