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로 접어들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가 없는 절박한 현실이다. 개성공단 폐쇄 석 달을 맞는 7월 3일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소재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남북 당국에 “공단에서 철수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이들 기업들은 장마철 습기에 취약한 고가의 장비들을 방치할 수가 없어 정부에 북한 방문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당국이 이를 불허해 장비가 모두 쓸 수 없게 되었다며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또한 이들 기업은 북한 당국에 대해서도 끊어진 통신선을 연결하는 등 설비 이전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7월 4일 “장마철 공단 설비·자재 피해와 관련해 기업 관계자들의 긴급대책 수립을 위한 공단 방문을 허용하겠다"며 "방문 날짜를 알려주면 통행·통신 등 필요한 보장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3개월을 넘어 서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남북한 간에 공단 재가동을 위한 논의보다 더 절박한 현안은 없다. 물론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 채 헤어진 가족과의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의 절박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개성공단 사업은 지금 시기를 놓치면 상당기간 그 재개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시급한 현안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5월 개최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남북당국자회담이 ‘격’논란으로 중단된 상태에서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만 떠넘기면서 지금까지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체들의 절박한 최후통첩으로 공단 운영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는 불씨가 되살아 날 수도 있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매우 중요하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에서 "신뢰가 언제든지 깨질 수 있고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면 그 어떤 시도도 그 어떤 조치도 그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도 "그러나 무분별, 무원칙한 대북정책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고 하는데 이것이 ‘원칙’만 내세우던 그동안의 입장을 다시한번 되풀이한 것이라면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번 남북당국자회담이 ‘격’ 논란으로 무산되었던 것처럼 개성공단 문제도 ‘先 신뢰’ 운운하는 원칙타령으로 입주기업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정부는 답답할 것 없다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도대체 그 원칙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대로 한반도에서 신뢰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남북관계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근본적으로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 당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더라도 입주기업자들의 방북을 우선 허용해서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가 또 다시 절박한 입주기업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공단 재가동 또는 철수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이들의 방북을 불허한 채 ‘신뢰’운운하는 원칙 타령만 되풀이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해 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공헌한 ‘원칙’만 있고 구체적 ‘실천’ 방안은 전무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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