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적인 기싸움보다 상대를 믿어주는 통 큰 모습을

거친 말싸움과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던 한반도에 모처럼 대화의 온풍이 불어오고 있다.
6월 6일 북한 측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고 우리 정부가 6월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갖자고 역제의하면서 조만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 당국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남북 당국의 대화를 제의한 것은 어차피 남한 당국과의 대화를 전면 중단할 것이 아니라면 한·미·중 3국의 압박에 견디지 못해서 대화에 나서는 수동적인 모양새 보다는 자신들이 먼저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그동안 당국 간의 대화는 외면한 채 민간 차원의 대화만을 고집하는 북한 태도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던 남한 당국이 대화의 형태, 장소, 날짜를 남측에서 정하라는 북한의 제의에 대해 실무급 대화가 아니라 장관급 고위회담을 통해 통 크게 문제를 풀자고 나선 것은 이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 보인다.

북한 측이 의제로 제시한 사안만 보더라도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의 재가동 문제, 5년 채 중단된 상태로 놓여 있는 금강산 관광의 재개,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이다.

이처럼 남북이 만나면 실마리를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하나하나 따지고 짚어야 할 것들도 많으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타산하며 사소한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눌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라 믿는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 출범 100일이 갓 지난 상태이고 북한의 김정은 체제 또한 3대 세습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은 상태는 아니라 보인다.

북한이 이번 대화 제의에서 6.15 공동선언뿐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 이루어졌던 7.4 남북 공동성명을 다시 언급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다가 격렬하게 비난하는 등 오락가락했던 태도에서 다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한 간의 대화가 양측의 기싸움으로 파행을 겪거나 돌발적인 상황에 의해 중단된 적도 많았지만 새롭게 재개되는 고위급 대화 채널에서는 남북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상봉 등의 시급한 현안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통 큰 합의를 이루고 차후 실무급 논의를 통해 매듭을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떤 상황에서도 양측이 전면적으로 대화를 단절하는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최소한의 기본적 신뢰장치가 마련되기 바란다.

고위급 회담, 한반도 해법 찾을 다양한 대화 계기로

내일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될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의 공조 문제가 중요 현안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한 6자회담의 재개. 북미간 대화 재개 등에 대해서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다자간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남북한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남한의 역할을 강조하며 남북한 간의 대화를 6자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강조해 왔다. 중국 또한 남한이 지나치게 한미동맹에 매달리기보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가 안정화되기를 바라온 것이 사실이다.

남북한 간에 장관급의 고위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이 테이블에서 북핵문제를 논의하려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리 정부도 모처럼 열리는 남북한 고위 당국자 회담 테이블에서 북핵문제를 제기하여 실익이 없는 명분싸움을 펼치기 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 이후 얼어붙은 남북한 간의 제반 대화와 교류의 채널을 재개하여 여러 분야에서 착실하게 신뢰를 쌓아나가는 한편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등의 궁극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양자간의 다양한 대화 채널이 가동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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