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무조건 우리가 될 것이다. 탈락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에 뛰어든 유통대기업 관계자가 최근 한 말이다.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쳤던 ‘유통공룡’들의 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마지막까지 더 후한 점수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도전자들은 오늘 사업계획 발표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내일 결과 발표를 기다린다.

관세청은 오늘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신청 중소·중견기업 14곳과 대기업 7곳의 PT에 이어 내일 제주 시내면세점 입찰 신청 중소·중견기업 3곳의 PT를 마치고 심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내일 오후가 되면 서울·제주 지역 시내면세점 특허 4개의 주인이 가려지는 것이다.

시내면세점 특허 4개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온통 유통대기업 몫인 서울 지역 특허 2개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쏠린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공항면세점과 달리 임대료 부담이 적은 덕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유통대기업이 따내면 차세대 먹거리를 얻는 셈이다.

이에 지난달 1일 특허 신청 마감 전까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였던 유통대기업들은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입지와 사업 역량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 최근까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호텔롯데에 이어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 2위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설립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2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이란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날 지방자치단체, 용산전자상가연합회, 코레일 등과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케이-디스커버리(K-Discovery) 협력단’을 발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전라남북도, 강원도, 충청북도 등의 광역지자체 관계자들과 국회의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참석했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며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앞세워 중소기업 및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SK네트웍스는 국내 중소기업, 동대문 지역 상권과 상생에 역점을 두고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접목한 ‘면세점 3.0’ 모델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SK네트웍스는 동대문을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발전시키기 위해 2000~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제주공항에 첫 면세점을 장만한 한화갤러리아도 지난 3일 여의도 KBS별관에서 KBS 사내기업인 KBSAVE(KBS에이브)와 한류 콘텐츠·관광 상품 개발을 위한 협약(MOU)을 하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에 시내면세점을 유치하면 KBS에이브와 함께 한류 콘텐츠, 여의도 지역 관광 상품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우수참여업체들의 제품을 글로벌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국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판로를 넓히면서, 63빌딩 시내면세점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면세사업에 처음 도전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까지 시내면세점 후보지인 무역센터점 인근 관광 인프라 홍보에 힘을 쏟았다. 지난 6일에는 무역센터점에 시내면세점을 유치할 경우 영업이익의 12% 이상을 강남 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 지원에 쓰겠다는 동반성장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매년 면세점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을 내세운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청과 한국은행 앞 분수대와 분수광장 개조를 위한 협약을 했다. 이날 협약에 대해 신세계는 한국은행 앞 분수대를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미국 시카고의 ‘버킹검 분수’, 싱가포르의 ‘부의 분수’ 등과 같은 관광 필수 코스로 가꾸고, 남대문시장 활성화에 이바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대문과 홍대 상권을 각각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낙점한 호텔롯데와 이랜드그룹도 국산 브랜드 육성, 침체된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을 앞세웠다. 호텔롯데는 충북 청주시 라마다플라자호텔 내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원면세점과 함께 롯데피트인 동대문점 11개 층을 복합 면세타운으로 만들어 전체 면적의 약 50%를 국산 브랜드 매장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는 마포구 서교동 서교자이갤러리 부지에 연면적 1만4743㎡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해 2만여 명의 홍대 상권 상인들과 상생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이랜드는 홍대 상권에 면세점을 유치하면 서울 서부상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까지 가능하다고 짚었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유통대기업들은 이처럼 더 후한 점수를 따내기 위해 상생과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특히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낼 경우 지역 상권 활성화와 중소기업 상품 판로 개척에 앞장서겠다고 앞 다퉈 약속했다.

이제 내일이면 승자가 결정된다. 7곳 가운데 2곳은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나머지 5곳은 실망할 것이다. 패자들에게 절망하지 말고 심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승자들에게 박수를 쳐줄 것을 당부한다. 또 그동안 준비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반드시 기회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승자들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역 상권 및 중소기업과 상생에 앞장서면서 동반성장할 수 있는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공약(空約)이 돼서는 안 된다. 15년 만에 서울 시내에 면세점을 낼 수 있도록 허락한 정부도 약속이 지켜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온 국민이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면서 약속을 어기면 질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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