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 (사진=주한미국대사관 공식 트위터)
▲ 지난해 11월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 (사진=주한미국대사관 공식 트위터)

‘전쟁반대’ 외치며 테러행위를 하다니 

어제 서울 시내 한 복판의 행사장에서 주한 미국 대사가 흉기에 테러를 당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가해자 김기종씨는 테러 현장에서 ‘전쟁반대’를 외치며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테러를 수단으로 삼은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해자는 경찰에서 열흘 간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저지른 계획적인 범행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종씨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했던 전력이 있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10월19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분신을 시도하다가 온몸에 화상을 입기도 했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에게 돌을 던져 실형을 살기도 한 전력을 가진 위험한 인물이었다. 정신질환을 앓은 경력까지 지니고 있어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하기 힘든 인물임에도 행사를 주최한 민화협에서 회원으로 행사에 초청하고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민화협은 스스로 밝힌 것처럼 행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사태에 대한 경호대책이 미흡했던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재미동포 신은미씨 강연장에서 한 고교생이 사제폭탄으로 테러를 가하려했던 것에 대해 그 무모성을 지적하고 북한을 보는 시각이 자신과 다르다고 하여 폭력적 방법으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위는 민주적 사회질서의 기반을 허무는 위험한 행위임을 강조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진행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주한 미 대사에 테러를 가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누구로부터도 동의받기 어려운 반사회적인 극단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용납 못할 일탈행위를 기화로 종북몰이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현직 주한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테러를 당할 위험에 처했을 때 일부 종편 출연자들이 그 같은 폭력 테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을 때와 달리 모든 언론이 용납되어서는 안 될 테러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한 정신병력자의 일탈행위를 빌미로 여권에서 이 땅에 종북세력은 척결되어야 한다는 등의 공안정국 조성을 유도하는 것 같은 발언들이 터져 나오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먼저 테러를 당한 피해자가 완쾌될 수 있도록 기원해야 할 것이지만 가해자 또한 정신감정부터 받는 것이 온당한 순서일 것이고 만약 정산적인 정신상태가 아니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당장 필요한 것은 치료이고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그 다음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성향이 좌이든 우이든 간에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적인 테러에 의존하는 것은 반드시 근절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일탈행위를 빌미로 공안정국을 조성하여 여권이 현재의 국정난맥상을 벗어나려 한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국정이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근본적인 국정 쇄신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낡은 이념을 앞세우는 종복몰이의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면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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