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데스크칼럼은 폴리뉴스의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 창간호(2009년 8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폴리뉴스 박혜경 편집국장 >

여전히 문제는 박근혜다. 한나라당 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는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이고, '반MB 비민주' 민심의 최대 수혜자다. 여당 내의 친박이 제1야당 아니냐는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4.29 재보선 공천과정도 그랬고,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의 쇄신논쟁의 중심에도 박근혜가 있었다.

김무성 카드는 친이진영의 재보선 책임론 돌파를 위한 비장의 카드였다. 박희태 체제를 연장하고 청와대의 직할통치를 유지하며 친박진영을 안는 모양새를 연출하고자 했다.

'공동정권론'에 입각해 공동책임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단칼에 'NO'였다. 김무성 카드가 미래권력이 현재권력과 손잡기를 거부한 것이라면, 황우여-최경환 카드의 좌절은 현재권력의 미래권력에 대한 견제라 할 것이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타협은 물 건너가고 이제는 '각자도생'을 위한 치열한 싸움만이 남은 것인가?

그럼에도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의 정국구상과 관련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친이-친박 진영의 화해가 꼽힌다. 이재오의 복귀를 통한 친이 주도의 책임정치, 충청총리를 통한 영남-충청 연대설 등이 상대적으로 힘을 받지 못한다.

당내의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를 끌어안지 못한 상태에서 범 여권재편의 다른 어떤 선택도 정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박근혜 편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차기 지지도 조사마다 압도적 1위

박근혜는 여당 내 비주류로 현재권력인 이명박 대통령에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과거 YS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다. YS는 민자당 소수파였고, '굴러들어 온 돌'이었으며 '외인부대'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살아온 역사와 정치성질이 달랐던 당내 민정계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를 못했다.

박근혜는 넘볼 상대가 없는 주자란 점에서는 YS와 같지만 당내의 입지는 전혀 다르다. 박근혜는 한나라당의 원조 대주주이며 정통헤격이다. 오히려 현 이명박 대통령이 비주류였다.

그뿐이랴. 달랑 의원 10여명으로 대권을 쟁취한 YS와 달리 박근혜는 60여명, 잠재적 친박인 晝李夜朴을 더하면 당내 기반이 과반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차기 지지도 조사마다 압도적인 1등이다. 여당 내의 강력한 경쟁자도 없고, 그렇다고 야당도 현 상태에서는 넘볼 수 없는 박근혜...

더하여, 각종 여론조사에서 추종을 불허하는 '대선주자 0순위'의 독주를 기록하고 있으며, 선거만 있으면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朴風'은 어김없이 불어온다.

거칠 것 없는 박근혜, 초강수를 들고 나와

이명박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 장악과 직결된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하여 긴박한 시점에 박근혜의 입에서 '합의처리'가 나왔고 뒤이어 '표결 시 반대'까지 나오자 한나라당이 발칵 뒤집혔다.

서슬이 퍼랬던 안상수 원내대표가 부랴부랴 강행처리하려던 일정을 늦추고 박근혜안을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하고 야당과 협상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등 안간힘을 다했고 야당에서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가와 했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범 보수진영의 반발과 조·중·동과의 불편한 관계도 감수하면서 초강수를 들고 나온 이유는 명백하다.

'右' 진영의 확고부동한 대표성을 바탕으로 '중도'와 '左'를 포섭하겠다는 의지이며, 이명박 대통령과는 일정한 거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박근혜 세력의 협력 없이는 국회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당내외에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신을 압박하는 카드로 '이재오 복귀'나 '충청연대론' 등을 여전히 만지작거리는 것에 대해 확실한 선택을 압박하는 의도도 갖는다.

거칠 것 없는 박근혜는 누구 손도 잡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뚜벅뚜벅 홀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정통보수' '원조보수'라 불리며 右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박근혜의 左클릭은 이미 감지된 바 있다.
방미 중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자보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읽힐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영남보수의 한정된 이미지로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내지지에서 앞서고도 실패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취약지점이었던 수도권3~40대 샐러리맨 층을 겨냥한 새로운 메시지라 볼 수 있다.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一合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예고편에 불과하며 숨고르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본격적인 권력쟁투는 이제 바아흐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 조기전대 문제, 개각과 청와대 개편으로 여권의 새 진용짜기 등등 앞으로 다가올 정치일정이 즐비하다.

역시 최고의 변곡점은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일 것이다. 민심전쟁이라 할 지방선거 판에서 '박근혜의 힘'은 여지없이 드러날 것이다.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이자 '대선전초전'이 될 지방선거에서 현재대로라면 한나라당,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등 다각체제로 최대한 민심을 접수한 후 박근혜의 본격적인 용틀임은 시작될 것이다.

결과에 큰 상관없이 지방선거는 박근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선거로 확인받은 굳건한 민심에 뿌리를 두고 박근혜의 대선행보는 본격화될 것이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오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박근혜, 과연 21세기형 미래의 대통령일까

문제는 지금도 정치판에 박근혜 영향력을 누를 것이 없고, 2012년 대권에도 박근혜, 그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판이 이런 경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박근혜는 '독주' 그 자체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차기는 '박근혜 시대'라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과연 박근혜, 그가 한국정치의 미래를 열 새로운 리더일까.

박근혜의 정치는 국민들 가운데 얽히고설킨 대중지도자가 아니라 '신비주의'의며 '미래와의 컨센서스'보다 '과거와의 컨센서스'가 강하다는 이미지를 안고 있다.

선거 때 이외에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박근혜는 대중 앞에 쉽게 실체를 드러내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국가적 현안에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경우도 별로 없고 논리정연한 설명이나 치령한 설득 보다는 '한마디 정치'를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한마디 정치'의 대가로 불리는 박근혜이지만, 21세기 한국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그가 책임질 정부에서는 어떤 비전을 국민에게 심어줄 지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국가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

또 21세기의 새로운 가치관과 철학, 이념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 통일비전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이 모든 것이 '신비'에 쌓여 있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국가적 현안과 미래에 닥칠 과제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가져야 하고 이를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는 또 미래보다는 과거의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와 함께 있는 '박정희 그림자'가 그렇고, 주변 인물들 또한 미래보다는 '과거형'이다. 신비주의 정치인 박근혜를 둘러친 보호막이 바로 '과거의 벽'이라면 우려스럽고 두렵다.

마이웨이 박근혜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YS의 길을 갈 것인지, 노무현의 길을 갈 것인지를...

현재권력과 차별화 했던 이회창, 이인제는 패했고, 현재권력과 호흡을 맞추었던 YS와 노무현은 대권을 잡았다. 현재권력과의 관계설정은 결국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제대로 파악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신비주의' 박근혜는 이제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은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인물에게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 몇 년 뒤의 국가적 과제에 대한 비전을 동시에 받기를 원한다.

현재 나라와 국민 앞에 놓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정치력과 정책능력을 발휘할 것을, 아울러 앞으로 국민을 이끌고 어떤 길을 가고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밝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능력과 비전을 검증받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국민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의 컨센서스'를 벗어나 미래로 나가야 한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과거의 인물들로부터도 벗어나 '미래와의 컨센서스'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이제부터 박근혜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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