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영 산업부장
▲ 전수영 산업부장
연말이 다가오면서 잦은 모임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모임에서 휴대폰이 오래되기는 했지만 근래에 들어 통화 중 상대방의 음성이 끊기거나 인터넷도 제대로 되지 않아 자신의 휴대폰을 탓한 이를 만났다.

전파 음영 지역이거나 통화량이 많은 시간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 통화가 잘 안 되면 짜증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통신업계 관계자에 통화품질 저하에 대해 문의해 보니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SK텔레콤 사용자라면 통화품질 저하를 크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SK텔레콤이 할당받은 3G 주파수 40MHz폭의 절반인 20MHz폭을 LTE 전환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이라 이유에서다.

지난 8월 기준 SK텔레콤의 3G 사용자는 534만589명(MVNO 제외)에 MVNO 사용자 250만여 명을 합치면 8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똑같은 3G 서비스를 하고 있는 KT보다 200만 명가량이 많은 인원이다.

이렇다보니 SK텔레콤의 3G 서비스 품질이 가장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절대적 사업자다.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 50%를 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시장점유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란 전망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3월 장기 미사용 선불폰에 대한 직권해지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잠깐 동안 50%를 밑돌았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강도 높은 마케팅을 펼친 것이 아닌 SK텔레콤 스스로의 결정인 만큼 정부와 약속한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돈 안 되는’ 선불폰 가입자에 대한 직권해지로 시장점유율을 50% 아래로 떨어트린 후 ‘돈 되는’ LTE 가입자를 높이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LTE가 시장 확대 추세인 만큼 3G 고객들을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다. 더욱이 LTE 서비스 가격이 3G보다 비싼 만큼 3G 사용자들이 하루빨리 LTE로 갈아타는 것이 이통3사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용자가 남아 있다면 이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인프라를 늘리지는 못하더라도 기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며, 이는 곧 ‘고객만족’의 기본일 것이다. 더욱이 SK텔레콤 정도의 기업이라면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업계 리딩 컴퍼니로서의 책무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에 대해 통신업계를 비롯한 케이블TV 업계도 향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만약 SK텔레콤의 계획 대로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이동통신, 인터넷TV(IPTV), 케이블TV까지 모두 섭렵하게 될 경우 현재와 같은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품질 저하가 없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자사 이동통신, IPTV 사용자로 끌어 모으기 위해 케이블TV 서비스 품질 개선을 하지 않든가, IPTV 사용자들을 케이블TV와 인터넷 결합상품 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수급하지 않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추측’이 ‘억측’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현재 SK텔레콤이 3G 사용자들에 대한 ‘홀대’는 그저 통신업계 1위의 ‘배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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