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굴복식의 과도한 고집은 줄이고 가능한 유연성 발휘해야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김정은 체제의 핵무력 강화 방침이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는 당선인 시절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후 한반도 긴장고조와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면서 실질적 핵무장국가로서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했다. 정부 출범부터 북한의 대남 강경기조에 봉착한 박근혜 정부는 무력도발에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이 전쟁위기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했다.

 2013년 봄 한반도 위기를 최대로 고조시킨 북한은 급기야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대남 위협의 카드로 꺼내들었고 군통신선 차단과 출경제한에 이어 결국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킴으로써 사실상 공단폐쇄를 시도했다. 강대강의 남북 대결이 한껏 고조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4.11 남북대화를 제의했지만 결국은 4.26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결정을 내림으로써 공단폐쇄를 기정사실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북의 과도한 공단 폐쇄에 대해 대화를 제의했음에도 북이 나서지 않자 스스로 공단폐쇄를 감수하는 강수를 사용함으로써 강온병행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북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6월 장관급 회담이 추진되다가 이른바 ‘격’ 논란으로 무산된 이후에도 박근혜 정부는 남북대화의 끈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북한 대표의 격을 우리가 평가하고 규정하는 무리수를 두긴 했지만 이후 남북은 다시 실무회담의 끈을 이어갔고 결국은 7차례의 지루한 회담 끝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지금은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고 금강산관광 회담도 논의되는 등 바야흐로 남북관계는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 6개월의 남북관계를 평가한다면 ‘우여곡절의 다행스러운 첫걸음’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처음부터 남북 갈등과 강경 대립에 맞닥뜨렸고 한반도 긴장고조로 치달았지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파국보다는 관계 정상화를 시도함으로써 결국은 남북관계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좀 더 일찍 관계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6개월의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 이상을 매길 수 있을 것이다.

 6개월의 남북관계 전개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아쉬움과 다행스러움을 함께 보여줬다. 3차 핵실험 이후 북의 한반도 긴장고조 국면에서 4.11일 남북대화를 공식제의한 것은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모습이었다. 반대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갑자기 4.25일 최후통첩성 대북제의 후 4.26일 개성공단 잔류인원을 철수시킨 것은 다소 감정적이고 강경한 조치였음도 부인할 수 없다.

 북이 박근혜 정부의 대화제의를 수용함으로써 장관급 회담이 추진되었지만 남측이 김양건 통전부장 외에는 북측 회담대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격’을 고집하는 바람에 회담이 무산되었던 점은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대북요구와 지나친 원칙고수라는 점에서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장관급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북의 공단 정상화 의지와 남의 당국회담 요구가 맞물리면서 다시 실무회담이 개최되었고 7차례의 회담 끝에 결국은 공단 정상화와 재발방지에 합의한 점은 남북 모두 대화 유지와 관계 개선의 끈을 이어가려는 적극적 의지의 산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북의 실용적 양보와 박근혜 정부의 유연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성과를 도출한 셈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6개월은 때로는 북한에 대한 과도한 원칙과 지나친 고집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아쉬움을 보인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북의 실리적 접근에 대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화 성사와 합의 도출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는 긍정적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관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는 상대방의 완전 굴복과 일방적 수용만을 일관되게 요구할 때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 시기 남북관계 파탄과 대북정책 실패의 결정적 계기도 사실은 북의 대화 제의와 유연한 접근마저도 이른바 ‘버릇 고치기’ 차원에서 완전굴복 요구로 강경대응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난 6개월은 여전히 대북 원칙론과 버릇고치기의 감정적 대응의 우려가 존재하면서도 그럼에도 남북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신뢰의 끈을 이어가려는 최소한의 유연성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성과가 공존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남은 임기동안 우려를 불식하고 성과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완전굴복식의 과도한 고집은 줄이고 어떤 경우에도 남북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원칙을 견지한 채 상호 합의 가능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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