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편집국장 칼럼] ‘성완종 리스트’, 정치판 다시 짜게 만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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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리스트’가 갈수록 폭발력이 세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2013년 재보선 선거 때 이완구 총리에게 3천만원을 주었다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성 전 회장은 사정대상 1호가 이완구 국무총리라고 했다. 이 총리는 돈을 받은 게 밝혀지면 물러나겠다는 말까지 했다. 

    성완종 리스트는 곧 있을 4.29재보선은 물론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선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정치판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깨끗한 정치를 강조해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최측근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있기 때문에 입장이 무척 어려울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허태열 7억원, 홍종문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부산시장 2억원, 김기춘 10만불, 이병기와 이완구의 이름이 올라있는데 당사자들은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돈을 주었다는 성 전 회장이 숨진 터라 증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증명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거론된 8명 모두가 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점이다. 8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엄청난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도덕성이 상처를 받고, 자칫 2012년 대선자금까지 수사가 확대되면 여권은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알다시피 이번 사태는 자원외교 비리에서 출발했다.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고 실제로 친 이계는 반발을 한 게 사실이다. 성 전 회장이 박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되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고, 박 대통령도 “검찰수사에서 비리가 드러나면 측근이든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이는 성완종 리스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성완종 리스트는 이제 정치권의 방향을 가를 ‘핵폭탄’이 되었다. ‘판도라 상자’라는 말도 나오는 데 파문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경향신문이 성 전 회장과 50분간 인터뷰하고 일부만 공개했는데 앞으로 또 어떤 내용이 폭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박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박 대통령이 측근이든, 누구든지 검찰 수사에는 예외가 없고, 그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8명의 당사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조사를 받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과거에도 박 대통령은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서울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나오자 신속하게 검찰에 고발한 일이 있다. 또 2012년 4.11 총선 직전에는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제공’ 폭로 파문이 터지자 검찰수사를 의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의 결과다. 당사자들이야 증거가 제시될 때까지는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버틸게 분명하지만 검찰은 칼을 뽑은 이상 의혹을 해소하고, 뭔가를 찾아내야 한다. 수사 결과 이들이 돈을 받은 일이 없다는 결론이 날 경우 새누리당이나 청와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만에 하나 8명 가운데 1명이라도 돈을 받았다면 새누리당은 뒤집어질 것이다. 한때 차떼기 당이라는 악평도 들었는데 다시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야당의 총공세에 직면하고 국민들의 시선도 따가울 것이다. 선거에서는 표를 잃는다고 봐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권이 왔다 갔다 하는 엄청난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돈을 받았을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선, 부정부패 척결 등 역점사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제기된다. 한마디로 국정 추진동력이 떨어진다는 얘기인데 이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위해서 큰 정치적 상처로 남을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8명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크다. 새누리당의 다른 의원은 물론 야당 의원 가운데도 성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 많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32억원의 행방을 캐다보면 다른 사람이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많은 정치인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완종 리스트는 이제 시작이다. 너무 폭발력을 갖고 있어 앞으로 어떤 일이 터질지 조마조마하다. 검찰은 8명이든 또 다른 사람이든 철저하게 수사해서 이번 기회에 검찰의 위신을 다시 세운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수사 결과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데 부담이 클수록 공정하게, 원칙대로 수사를 하는 게 필요하다.

    김병호 기자 bhkim86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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