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을 위한 현실적 제언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시간이 갈수록 북핵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회담 재개 가능성이 희박한 지금에도 북의 원심분리기는 계속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고 최근에 재가동한 원자로는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 해법 없이 위기가 지속되면서 위기의 강도와 수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위기의 심화와 더불어 역으로 위기 해결을 위한 동력은 부재하다.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6자회담 재개의 조건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것 외에도 북한과 한미는 회담의 의제와 관련해서도 팽팽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미 북한은 금년 6.16일 국방위 중대담화를 통해 미국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논의해야 할 의제로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핵없는 세계’ 건설을 꼭 집어 제시했다. 이전부터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프로세스의 병행 원칙인 셈이다. 2010년 1.11 외무성 성명 이후 북한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드시 평화체제 논의를 포함해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북미 적대관계를 신뢰관계로 전환하는 평화협정 논의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향후 핵협상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한은 시종일관 평화체제 논의를 핵심의제로 요구할 것인 반면 아직도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회담이 열린다 한들 협상다운 협상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협상재개의 조건과 협상의제의 상이함은 결국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시계제로 상태이고 회담성사를 위한 동력이 부재함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의 북핵입장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하고 북이 약속을 어기면 반드시 댓가를 치루게 하겠다는 입장으로서 다분히 ‘수동적’이고 ‘반응적’인 접근이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북의 전쟁위협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과 북의 개성공단 철수조치에 원칙적으로 대응한 것이 전부였다. 북의 조치와 행동이 있어야만 그에 대응하는 모습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는 북핵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이고 액티브한 접근과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동북아 국가들과의 우회적 협력을 통해 북한을 끌어들인다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정도 외에는 박근혜 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시계제로와 동력부재라는 작금의 북핵상황은 우리에게 보다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접근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협상이 재개될 수 있고 변화된 상황변화를 반영할 수 있어야만 향후 북핵문제에서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진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감안해서 향후 북핵협상과 관련한 현실적 고려사항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향후 북핵협상은 6자회담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협상 틀을 병행해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지금의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추동할 만한 강한 추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오히려 6자회담 재개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일 수 있다. 따라서 협상 재개시 6자회담의 진전이 필요하지만 이와 병행해서 북미 양자협상과 남북 대화 혹은 한미중, 북미중 3자 회담 등의 다양한 형식도 충분히 다양하게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재개되는 북핵협상에서는 기존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필요도 제기된다. 그동안 상황의 변화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북한은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프로세스를 같이 병행하자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9.19와 2.13을 존중하면서도 최근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필요가 생겨났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를 원칙적 목표로 재확인하되 비확산을 전술적 목표로 충분히 감안하면서 비확산과 비핵화를 동시병행하는 협상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북한의 핵능력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고 우라늄농축이 지속되고 있는 조건에서 일단 상황악화를 막고 북핵해결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는 논리이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장기적 목표로 접근하면서 북핵문제의 ‘전략적 관리’(strategic management)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본질을 우회한다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지금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비확산과 비핵화 협상을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북핵해결을 포기하진 않지만 이젠 상황악화를 막고 핵능력 증대와 핵이전을 막는 북핵관리의 필요성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기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핵문제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가 달성되어야만 북핵문제가 온전히 해결될 수 있음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여전히 우리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애초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오래된 북핵문제의 현실적 해결을 생각하면서 때로는 현실적인 접근방법도 고민할 때가 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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