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아성 승리-정권교체·야권통합 주도권 확보

4.27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를 찾아 “불구덩이 속으로 간다”며 고별인사를 전한 뒤 31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를 첫 방문했다.

사실상 손 대표는 전날 출마회견은 제1야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출정식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출사표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십여 차례 언급한 것에서 굳은 의지와 집념이 고스란히 배여났다.

그런 만큼 이번 분당을 재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총선 승리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야권통합의 주도권을 확보할 범야권 대권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서 손 대표에겐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첫 시험대로 다가온다.

◇한나라당의 '불구덩이' 될 분당을

경기 분당을 지역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였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71.06%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서울 강남과도 같은 곳이다.

더구나 수도권 중산층 표심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손 대표의 표현대로 야권 후보라면 누가됐던 그간 모든 선거에서 승산 없는 ‘불구덩이’였다. 당 안팎의 출마 요구에도 손 대표가 고심을 거듭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패배할 수 있다는 부담은 “대한민국의 분열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대표적 중산층 지역인 ‘분당 을’에 출마한다. 중산층이 변하지 않고, 중산층이 동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힌 손 대표의 출마회견에서 잘 드러난다.

그럼에도 손 대표에게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권 내에서 정운찬 전 총리의 전략공천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고, 강재섭 전 대표가 강력 반발하면서 한나라당은 갈피를 못 잡고 대안카드 찾기에 여전히 허둥대고 있는 분위기다.

설령 정 전 총리가 전략공천으로 나온다고 해도 짧은 선거 내내 세간의 이슈로 부각된 신정아 씨의 폭로를 변명하다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얼굴은 온통 굳은 낯빛으로 침통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손 대표의 출마선언에 강 전 대표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정 전 총리를 포함, 누구도 좋으니 여론조사 등 경선을 통해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며 “저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의가 없지만 제가 명백히 우위에 있다면 당도 이에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상 손 대표의 대항마임을 애써 표정관리 하기에 급급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분당을 지역민심도 악재다. 전·월세 대란, 물가상승에다 지역적으로 거리가 멀지만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불신이 겹쳐 여당 비판 정서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 지역민심이 이런 최악의 난제들과 맞물려 분당을이 한나라당 후보의 불구덩이가 될 여지도 충분하다.

◇"孫, 승리하면 박근혜 대세론도 흔들 수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성남시장(민주당)은 51.16%로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던 한나라당 황준기 후보를 누른 것은 정권 심판론이 일정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성남시 분당구에서 나타난 지지율 격차는 이재명 시장이 44.63%, 황준기 후보 50.6%로 불과 6%p에 불과했다.

만약 손 대표가 분당을에서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4대0 전패가 현실이 되는 것이고, 이명박 정부의 정권 레임덕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야권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야권 내부로 눈을 돌리면 손 대표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희생양이 될 것을 자처했다. 또 야권통합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호남 민심을 잃어가면서도 순천 무공천을 고집했다. 김해을에서 야권연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이러한 자기희생을 통해 야권통합의 키는 손 대표에게 있고, 이번 재보선 전체를 지배하는 프레임을 주도하고 있다.

“당의 대표로서 ‘분당 을’에 나가서 싸우는 것이 강원도 김해 모든 선거를 앞에서 직접 나서서 싸우는 것이다. 장수가 뒤에 있지 않고 앞장서서 직접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다”고 내뱉은 그의 자신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통합의 중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손 대표가 “이번 선거는 누구와의 대결도 아니다”며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꾸어야 한다는 세력의 대결”로 규정한 것은 차기 대선 상대가 야권의 중심을 놓고 다툴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아닌 대세론을 이어가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4.27 재보선이 야권의 승리로 귀결된다면 손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로서 명실상부 ‘박근혜 대항마’로 부상하는데다 요원했던 정권교체의 바람을 현실 가능한 목표로 성취해낼 수 있음을 야권 전체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손 대표가 분당을에서 한나라당을 이기면 지난해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잃어버린 수도권 중간층, 중도 중산층을 되찾아 오겠다’던 약속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박사는 “그렇게 되면 야권통합에서도 손 대표가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고 야권 대선후보 경쟁에서도 고정표가 강한 참여당 유시민 대표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며 “선거 하나에서 이겼다고 손 대표이 지지율이 대폭 오르지는 않겠지만 10%p대 진입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손 대표의 분당을 승리를 낙관한다고 볼 때 야권 대선주자로 꾸준한 비전과 프로그램으로 국민통합이라는 진정성을 전달해가면서 지지율을 20%p로 끌어올린다면 박근혜 대세론까지도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