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우유(원유) 재고가 줄지 않아 ‘속병’을 앓는 유업계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검찰이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과 2위 매일유업 전·현직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동영 전 서울우유 상임이사와 김정석 전 매일유업 부회장을 포함해 검찰이 기소한 13명은 거래하던 협력사에 ‘갑질’ 횡포를 부렸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사고 있다.

이번 사건에 앞서 국내 유업계는 지난 2013년 커다란 풍파를 겪었다. 남양유업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면서, 남양유업을 비롯한 유업계의 갑질과 ‘밀어내기’ 관행이 알려졌다. 남양유업 갑질은 이른바 ‘남양유업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의 최근 국회 통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 사건 이후에도 간간히 유업계에서 갑질 논란이 일었고, 일부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을 물어야 했다. 하지만 국내 1위와 2위 우유업체의 실질적 최고경영자(CEO)와 오너 일가가 직접 갑질 혐의로 기소된 이번 사건은 이례적이다.

검찰이 구속한 이동영 전 서울우유 상임이사는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조합장 대신 경영 전반을 총괄하면서 우유용기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상임이사는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85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불량품이 나와도 눈감아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김정석 전 매일유업 부회장은 매일유업 창업주인 고 김복용 회장의 차남이자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동생이다. 2010년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매일유업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그는 매일유업 협력업체들로부터 사실상 ‘통행세’ 등을 통해 총 48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동영 전 상임이사, 김정석 전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전·현직 임직원들도 협력업체에 갑질 횡포를 부리며 뒷돈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매일유업 측은 회사와 직접 관련 없는 개인 비리일 뿐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우유 측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 8일 “현직 임직원 2명이 검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속된 직원들의 개인적 비리로 보고 있다.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규정 준수(컴플라이언스) 점검과 감사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남양유업 사건 이후에도 유업계의 갑질 횡포가 계속됐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대형 우유업체 임직원들의 갑질이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많은 국민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엄단할 방침”임을 밝혔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된 우유업체 임직원들의 갑질 혐의를 속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현재까지 검찰이 발표한 혐의만으로도 이들의 갑질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협력사는 물론 우유를 마시는 국민까지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남양유업 사건을 계기로 근절된 듯 보였던 유업계의 갑질 횡포가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안타깝다. 이번 사건이 진짜로 유업계의 갑질 횡포가 사라지는 도화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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