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반, 당 내부 ‘탈당’ 거론으로 레임덕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한국 정치에서 레임덕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전두환 정권에서도 노태우 후보가 차기 대선 주자로 내정된 시점에서는 레임덕 현상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 사이에 심각하게 충돌하는 현상을 빚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노태우 대통령에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통령이 임기 중에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는 당시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이던 김영삼 후보 측과의 갈등으로 자진 탈당한 이후 대선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지만 다른 세분의 대통령은 모두 당내에서 탈당을 요구하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에 당적을 버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물론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의 관계는 각기 다르고 탈당이 함의하는 바도 차이가 크다.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의 인기하락과 레임덕 현상 그리고 집권세력 내부로부터의 이반 등이 직접적 요인이 되었다는 점은 일치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동안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30∼40%대로 이전 대통령들 보다 훨씬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유지하고 있고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도 일정 수준이상으로 유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2011년에 접어들면서 민심이반 조짐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미 레임덕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모토로 내걸고 집권에 성공했지만 임기 4년차에 접어들도록 외형적인 경제나 수치상의 경제는 큰 문제가 없거나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서민들이 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오히려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서민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여권 실세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것을 본 국민들이 느낀 배신감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11년에 접어들면서 이상한파, 구제역 초기 대응 실패 등으로 인한 물가폭등과 전월세 대란 그리고 원자재 가격 폭등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경제문제가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민심이반은 가속화 되었다.

이와 더불어 국정원 직원 인도네시아 외교관 숙소 침입 사건, 한-EU FTA 협정문 오역 사건, 상하이 스캔들 등 낙하산 외교관들의 비리 문제, 그리고 강만수 산은회장,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의 측근인사 등등 정치적 악재들도 누적되어 왔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충청권 과학벨트 유치사업과 동남권 신공항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지역간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어 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지역적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나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갔다.

결국 3월 30일 동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여권의 가장 핵심적인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부산과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권 민심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와 더불어 이 지역 국회의원, 그 중에서도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대국민사기극, 짜맞추기 연극’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정부 당국을 비난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까지 거론하면서 극렬하게 반발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나라당의 확고부동한 차기 주자로 위상을 굳혀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까지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이번 결정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점이다. 더욱이 친박진영으로부터 차기 대선과정에서 다시 공약으로 제시할 가능성까지 거론함으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은 더욱 궁색하게 되고 말았다.

이로서 지난 2010년 8월 21일 이후 지속되어 왔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밀월이 끝날 경우 한나라당은 극심한 혼란과 내분의 양상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이번 사태로 인해 친이, 친박이 전면전으로 갈 것이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는 본질적으로 친이와 친박으로 갈리는 문제라기보다는 친이나 친박 내에서도 지역적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며 수도권과 영남권, 영남권 내에서도 부산과 대구, 경북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집권당 내부로부터 ‘탈당’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통령의 레임덕은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로부터 오거나 집권 세력 내부의 갈등으로부터 야기되는 것이다.
또한 문제의 속성상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한번 거론되기 시작하면 반복적으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세종시 문제와 과학벨트, 유치 문제, 그리고 동남권 신공항 등의 MB 대통령의 대규모 국책사업 들이 결국 MB 정권의 레임덕을 불러 오고 이를 가속화 시키는 부메랑이 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한 4대강 사업은 어떤 후과를 초래할 것이지 우려된다.

폴리피플 이명식 편집주간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