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방미 박 대통령, 한반도평화체제 위한 창의적 출구전략 담아내야

▲  김근식 폴리뉴스 컬럼리스트(경남대 교수, 정치학)
▲ 김근식 폴리뉴스 컬럼리스트(경남대 교수, 정치학)

한반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이 연일 수위와 강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작금의 위기가 장기화 고착화된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북한은 당중앙위 회의를 통해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공식 채택했다. 당국가인 북이 당의 공식 방침으로 핵보유를 공식선언한 것은 핵폐기라는 기존의 협상카드를 스스로 거둬들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입장에 따라 지금까지 북은 협상장에서 줄곧 핵포기를 약속하면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얻으려 했다. 그러나 이젠 핵보유국이라는 헌법 전문 명기에 이어 핵무력 건설노선을 당의 총노선으로 확인한 이상, 협상장에서도 핵포기는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북의 핵전략 변화가 대미 강경 대결과 대남 군사적 긴장조성이라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핵포기를 전제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다 장애가 조성될 경우에 벼랑끝 전술을 사용했다면 이제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나서 협상에 임할지를 고민하겠다는 전략으로 바뀐 것이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 미국과의 협상을 요구하지도 구걸하지도 않은 채 핵능력 제고에만 힘을 쏟는 이유다. 과거의 ‘협상을 통한 확산’이 이젠 ‘확산을 통한 협상’으로 전환된 셈이다. 대미 강경 지속과 함께 북한은 대남전략에서도 대화 가능성은 애초에 봉쇄한 채 일관되게 군사적 긴장고조에 나서고 있다. 정전협정 백지화부터 개성공단 위협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대남 긴장고조에 활용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백화점식으로 내놓고 있다.
 
과연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하면서 대미 강경과 대남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현 전략의 본심은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최근 북한의 전략변화는 오히려 경제건설의 절박성에 토대하고 있다. 막무가내의 핵보유 논리도 ‘국방비를 추가로 늘리지 않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안보 대책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는 1960년대 경제국방 병진노선이나 김정일 시대 ‘국방공업을 우선하면서 농업경공업을 동시발전시킨다’는 선군경제노선과는 구별된다. 기존에는 국방병진을 위해 막대한 자원과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이지만 지금 핵무력 병진노선은 국방비를 최소화해서 경제건설에 매진하기 위한 논리다. 결과는 핵보유 기정사실화지만 논리는 경제건설을 위한 절박함인 것이다. 최고인민회의에서 7.1 조치의 주역이자 시장개혁의 상징인 박봉주를 다시 총리에 복귀시킨 것도 핵무력 건설이 사실은 경제회생과 경제발전을 위한 논리적 귀결임을 뒷받침한다. 지난 해 4.15 연설에서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김정은의 연설 역시 절박한 경제건설의 필요성을 짐작케 한다.
 
지금 북한의 핵전략이 경제건설을 위한 국방비 절감의 안보대책이라면 대미 대결과 대남 위협 역시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미 북한은 2010.1.11 외무성 성명을 통해 향후 협상은 비핵화와 함께 평화체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연일 대남 위협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의 필요성을 미국과 한국에 압박하기 위한 의도임을 부인할 수 없다.
 
평화체제 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북은 한반도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최대한 과시하고 군사적 위기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애꿎은 한국이 대미 압박의 인질로 잡혀 군사적 위기를 감내하게 된 셈이다. 자신의 핵카드를 최대화해서 향후 미국과의 평화체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자신이 원하는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북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체제안전 보장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핵무력 건설과 한반도 긴장고조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전략이 될 것이고 우리는 만성적인 전쟁위기와 긴장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북한의 병진노선이 핵무력을 앞세워 경제건설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 자신에게 절박한 경제회생과 경제발전을 위한 안보 대책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역설적으로 한반도 긴장고조를 최대화하는 것이면 우리는 지금의 군사적 차원의 안보논리만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북이 원하는 것이 바로 한미 공동의 군사적 대응이고 오히려 그것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북의 잇따른 군사적 위협에 억지와 응징을 앞세운 군사적 안보논리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것은 동의하기 싫지만 북한이고 그들은 지속적으로 한반도발 군사위기와 전쟁위협을 이어갈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수동적으로 군사적 안보태세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북이 이끄는 한반도 긴장고조에 그저 끌려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전쟁위기에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반도 긴장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우리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우리가 주도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긴장국면의 속셈을 간파하고 오히려 우리가 주도하는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모색해야 한다. 경제건설이 절실하고 이를 위한 안전보장과 평화체제가 북한의 절박한 요구사항이라면 우리가 먼저 북의 안전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논의를 제의하고 주도해야 한다.
 
결국 한국이 나서서 출구전략을 짜고 창의적인 안을 만들고 이를 가지고 워싱턴으로 베이징으로 평양으로 가서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견인하고 압박해야 한다. 발품을 팔고 고민을 한 만큼 우리의 발언권과 주도력은 확보된다. 그리고 출구전략의 핵심은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노력이다. 경제건설을 위한 안전보장과 평화체제가 북한의 절박한 요구라면 우리가 먼저 북의 안전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논의를 제의하고 주도해야 한다.
 
평화체제 논의가 마치 북의 전유물인양 우리에게 터부시되는 것은 이제 극복해야 한다. 5월 미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 가방 안에는 반드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창의적인 출구전략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 타협이 쉽지 않은 원자력협정 카드를 가방에 담기보다는 한반도 긴장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우리의 평화구상이 담겨져야 한다.

김근식 폴리뉴스 컬럼리스트(경남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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