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방관자 되는 것, 박근혜 정부 첫 단추를 잘못 꿰는 것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의 동의를 거쳐 의장성명 이상의 결의안이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출되고 있다. 물론 2012년 4월 로켓 발사 직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시 강력한 대응이 예고되었긴 하다. 이른바 트리거 조항에서 추가 발사시 자동적으로 안보리가 소집되고 더 높은 수위의 대응을 경고해 놓았다. 그리고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2009년 대북결의 1874호 채택으로 인해 북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종류의 발사도 유엔결의 위반이 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유엔 안보리 논의를 거쳐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된 결정이 나오는 게 순리이고 정당하다. 물론 그 수위와 내용은 이사국들의 논의를 통해 조정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사태는 단지 대북 제재만으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즉자적이고 단순한 제재 일변도만이 능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대북제재 내용을 뛰어넘을 만한 실질적인 추가적 제재결의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북이 인공위성을 주장하면서 쏘아 올렸고 또한 지구 궤도에 진입한 것이 대내외적으로 확인된 이상, 비록 유엔결의를 위반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추가적인 제재 강행을 결의하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실제로 집행 가능한 추가적인 제재 조치의 내용 또한 마땅한 게 없다. 이미 두 개의 제재결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조치의 대부분은 실행중이다. 뾰족하게 북을 더욱 아프게 할 만한 제재의 실행파일이 별로 없는 셈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입증되듯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1차 핵실험과 2차 핵실험 직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북한은 그로 인해 경제적 타격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 않다. 2005년 미국의 금융제재 역시도 오히려 BDA 사건 이후 북은 동일한 방식의 제재를 우회하고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치밀하게 일치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결국은 북의 최대 우방인 중국의 적극적 협조가 병행되지 않는 한, 제재의 실효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중국과 북한이 국경을 맞대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한, 이른바 ‘물샐 틈 없는’ 제재는 불가능한 것이고 대북 제재의 경제적 효과는 그 자체로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합의도출도 어렵고 뾰족한 내용도 없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미흡한 대북 제재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오히려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완화하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실제로도 북한과 미국은 2012년 로켓발사를 앞두고 물밑 의견조율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4월과 8월에 각각 미 백악관 관리가 비공개로 평양을 방문했음이 그 증거다. 북한은 로켓발사가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대내정치용 행사의 불가피성을 미국에 설명하고 미국은 추가적인 핵실험은 결코 용납할 수 없음을 경고하는 선에서 의견교환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장거리 로켓발사 국면은 제재 만능주의로 상황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안보리에서의 일정한 대응이 일단락된 이후에는 오히려 본격적인 협상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집권 2기의 오바마 행정부도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임명을 통해 단호하면서도 협상을 중시하는 대화파를 전면에 포진시키고 있다. 악화되고 있는 북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대책 없이 방치하기보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상황을 관리하고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진지한 협상방안을 이제라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안정화 이후 대내외적 적극 행보에 나서고 있는 김정은 체제 역시 은하 3호 발사 성공 이후 강화된 대미 협상력을 토대로 주고받기식 북미협상을 마다할 리가 없다.
 
 결국 문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북핵문제의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향후 북미협상의 진전과정을 주의깊게 예측하면서 무대책의 제재 일변도가 아니라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협상국면의 촉진자로서 한국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보다 여유를 갖고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실효성 없는 대북제재에 올인하기 보다는 북미협상을 통해 핵문제가 관리되고 진전될 수 있도록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다시 외교적 방관자가 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첫 단추를 잘못 꿰는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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