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과 그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은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차남인 신동빈 회장과 ‘골육상쟁’을 벌이는 듯 보인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과 그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은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차남인 신동빈 회장과 ‘골육상쟁’을 벌이는 듯 보인다.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국내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에서 볼썽사나운 진흙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아버지와 큰아들이 손잡고 작은아들에게서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 이른바 ‘골육상쟁’이 펼쳐지는 셈이다.

 지난해 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본 롯데 계열사 임원직 해임에서 비롯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롯데 일가를 둘러싼 편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국내 식음료·유통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나이 90을 훌쩍 넘긴 창업주의 황제경영 등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이 아버지이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의 해임을 시도한 ‘쿠데타’ 실패 이후 롯데 사태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쿠데타 직후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동생 신 회장의 갈등을 국내외 언론에 연일 폭로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해임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육성 녹음, 동영상을 차례로 공개했다. 이에 맞서 신 회장 측은 나이가 많아 판단능력이 떨어진 신 총괄회장을 신 전 부회장이 부추겨 벌어진 일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심지어 2일 신 전 부회장은 국내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신격호 총괄회장이 동생을 심하게 질책하고 때렸다. 그 이후로 동생이 신 총괄회장을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90대 재벌 창업주가 60대 재벌총수 아들을 때렸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신 총괄회장은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 신 회장에게는 어떠한 권한이나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둘째 아들과 그의 측근들이 자신을 따돌린다는 생각에 삐친 것처럼 보인다. “70년 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자신을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참모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에서 신 총괄회장의 심기를 엿볼 수 있다.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은 ‘일본기업 아니냐’는 국적 논란, ‘중국 사업 손실’ 규모를 둘러싼 의혹 등 여러 악재에 휩싸였다. 국내에선 롯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연매출 83조, 국내외 종업원 18만 명의 재벌그룹이 순식간에 망가진 모양새다.

앞으로 열리게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격호·동주 측과 신동빈 측 사이에 의결권(지분) 대결이 예상된다. 양측 모두 주총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아직 오리무중으로 보인다. 다만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롯데그룹이 성장하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명한 지배구조와 합리적 경영 시스템을 갖추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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