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호남과 서울에서 난다

<사진=연합뉴스></div>
▲ <사진=연합뉴스>

예상했던 것보다 안철수의 생명력이 강하다. 나가면 죽을 줄 알았는데 반대로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 무당파층과 보수층의 지지가 살아있었다. 특히 야당을 지지하고 싶은데 지금의 새정치연합이 마음에 안들었던 층이 많이 반기는 듯하다. 사실 그동안 안철수가 한 것이 뭐있나 싶고, 리더십의 한계도 많이 드러냈는데도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 것을 보니,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기는 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단계에서는 그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한 것이라 본다.

여론조사처럼 덧없는 것도 없기에 하나 하나 민감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18일)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니까 안철수가 대체로 호조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18일 발표된 갤럽조사 포함해서) 문재인을 앞서는 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실 야권 분열되고 나면 지긋지긋해서 정치 쳐다볼 일 없을 것 같았는데, 반대로 눈을 떼기가 어렵게 되는 것 같다.

탈당 사태 이후 며칠 동안을 돌아보니, 이런 추세가 나타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는 새정치연합에 있을 때와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전까지의 모호함과 막연함 대신에 분명한 메시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고강도 비판을 통해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 10대 혁신안을 이유로 박지원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 총선에서 야권 연대 의사를 선제적으로 밝혀 총선 출마자들의 신당 참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려한 것 등 대체로 출발이 괜찮은 모습이다. 여기에 천정배 쪽도 새정치연합 공천탈락자들은 신당에서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삭줍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안철수-천정배가 손잡는 단계로 들어가면 내년 1월께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무난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반면에 새정치연합은 탈당 사태 이후 출발이 좋지 못하다. 비주류가 계속 흔드는 것도 있지만, 문재인 쪽이 스스로 택하는 행보가 그러하다. 오늘 당직인사에 대해 언론들은 ‘문재인 친정체제’ 구축이라고 쓰고 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가야할 때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피해야할 길을 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에게 가장 위험한 길은 ‘문재인 당’으로 낙인찍히는 길인데, 주저하지 않을 태세이다. 실제로 문 대표 주변에는 오늘 기용된 이목희 정책위의장까지 포함해 강경파들이 둘러싸고 있다.

내년 4월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서, 안철수 탈당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전해라~’이다. 온라인 입당 수만명 소식에 당이 온통 축제 분위기인 듯하다. 어차피 자기 편들인데, 10만, 20만 들어온다고 그러고 있을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굳어진 사람의 생각과 발상이 바뀐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아마도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두 세력 간 경쟁의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새정치연합이 훨씬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의석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두 야당 세력 간의 경쟁은 호남과 서울에서 승부가 난다. 수도권 야권연대만 된다면 아마도 호남에서 앞서는 쪽이 서울까지 앞설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 승부는 하루에 끝이 난다. 그날 이기는 쪽이 제1야당 되는거다. 

독자들께 당부드리건데, 자신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글이 쓰여지지 않는다고 그것을 원망하지는 마시라. 나는 그냥 내가 지켜보며 드는 생각을 관전평으로 자유롭게 기록하는 것일 뿐이다. 오른쪽 끝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내가 왼쪽에 있는 것으로 보일테고, 왼쪽 끝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내가 오른 쪽에 있는 것으로 보일텐데.... 나는 지금 누구 편들 생각도 없다. 장차 문재인이 앞서면 앞서는대로, 안철수가 앞서면 또 그것대로 걱정이 많은 사람일 뿐이다.

정치가 생물이라 또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냥 지금 현재의 상황에 대한 생각일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