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영역에서 야권 ‘486’ 주도 혁신자치 주목 받고 있어”

오는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의 초점은 역시 당의 지도부 선출이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9명의 후보들이 각 시도 대의원 대회를 통해 유세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빅3’ 중 누가 1위를 차지할 것인가가 관심거리로 보도되고 있다. 세 사람 외의 다른 후보들 중에서 1위가 나와 대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3후보의 약진이 나타난다면, 이는 빅3 가운데 일부가 중하위권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당의 변화 요구에 대한 대의원들의 호응, 후보들의 합종연횡 방식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변화와 합종연횡, 그 한 축에 이른바 ‘486’ 세력이 있다

당 대표 경선 1차 컷 오프를 통과한 ‘486’ 후보 3인의 후보 단일화가 아직은 불투명한 모양이다. 백원우 후보가 사퇴를 했고, 민주당의 486 정치인 모임(삼수회)에서 이인영 후보를 단일 후보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재성 후보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현재까지는 두 후보가 그대로 나서고 있다. 컷오프 결과를 보고 당선 가능성이 의외로 커졌다는 판단도 있는 듯하다. 1인 2표의 경선에서 추가 사퇴 여부에 따라 합종연횡 구도도 달라지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최 후보와 같이 가는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전 대표가 더 이상 사퇴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486'의 정치적 부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8년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나 ‘486’이 차지했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했던 체제이긴 했지만, 송영길, 김민석 후보는 각각 1,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당시 최고위원 3인 중 피선거권에 제약을 받고 있던 김민석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람 모두 6.2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진출했다. 알다시피 송영길 최고위원은 인천시장에 당선됐고, 안희정 최고위원은 충남시장에 당선됐다.

역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50세를 약간 넘는 것을 감안한다면, 연령으로 보더라도 ‘486’의 정치적 성장은 자연스럽다. 야권의 ‘486’과는 좀 다르지만, 한나라당에서도 역시 40대 정치인들이 주목받는 활동을 보이고 있다.

알다시피 ‘486’은 30대의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세대를 지칭했던 ‘386’ 세대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40대가 되면서 최근에 개칭된 것이다. 이제 민주화의 첨병에 있었던 새로운 정치세력으로서 ‘386’이 아니라 기성 정치세력의 일원인 ‘486’이 돼 있다. 야권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대부분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한국 지방자치에 변화의 바람, 혁신자치를 기대케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 2년간 민주당 내부에서 ‘486’의 역할은 그렇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물론 민주당 ‘486’이 모두 똑 같지는 않을 터이다. 변화의 동력이라기보다 주류 당권에 편승한 패권세력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평론가의 대다수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래서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486’ 세력이 기성 지도부에 도전하는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기대를 받기도 하지만, 이미 기성체제에 편승해 왔던 기득권 세력의 일부로 비판 받기도 한다.

대표 경선에 참여한 한 후보는 "486은 민주당을 괄목상대하게 만든 존재이고 시간도 486의 편”이라고 칭찬했다. “그래서 486의 책임이 더 무거운데 기득권, 당권파로 규정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며, 항상 변화와 개혁의 선두에 서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0년대 출생이지만 정신적으로는 ‘386’ 세대였다고 스스로 말했었다. 그러면서 ‘구시대의 막내’라고 했다. 현재의 ‘486’, 구시대의 막내, 맞다. ‘386’이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했지만, 새로운 지지 세력을 끌어낸 것이 아니라 기성 정당의 지지세력에 힘입어 진입했다.

물론 ‘386’의 대거 정치권 진입을 이루었던 지난 2004년의 17대 총선에서 이들은 탄핵반대 세력의 지지를 받아 일부 새로운 지지 세력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 지지는 결과적으로 탄핵정국의 거품이 되고 말았고 2008년의 18대 총선에서 ‘386’의 진영은 대거 몰락했다. 이들의 몰락과 함께 민주당도 약화돼 오늘의 소수정당이 됐다.

구시대의 막내는 기성 정치를 토대로 성장했지만, 새로운 시대의 출발세력이 될 수도 있는 가교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구시대 정치의 일원일 뿐이었다. 민주화 운동 시대의 패러다임이 에너지를 소진한 가운데,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지지세력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패러다임이나 지지기반이나 이전의 민주화운동 세대와 별 다를 바 없다. 그러니 구시대적인 권력정치만 눈에 띨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방자치 영역에서 야권의 ‘486’이 주도하는 혁신자치가 주목받고 있다. 혁신 지방자치에 대한 기대와 민주당의 쇄신에 대한 요구가 상호작용해 모두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486’ 정치세력이 세대교체의 주역을 자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그리고 한국 정당정치의 쇄신에 앞장서야 한다. 선배들의 자산으로 이루었던 구시대의 막내에서 이제 새로운 정치의 초석을 만드는 주역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김만흠(金萬欽)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서울대 정치학과 및 대학원 졸(정치학 박사)
-가톨릭대 교수,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역임
-현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현 CBS 객원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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