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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대통령실과 MBC, 싸움의 기술

   “언론의 자세를 회복하고 언론탄압 운운하라”는 MBC 제3노조(제3노조)의 성명은 통렬하다. 대통령실의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불허에 대한 MBC와 언론노조 측의 반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며,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는 언론노조의 성명에 대해 제3노조는 “문재인 정부가 방송 재허가를 무기로 종합편성채널들의 입을 틀어막았을 때 언론노조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우리 편 언론탄압은 ‘좋은 탄압’이라 괜찮다는 뜻인가”라고 묻는다. “대통령실이 권력비판을 이유로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는 언론노조의 시각도 반박한다. “최근의 MBC 보도는 권력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에 가까웠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국회”라며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까지 자막에 넣어 방송한 것은 왜곡을 넘어 조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사실이다. MBC의 행태는 한마디로 “언론기관일까 특정 정당의 선거용 하부조직일까 의문스러울 정도”라며 “지금이라도 MBC 구성원들이 특정 정당의 선전도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언론의 본모습을 찾으려 노력해야 언론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생긴다”는 말로 제3노조의 성명은 끝을 맺는다.

제3노조의 성명을 다소 길게 인용한 이유는 이번 사안과 관련된 MBC와 언론노조의 문제점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시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조치를 언론탄압이라거나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과거 엠바고를 지키지 않은 특정 언론의 보도에 대한 제재로 정부가 해당 언론의 기자실 출입 정지 조치를 취했을 때 법원은 정부가 베푸는 호의적 혜택을 계속 부여할지 여부는 정부의 재량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조치가 MBC 취재를 어렵게 하는 바는 분명하지만 이를 CNN 기자에 대한 백악관 취재권을 박탈한 트럼프에 비유하는 의견도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 순방 행사 취재 자체를 거부하거나 취재를 불가능하게 막는 조치도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이를 전제로 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가 세련되고 현명한 대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선은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이른바 타이밍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에 자의적으로 ‘바이든’ 자막을 달고, 김건희 여사 관련 방송에서 실제 인물이 아닌 대역 배우들이었는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미국 순방 시 MBC 보도의 자막 왜곡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나는 대통령실의 정면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본인이 실수한 부분을 인정한 후 사실이 아닌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고 공식적으로 정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실은 그와 달리 비서실장 명의도 아닌, 대외협력관실 명의로 공문 형식의 질의서를 보내고 아무 답변도 받지 못하는 망신을 자초했다. 이도 저도 매듭을 짓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 와 다시 그걸 들먹이며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뒤늦은 복수라는 비판을 부를 수 밖에 없다.

전용기 탑승 불허라는 방법 또한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경우 법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언론중재법) 제1조는 이 법이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 또는 그 매개로 인하여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나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언론중재법 제14조는 ‘정정보도청구권’ 제하에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언론사등에게 그 언론보도등의 내용에 관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6조는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 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언론사등에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반론보도청구권도 인정하고 있다. 중재를 신청하거나 소송도 청구할 수 있다. MBC 보도가 진실한 사실이 아니었다면 정정보도, 진실 여부와 상관 없이 반론이 있다면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었다.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조화하는 제도로서 언론탄압이니, 언론자유 침해니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정정당당한 방법이었다. 정면 돌파 대신 선택한 전용기 탑승 불허는 감정적 대응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우회로일 따름이다.

비례원칙 위반도 문제이다. 과도한 처분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를 말한다. MBC 보도 문제는 언론 보도의 공정성을 넘어 언론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엄중한 주제이다. 공영방송 개혁을 포함, 법적으로 주식회사 형태인 MBC를 공영방송으로 인정하는 게 맞는지 등 우리 사회와 언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무게의 언론개혁 주제를 뒤늦은, 소심한, 치졸한 등의 수식어가 붙는 보복 조치로 치환해 버렸다. 소를 잡을 수 있는 묵직한 칼을 겨우 닭 잡는 데 사용해 버린 꼴이다. 이번 사건은 물론 기존의 MBC 보도의 잘 잘못은 가리지 못한 채 그들을 졸지에 언론자유를 위한 투사로 만들어 버린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MBC의 명백한 문제를 잘 아는 언론단체들도 함께 나서도록 만든 일은 전략도 전술도 실패한 조치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권력교체기 마다 권력과 언론의 갈등은 새삼스럽지 않다. 권력과 언론의 건전한 긴장관계는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그런 싸움이 여전히 원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이하 지점을 맴돌고 있는 점이다. 언론의 진실보도가 의심 받고 정부 조치의 정파성이 문제되면서 세련된 언론 개혁은 논의조차 못하는 도돌이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정한 “권력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에 가까운” 반칙 보도와 그에 걸맞게(?) 수준 낮은 방어법이 맞서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며, 누구든지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다. 대신 그 전제인 “언론의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ㆍ신장하여야 한다. 언론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여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권리나 공중도덕 또는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정도의 원칙을 지키고 나서야 정부와 언론 사이의 세련된 싸움의 기술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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