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서 국면전환을 이끌만한 대북메시지는 제시되지 못했다. 북의 도발 응징을 강조하면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 우리가 먼저 대화의 문을 열고 나가거나 대화의 손을 내밀 만한 적극적 메시지는 찾을 수 없었다. 그 과정에도 개성공단에는 계속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개성공단은 실질적인 폐쇄에 이르고 말것이다. 

 개성공단의 소중함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개성공단은 무엇보다 남북 상생의 성공적인 경협모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은 임금 수입과 근로자 고용이라는 일차적 이익과 남쪽으로부터 선진 기술과 경영 마인드를 배울 수 있고 나아가 국제사회에 투자가능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용을 톡톡히 볼 수 있다. 남쪽 역시 저렴한 숙련 노동력 확보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동질적인 노무환경, 그리고 물류비 절감이라는 경제적 이익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활로를 제공해주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에게 경제적 이익 차원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북한은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자본주의 경영 기법을 접할 수 있는 유용한 통로가 된다. 한국 역시 북한의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고 북한 사람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직접적 소통의 장이 된다. 결국 개성공단은 남북이 윈윈하는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남북이 더불어 사는 통일의 연습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사실상 폐쇄 상황에 이른 데는 남북 일각에 공단 반대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에는 개성공단의 유지가 결과적으로 남쪽에 자신들이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체제유지에 불리하다는 논리가 지금 국면에서 힘을 받고 있는 지도 모른다. 즉 북한 체제를 지키기 위해 개성공단이라는 마약을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우리 내부에는 개성공단이 결국 북한체제를 유지시키고 김정은 정권을 연장시켜주는 달러박스에 불과하다는 퍼주기 담론이 횡행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오히려 북한에게 도움이 된다는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반대하는 남북의 강경파 논리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허언에 불과하다. 대남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북측 강경파의 논리가 개성공단 폐쇄로 결과된다면 오히려 북한은 이를 대체하는 중국과의 경제협력마저도 사실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파트너와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멀쩡하게 가동 중인 공단을 중단시키는 행태라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북한과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를 진행할 나라와 기업은 찾기 힘들다. 공단폐쇄로 인한 국제적 신뢰하락은 오히려 북한체제 유지를 위한 여타 경제협력마저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북에게는 치명적이다.
 
개성공단이 북한을 돕는 퍼주기라는 남측 강경파의 논리 역시 공단폐쇄는 오히려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마지막 지렛대를 스스로 접는다는 점에서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근로자가 남측을 제대로 알게 되고 남측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은 공인된 사실이다. 칠흑처럼 어두운 개성시내에서 북한 주민이 바라보는 환하게 밝혀진 개성공단의 불빛은 그 자체로 한국을 친근하게 다가오게 하는 든든한 자산이다. 개성공단의 존재가 결과적으로 북을 우리가 원하는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는 교두보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진정으로 개성공단을 살리고 싶다면 남북 모두 말도 안되는 논리로 공단폐쇄를 불사하는 강경파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이제라도 상호 강경대응을 자제하면서 공단 정상화와 회생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한걸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 첫 시작은 북도 압류몰수를 자제하고 남쪽 역시 단전단수를 자제하면서 마지막 남은 대화의 끈과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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