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산케이신문 기소가 초래한 것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기가 무섭게 검찰은 사실상의 사이버 검열을 공식화했다. 때 마침 카카오톡에 대한 검열의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카톡을 떠나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이용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합병을 마치자마자 불어닥친 검열논란의 한복판에서 휘청이고 있다. 다음카카오 측의 개념없는 대응 속에서 이용자들의 반발은 확산되었고 다음카카오의 주가도 연일 하락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작심 발언으로 국내 메신저 이용자들은 처연한 심정으로 망명의 길을 떠나고 있으며, 국내 메신저 기업들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창조경제로 경제를 살리겠다던 대통령은 멀쩡하게 잘나가던 기업을 순식간에 궁지에 몰아넣는 주인공이 되어버린 셈이다. 자신에 대한 모독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의 명예 지키기 제2라운드는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던 기사와 관련하여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고, 아무런 근거나 사실확인 과정 없이 여성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했다. 문제의 기사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전하는 무책임한 기사였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따르는 가운데, 검찰은 기소를 결정했다. 거기에는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이 빚어지면서 한국의 언론자유 문제가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검찰의 판단에 정권의 의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보도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권이 힘으로 강제해 굴복시키는 것은 폭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지지하며 매년 내는 인권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관련 법에 대한 염려를 표명해 왔다며 우려를 표했다. 외신들도 이 소식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권력에 의한 사이버 검열이 자의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이고, 한국의 메신저 서비스가 국민들로부터도 불신받게 된 상황이 세계적 이목을 끌게 되었다. 또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서 외국 언론인을 기소하는 통제국가가 되어버렸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두 사건 모두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려고 무리를 하다가 발생한 일들이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 자신이 있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을 지적하며 사이버 공간에 대한 단속을 지시하면서 사이버 망명 사태는 빚어졌고, 자신의 행적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외국 언론인을 기어이 처벌해야겠다는 의중이 외교적 갈등과 국제적 논란으로 이어지고고 있다.  

이러면서 지켜야 하는 대통령의 명예란 무엇인가. 대통령에게 명예가 있다면 국민의 사랑, 신뢰, 그리고 존경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일 거다. 이렇게 추상같은 지시로 법과 검찰을 앞세워서 힘으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 대통령의 명예는 아니다. 지금 박 대통령이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지키려 하는 명예는 어떤 것일까. 프란시스 베이컨은 이렇게 말했다. “명예를 얻는 길은 정도를 행하는 데 있다. 박 대통령도 정도를 행한다면 굳이 자신의 명예를 자신이 지키겠다고 이런 모습으로 나서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오늘도 사이버 망명자들이 보따리를 싸서 다른 나라의 메신저로 속속 망명오고 있다. 이 무슨 난리란 말인가. 대통령의 명예는 지키겠다면서, 어째서 추락하는 대한민국의 명예는 안중에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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