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예상되는 현 국면은 이른바 ‘북핵문제’의 본질적 전환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지난 1,2차 핵실험과 달리 북핵문제의 성격이 달라지는 국면인 것이다. 그동안 북핵문제는 20여년간 지속되어 오면서 사실상 위기가 아닌 일상적 이슈였던 게 사실이다. 위기라는 단어의 개념적 정의는 급작스러운 상황을 의미하는 바, 북핵문제는 이미 수십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화되었다. 그런데 이번의 국면은 일상화된 북핵문제가 이제 질적 전환을 거쳐 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1992년 처음으로 북핵문제가 대두된 이후 1994년 제네바 합의로 1차 북핵위기가 봉합될 때까지 북한은 핵무기를 언급하지 않았고 일관되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만을 주장했다. 에너지난 타개를 위해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원자로를 가동한다는 것이었다. ‘핵무기를 만들 필요도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김일성의 유명한 발언이 이를 웅변한다. ‘평화적 핵동력 공업’이라는 게 북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의 원자로 가동을 동결하는 대신 에너지 공급과 대체발전소 개념으로 경수로 2기를 지어주는 것으로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 것이었다. 즉 1차 북핵위기 당시 북한의 입장은 에너지 지원과 경수로 발전소 건설로 해결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2년 2차 북핵위기가 등장하고 난후 북한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에 맞서는 ‘자위적 핵억제력’이라는 입장으로 진전된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압박이 지속되면서 북은 폐연료봉의 재처리 완료와 이를 핵 억지력 강화방향으로 용도변경하겠다는 입장을(2003.10.2) 밝히고 결국 2005년 2.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보유 선언’으로 나아간다. 즉 이젠 미국의 침공과 군사적 압박에 맞서는 억제력으로서 부득불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된 것이다. 결국 북한은 2006년 핵실험을 했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로 나아갔다. 2009년의 핵실험도 핵무기 보유의 기정사실을 굳히는 계기였음은 물론이다.
 
 이제 맞게 되는 3차 핵실험 국면은 2차 북핵위기의 단순한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대북압박에 맞서는 수동적 의미의 억제력으로서 핵무기 몇 개 보유 차원을 넘어서 이젠 미국과 직접 맞장을 뜰 정도로 공세적인 핵능력 국가로 앞뒤 재지 않고 가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2010년 원심분리기 공개 이후 북한은 원자로 가동과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확보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조건을 확보했다. 세계 최우량의 천연우라늄을 가진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돌리면 가만히 있어도 자동적으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다량의 농축우라늄을 계속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2012년 12.12일 은하 3호 발사 성공을 이뤄내면서 그동안 실패를 거듭했던 장거리 운반수단의 기술력도 실제로 갖게 되었다. 다량의 핵물질을 자동적으로 확보하고 핵무기 운반수단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번에 예고된 핵실험은 북한 스스로도 밝혔듯이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다. 이는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실험일 수도 있고 소형화 경량화를 확증하기 위한 실험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핵분열탄에서 핵융합탄(수소폭탄)으로 진전되는 중요한 기술적 실험일 수도 있다. 관련해서 북은 이미 2010년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2010.5.12) 이들이 결합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는 이제 단순한 ‘자위적 핵억지력’(defensive deterrence)을 넘어서게 된다. 지금까지 그들이 주장했던 수세적 억제력 확보 수단으로서 핵무기가 아니라 사실상 핵보유 국가로서 ‘공세적 핵능력’(offensive nuclear power)으로 진전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협상을 통한 확산으로 핵무기를 진전시켜 왔다면 이제는 그들이 목표로 하는 최고 수준의 능력을 확보하고 그 뒤에 협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서 이른바 ‘확산을 통한 협상’으로 국면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미 북한이 기존의 대미 협상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왔던 점도 이번 핵실험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2012년 2.29 합의 도출 당시만 해도 북미간 협상의 동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4.13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에도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북한의 외무성 성명은 핵실험을 명시하지 않았다. ‘평화적인 위성발사를 계획했기 때문에 핵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고(5.22 외무성 대변인 담화) 북한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7월 외무성 대변인은 이른바 ‘동까모’ 사건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해있다면서 ‘핵문제의 전면 재검토’를 밝혔고 다시 8.31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이 옳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의 핵보유는 부득불 장기화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우리의 핵억제력은 미국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되고 확장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귀담아 듣지 않았고 북한은 이제 예고한 대로 기존 핵전략을 본질적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입장을 직접 보여주려 하고 있다. 과거처럼 미국에 협상을 요구하고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위기조성의 벼랑끝 전술로서 핵실험이 아니라 스스로 제 갈길을 뚜벅 뚜벅 가겠다는 의미로서 핵실험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외무성 성명 말고도 국방위 성명을 내고 ‘미국과의 전면대결전’을 선포하고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소집해 ‘국가적 중대조치’를 밝히고 다시 또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통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수순을 밟아서 공식언명하고 있는 점도 이번 핵실험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의 본질적 전환임을 예고케 한다.
 
 북핵문제의 본질적 전환은 북한이 2012년 4월 개정헌법에 ‘핵보유국’을 공식적으로 명시한 데서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핵문제에 대한 기존 북한의 입장은 에너지 확보용으로 경수로 발전소를 제공받거나 대미 안보용으로 자위적 억제력 수준이었다면 헌법상 핵보유국이라는 선언과 이른바 김정일의 3대 혁명유산으로 ‘핵과 인공위성’을 꼽고 있음은 이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자존심의 상징으로 핵무기가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강성대국의 상징조작까지 핵보유국으로 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그만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본질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3차 핵실험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북핵문제가 전환되고 있음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해답은 명확한 현실인식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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