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교육청에서,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변화 위해 노력하자”

사진 =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사진 =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11일 서울교육청 교육감실에서 가진 <폴리뉴스 14주년 폴리피플 5주년 특집, 대한민국 길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복지는 비가역적”이라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국민적 합의사항으로 일단 수용하고, 향후에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좀 더 풍부한 국민적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에 대해 “세월호 이후 한국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열망을 가진 앵그리맘(Angry mom)들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교육감은 교육청에서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시민들도 같이 성원하면서 변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또 조 교육감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자유학기제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서는 10개 국립대학을 프랑스처럼 하나의 국립대학으로 만드는 방법과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국립대학을 통합해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평준화 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복지는 비(非)가역적, 풍부한 국민토론 제안

-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무상 시리즈 논란이다. 다 끝난 줄 알았던 무상급식에 대해 새로운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무상보육에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교육청에 그것을 전가하고. 그러면서 지금 국민들이 볼 때 이것이 어떻게 되는 건가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런 불안 때문에 사실 서울시교육청은 예산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갈등 조정국면에서 일단 3개월은 편성을 했다. 그러니까 내년 3월까지는 문제가 없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 어린이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12월 중에 국회 예산심의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예산에 대한 결판이 날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무상급식이냐, 무상보육이냐 하는 상호공격은 별로 그렇게 생산적이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무상급식은 서울을 포함해서 주민투표를 통해 이미 국민적 합의사항으로 정착을 했고,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통해서 국민적 합의가 됐기 때문에 재정적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잘 해결할까 머리를 맞대는게 중요하다. 혹자는 ‘적자속의 민주주의’ ‘적자속의 복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적자국면에서 복지나 민주주의를 어떻게 잘 지키고 가꾸어가느냐가 중요한 거다.

솔직히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 한국경제의 어려움, 그리고 중앙재정도 어렵다. 지방재정도 어렵고 교육청 재정도 어려운게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복지는 비가역적이란 말도 하지 않나. 돌이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국민적 합의사항으로 일단 수용하고, 증세라든가 이런 것을 통해서 해결하고, 향후에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훨씬 더 풍부한 국민적 토론을 하면 어떻겠나. 왜냐하면 우리가 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한편에서 보면 무조건적인 복지확대가 능사는 아니구나 하는 것을 국민들이 체득한 면이 있다. 저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을 무상보육은 내 공약이고, 무상급식은 지방정부가 하기로 했던 거다. 그러니까 이건 하지 말아라, 이렇게는 안될 것 같다. 두 가지를 다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크게 교육부나 중앙정부와도 많은 접점이 생겼다. 마지노선은 지방체를 발행해서라도 누리과정 부족분을 메꾸자는 부분까지 되어있다. 그런데 지방교육청이나 광역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그게 다 빚이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갈 수가 있다. 연 300억 이자를 내야되고 이런 상황이니까. 그래서 앞으로의 복지확대는 신중해지면서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좀 부담을 해달라는게 우리 교육청과 전체 시도교육감의 요구사항이다.

- 교육감 직선제 위헌소송 청구를 교총에서 냈다. 지금 여당에서도 교육감 직선에 대해서 상당히 부담을 느끼면서 좀 바뀌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바뀔 수 있을까?

정상적인 국면에서 교육감 선출제가 어떤게 좋은가 하고 이야기 했다면 모르지만 선거가 끝난지 얼마 안된 마당에 직선제 위헌론을 제기하면 직선제에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니까 없앨려고 하는 것으로 당연히 국민들이 의심할 것 같다. 그래서 별로 큰 호소력은 없는 것 같다. 단지 큰 틀에서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되느냐 하는 큰 국가구성의 방향을 둘러싼 이런 고민지점이 있는건 사실이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자치와 교육감 직선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이 굉장히 중요한 사회다. 임시정부의 사상적 기반이 된 조소앙의 삼균주의를 보면 정치균등, 경제균등, 그리고 하필이면 하고 많은 사회경제적 이슈 중에 교육균등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 교육은 좀 특별한 영역으로 우리가 설정하고 교육자치가 진행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 지금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9시 등교제를 서울시에서도 내년부터 시행할거라는데 맞벌이 부부의 문제라든지 등교전 프로그램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교육감님께서는 보완책을 가지고 계신가?

저는 일단 경기도에서 9시 등교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혹시 보완해야 될 점이 없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9시 등교제는 아무래도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이라든지 건강권 등 긍정적이라는 얘기가 많다. 문제는 맞벌이 부부(문제)나 하교시간이 늦어지니까 여러 가지 생활리듬이 깨진다는 이야기들도 있는데 저의 입장은 이런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이 단일한 입장을 정하고 강요하지는 않겠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달라 이거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대토론을 통해서 학생들의 의견과 학부모의 의견을 종합해서 학교에서 결정해달라는 입장이다.

초등학교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기존 등교시간이) 8시 40분이기 때문에 9시가 되어도 크게 문제는 없고 이견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중학교도 보통 8시 30분에 학교에 가서 30분 정도 자습하다가 9시에 시작하니까 엄밀하게 얘기하면 중학교도 9시 등교이다. 그래서 중학교 까지도 문제가 없는데 고등학교가 입시문제가 있기 때문에 8시 10분에 시작하기도 하고 그런 문제가 있다.

9시를 꼭 절대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대토론을 통해 학교에서 결정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한 9시로 하고, 고등학교는 8시 반으로 해도 될 것 같다. 그럼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는 지금 현행대로 할 건지, 8시 반으로 할건지, 9시로 할건지를 가지고 자율토론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의 자치를 존중하고 학교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어가는 한 계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자율토론을 해달라(는 것이다).

- 서울대 폐지론에 동의하나?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의 한 장이 대학개혁론이다. 저는 일종의 통합국립대학론자이다. 10개 국립대학을 프랑스식으로 하나의 국립대학으로 만들자, 그런 입장이다. 그런데 국립대를 통합하면 그거 서울대 폐지 아냐? 서울대가 국제경쟁력을 갖는데, 그거 서울대 죽이기 아냐?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있어서 제 입장을 조금 더 다양화했다. 하나는 서울대까지 포함하는 통합국립대학의 유형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유형도 있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서울대가 이미 법인화 했기 때문에 법적 지위가 조금 다르다. 그래서 굳이 서울대 폐지라는 논란이 있다면 나머지 전국 9개 국립대학을 통합국립대학으로 만들어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하는 방식도 가능하겠다. 그렇게 되면 서울대 입시경쟁이 한 3천5백 명이 들어가기 위한 경쟁에서 3만 명이 들어가기 위한 경쟁으로 완화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공약 중에서 ‘자유학기제’가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지 않나? 이후의 취업이라든지 이런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반해 유럽 선진국가들을 보면 중학교 단계에서 그게 거의 다 정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자유학기제에 대해 저는 아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다. 자유학기제로 대개 한 학기를 하는데 서울은 다른 시도와 달리 ‘서울형 자유학기제’라는 이름으로 1학기에 자유학기 탐색기간, 2학기는 자유학기제 집중기간으로 운영한다. 자유학기제는 중간고사에서 지필시험 같은거 안보고 동아리 활동, 예술 활동, 스포츠 활동, 진로탐색 활동 이런 것들을 아주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적극적으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것은 혁신학교나 행복학교나 이런 다른 프로그램하고도 공통점이 있다. 입시교육에 매몰되지 않고 학생들의 창의적 교육활동, 다양한 교육활동을 한다는 취지가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아주 적극적인 입장이고 서울교육청은 특별히 지원하는 입장이다.

- 그런데 그동안 시범 실시하는걸 보면 진로체험교육이 잘 안돼서 겉핥기만 하고 나온다든지 아예 업체에서는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알고 있다. 그게 고민지점이다. 학생들을 보낼려고 하면 학생들을 받는 사회시스템이 잘 안되어 있다. 그리고 지역 직장들이 그것을 일종의 지역공헌활동이라든가 사회공헌활동으로 받아들이질 않고 귀찮아한다. 그러다보니까 소방서, 경찰서와 같은 주위 관공서들, 그다음 학부모가 좀 관계되어 있는 회사 이런 식이다. 그래서 저는 큰 틀에서 보면 학교와 사회의 관계가 조금 더 긴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진로체험 활동과 진로탐색 활동 등 지역사회나 기업이 그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것이 사실은 미래형 아이들을 키워내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하고 우리 각자가 좀 노력해야 될 것 같다. 또 선생님들이 전문적인 진로코칭을 못하는 점도 있다. 받아들이는 기업자체의 시스템이 안되어 있는 면도 있고.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마일리지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혜택을) 통해서 기업들도 좀 즐겁고 자유롭게 (동참)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보완정책들을 나름 고민하고 있다.

- 이전 참여정부 시절에 이해찬 교육부 장관도 결국은 교육부 관료들한테 휘둘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부 관료들 힘이 크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4개월 되셨는데 어떤가?

아무래도 선출된 공직자가 관료제하에 있는 공무원들에 의해서 좀 제한되어서 초기에 구상했던 교육정책을 펴지 못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저도 그런 위험성에 대해선 언제나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희 서울교육청의 경우는 교육감의 큰 교육개혁 방향에 대해서 동조하면서 잘 협력하고 있다고 저는 느끼고 있다. 그것은 저 개인에 대해 보조를 맞추는 측면보다는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과 세월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이후 한국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열망을 학부모들, 앵그리맘(Angry mom)들이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단순히 진보교육감뿐만 아니라 진보교육감 배후에는 교육개혁이라는 큰 시대정신이 있는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교육개혁이라는 큰 시대정신에 맞춰서 서울교육청의 공무원들도 일정한 조정을 하면서 그것에 부응해서 나름 노력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관료주의적 병폐에 대해서는 언제나 경각심을 가져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교장선생님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저는 교장선생님이나 교사선생님들을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치부해선 안될 것 같다. 이해찬 총리 시절에 조금 비판을 받았던 점이 있다면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교사는) 개혁의 대상이 되는 성격도 있겠지만 교육개혁의 주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뵈었을 때도 그렇고 중학교 교장선생님들 뵈었을 때도 ‘세월호 이후 한국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여러 가지 경험들을 기초로 좀 구현해보자’ ‘저는 교육청에서 노력하고 교장선생님들은 학교 현장에서 노력하고 이렇게 해보자’ 하면서 당부도 드리고 호소도 드리고 있다. 제 시각에서 보자면 이전 교육감시대 보다는 그래도 좀 우호적 관계에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학교전보제도 개혁이라든지, 학교운영비 삭감이라든지 몇 가지 조금 어려운 정책을 시행했는데도 교장선생님들이 이해하고 협력해주시는 걸로 판단하고 있다.

- 끝으로 학부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 부탁드린다.

저는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과거 3,40년 동안의 낡은 교육패러다임을 좀 바꿔야 될 것 같다. 세월호 이후에 뭔가 좀 달라진 교육을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 하나하나의 아이들을 일등이 되라고 강제하고 일등이 못된 아이들을 루저(loser)라고 해서 폄하하거나 학대하지 않고 우리 아이 하나하나를 다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고 그 아이들이 가진 다양한 잠재력들을 정말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들이 돌보고, 노력하고, 그런 교육지평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시대 어른들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교육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학부모님들이나 시민들께서도 같이 성원하면서 우리 사회 교육의 큰 물꼬를 바꿔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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