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정치권·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사진=<폴리뉴스></div> DB)
▲ 2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정치권·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사진=<폴리뉴스> DB)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정치쇄신 차원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위원 장당공천 폐지를 공약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해 공약했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일절 언급이 없고 자신과는 무관한 일처럼 오불관언하고 있다. 6.4 지방선거의 룰을 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반대하여 아무런 성과 없이 지난 2월 26일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 시점까지 이 사안에 대해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은 새누리당이 공약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공약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해 왔다. 그리고 지난 2월 24일 새정치연합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은 불리함을 감수하고 정당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공조해왔던 새정치연합과는 달리 “안철수는 안철수의 길이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의 길이 있다”(최재천 당 전략홍보본부장)며 공천을 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 명분으로는 많은 당원이 출마를 위해 탈당하게 되면 “가장 큰 고민은 민주당이란 공당이 기초가 흔들릴 수도 있다”(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민주당은 당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공약을 국민 앞에 제시했고 또 그런 공약을 이행하라고 새누리당 측에 요구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참으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기초단체 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바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하고 그 동안 공약 이행을 끊임 없이 주장했던 정당이 이렇게 쉽게 입장을 바꾸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 지 참으로 궁금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후보로 나서는 것이 선거에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점을 모르지 않지만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야당이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과연 정도를 걷는 것인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이후 추락한 당 지지도를 회복하지 못한 채 헤매는 것은 이처럼 야당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명분과 자존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종북공세를 하면 이에 당당히 맞서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종북 아니라고 발뺌하기에 급급하고 보수언론에서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 골몰한다고 비판하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야당의 모습을 누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지난 1년 여러 문제들이 있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0%를 넘어 일부 언론에서 60%대까지 나오는 가장 큰 이유가 무기력하고 자존감 없는 야당의 존재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해야 할까? 대선에서 국민 48%의 지지를 얻었던 후보를 지닌 정당이 이렇게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각종 현안 대응에 있어 명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어정쩡한 스탠스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자신들의 공약을 뒤집는 새누리당의 뒤를 쫒아가지 말고 한걸음 늦었지만 공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 마저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한다면 민주당의 앞날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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