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헙법개정 포함한 과감한 정치개혁·권력구조 개편할 것'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그동안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떠나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대선 패배 후 저는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용서를 빌고,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그토록 소망했던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한 큰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오늘은 스스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데 대해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드리고 용서를 빕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체제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저는 정치에 들어온 뒤 나름대로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고자 고민하고 노력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초심을 지키지 못했고, 거대한 당 체제 안에 안주하고 자만에 빠졌습니다.

결국 선거에도 지고 당에 치욕스러운 오명까지 덮어쓰게 만들었습니다.

그 오명 속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5년간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정치를 떠나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이라는 조직체제나 현실정치의 시야를 벗어나 좀 더 크게 이 나라의 미래를 보고 걱정을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번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은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나라의 근간과 기초가 흔들리고 법질서가 실종 되었습니다.

큰 소리와 떼쓰기가 활개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바보짓이 되었으며 거짓과 변칙이 유능한 것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룩한 토대가 되었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도 뿌리 채 흔들렸습니다.

원칙없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은 핵실험까지 하여 핵보유국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보의 보루였던 한미동맹은 존폐의 기로에 섰습니다.

경제는 동력을 잃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공교육은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습니다.

지난 반세기 우리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신화는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동북아의 변방국가로 전락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좌파정권을 바꾸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주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선과정과 그 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정신과 용기가 있다면 국민은 신뢰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이점에 관해서 매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정권교체 자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 교체만 되면 된다,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나라는 저절로 바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환상이고 또 위태로운 생각입니다.

정권은 반드시 교체해야 합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훼손되었던 나라의 근간과 기초를 다시 세우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되어야지 그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는데 경젠들 제대로 될 리가 있습니까?

기본을 경시하거나 원칙없이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자세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입니다. 이것 없이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점에 대해 한나라당과 후보의 태도는 매우 불분명했습니다.

북핵폐기와 무관하게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비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실패로 판명난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후보의 대북관도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모호한 태도로는 다가오는 북핵재앙을 막을 수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정착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근본 이유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 이회창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잃어버린 10년의 시대를 반드시 끝낼 것입니다.

더 나아가 1987년 이후 지속된 20년 체제를 넘어, 최소한 향후 50년 이상은 지속될 수 있는 국가적 틀을 마련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할 것입니다.

헌법개정을 포함한 과감한 정치개혁과 권력구조 개편도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대북정책 및 외교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것입니다.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하여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땅에 떨어진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 법치혁명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하여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저 이회창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군인들을 공격하거나, 젊은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하겠습니다.

우리의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된다,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는 안됩니다.

정정당당하게 책임을 다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들겠습니다.

힘없는 약자, 저소득층, 소외된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경제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 고민을 덜어주는 대통령이 되고자 합니다.

세계 속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획기적인 교육혁명을 추진할 것입니다. 무너진 공교육을 일으켜 세우고 사교육 재앙(災殃)으로부터 가정을 되찾아 주는 교육혁신을 하겠습니다.

사회 곳곳의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봉합하는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과거의 일은 그것으로 매듭짓고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신적 품격까지 갖춘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혈혈단신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11년이 지난 오늘 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혈혈단신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다 버렸습니다.

저에게는 정당과 같은 조직의 울타리도 없습니다.

평생을 지켜왔던 개인적 명예와 자존심조차 다 버렸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가고자 합니다.

짓누르는 이 두려움과 가슴이 찢어지는 번민, 고통을 안고 저는 이 길을 가고자 합니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무너진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이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한나라당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제가 만들었고 총재를 지냈으며 10년 동안 저의 분신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한나라당을 떠납니다.

두 차례의 대선에서 저를 위해 불철주야 뛰면서 헌신했던 동지들을 뒤로하고 떠납니다.

이 처절한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저로 인해 분노하고 상처받는 당원 동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동지 여러분의 돌팔매를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동지 여러분, 제가 여러분 곁을 떠나는 것은 풍전등화와 같이 위기에 놓인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이 길 밖에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충정을 이해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리며,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결코 없을 것임을 굳게 약속합니다.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것입니다.

저에게는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 대선 출마회견 일문일답>

- 일부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선거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대선 중간에 포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대선을 완주할 것인가.

▷ 전장의 장수가 중간에 빠져나오겠다고 임하는 장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나온 건 아니다. 국민께 알리고 싶고 이 나라를 위해서 모든 개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나오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최선을 다해서 뛰고자 한다.

- 이 전 총재 출마가 경선불복이라는 지적도 있고, 평소 원칙을 지키는 소신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 그런 지적이 있는 것을 안다. 사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리라고 미리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 사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를 내심 바랬고, 내 이런 결심과 행동은 그런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당에 있으면서 경선이 끝난 다음에 나온 것은 경선불복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말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정권교체를 이루고 나라의 근간을 세우고, 위중한 시대에 확고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세워가는 일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가장 최고의 대의라고 생각해, 대의에 충실하기 위해 나왔다는 말을 드린다.

- 출마에 따른 보수진영 분열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수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가.

▷ 지금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가 주장하지 않거나, 주장이 부족하거나,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주장하는 정강과 정책에 대해선 나름대로 소신을 국민께 말씀드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하기 위해 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보수가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국민께 왜 이 정권이 바뀌어야하는가, 왜 좌파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출현해야 하는가 확신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나라당과 이 후보와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나라가 잘되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선의의 경쟁관계로 가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 대의는, 최종목표는 정권교체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정권교체 이루기 위해 이 길 밖에 없다는 상황이 온다면, 내 자신이 필요하다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가능성은. 또 실제 당선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 우선 당선 가능성은 나는 최선을 다해서, 물론 당선하기 위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는 물론 내 욕심이야 박 전 대표가 나를 지지하고 동조해주면 큰 힘이 된다. 그러나 나는 또한 그분 입장을 이해한다. 한나라당 안에서 경선후에 승복하고, 당의 화합을 깨서는 안될 입장에 있는 그 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방향과 신념에 있어선, 나는 박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엔가 서로가 뜻이 통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믿고있다.

-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대선잔금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는 등, 대선자금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대선자금 문제는 지금 지적된 문제를 포함해 지난 검찰에서 다 조사된 것으로 안다. 내 자신이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과거 어떤 정당의 총재도 자진출두해서 조사받은 일이 없다. 나는 자진출두해서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미 조사되고 이미 다 알만큼 알려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 자택을 떠나있는 기간 동안의 행보를 소개해 달라. 선대위원장으로 강삼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되는데 선대위 인선문제는.

▷ 정말 아주 고민스러운 시간을 집중적으로 가졌다. 조용히 외부의 접촉을 끊고 혼자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고뇌하는 그런 시간과 환경을 갖기 위해 조용하고 호젓한 곳으로 갔다. 어디인가는 말씀드리지 않는 것을 양해해 달라. 그런 식으로 갔기 때문에 누구를 만날 수도 없다. 내 거처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이야기가 나오는 그런 분들을 만날 일도 없다.

선대위는 지금 생각으로는 나는 보다시피 아무 조직도 없다. 97년, 2002년과 달리 처음 정치에 들어왔을 때와 같이 혼자 몸으로 시작한다. 선대위도 크게 구성하지 않으려 한다. 필요한 최소 인원을 갖고 아주 필요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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