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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칼럼] 북한 정권 종말이면 남한은 어떻게 되나?

한국과 미국 국방부가 3일(현지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한다는 등의 합의문을 내놓았다.

SCM 발표문에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북한과 한미간에 군사적 무력시위가 점증하는 시점에 나왔다 해도 남북한이 근접해있다는 점에서 “그럴 경우 남한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생략할 수는 없다.

군은 과거로부터 상대를 겁박하거나 기만하는 것을 병법의 하나로 삼고 있다 해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우발적 사고로 인한 대형 참사 발생 가능성이 있고 한반도 위기 지수의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 전쟁위기 불감증 등의 부작용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대북 선제타격권을 미국 헌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어 미국의 일방적 선택으로 대북 군사행동이 취해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천문학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대북 전략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경우처럼 한미간에 입장이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여러 번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대북 선제타격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 당국의 확실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만에 하나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당사국이니 일단 유사시에 일정부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방식을 앞세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민 수천 만 명의 인명 피해 가능성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모든 경우에 대비해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대책을 세우는 면밀한 사전 작업이 필요한 일이다.

군은 무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주체이지만 정치는 군을 포함한 국민 전체의 안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 이유이다. 전쟁을 안 하고 평화를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을 정치권은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최근 이태원 참사에서처럼 정부 당국자가 ‘불가피한 희생이니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군사적 부분에서 지녀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북한 멸망을 활자화한 이번 한미간의 SCM 발표문은 정치가 전쟁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더욱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의 SCM 발표문 속의 담긴 한미의 대북 군사전략은 미국이 최근 국가 안보 전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그 부속내용인 국방전략서(NDS),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등에서 발표한 내용에 포함된 것이라서 새로울 것은 없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미국의 전체 안보전략의 한 부분이라는 원칙이 확인된 것뿐이다.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은, 한국에게는 심각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전체 세계 지도를 펴놓고 자국의 판단에 의해 정한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사안에 속할 뿐이다. 한국이 핵무기 등에서 속수무책이라는 점에서 감수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자주국의 입장에서 챙겨야 할 것은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세계군사전략과 한반도의 그것을 살필 때 더욱 절실해 진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NSS)는, 미국의 전략경쟁은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3대 핵전력(nuclear Triad), 핵 지휘·통제·통신(3C), 핵무기 인프라 등을 현대화하고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지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미국 현존 국방전략은 통합억제체제(integrated deterrence)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주요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외신 등 종합>.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은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즉 체제 간 경쟁이며,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향후 10년은 미중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총력전을 전개할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평화와 안정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향후 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등을 추진해 새로운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만들기 위한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를 추진할 것이며,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다.---

NSS가 발표된 뒤 나온 국방전략서(NDS)에 대해 미 국방부는 중국을 미래의 가장 개연성 있는 ‘전략적 경쟁자’, 러시아는 '당장의 위협'으로 각각 지목하고 북한에 대해선 이란을 비롯해 국제 테러단체 등과 함께 기타 ‘상존하는 위협’으로 분류하면서 "NDS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NDS는 또한 "북한이 미국 본토 및 해외 주둔 미군,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북한은 한미 및 미일 동맹을 이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김정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을 수는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22-10-29>.

이상과 같은 NSS, NDS, NPR의 핵심 내용에 비춰 현재 북한은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며 미국은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하더라도 큰 이슈로 삼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른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전략적 인내를 더 강화된 형태로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중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은 자국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미국 정부를 움직이기 위한 행동을 취하게 되면서 한미, 한미일의 안보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이번에 발표된 NSS, NDS 등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NSS는 장문의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한반도 관련해서는 단 한 문장으로 발표했다는 점은 미국의 한반도를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적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것으로 한반도는 우선순위에서 뒤지고 대책도 그에 상응한다는 의미도 함축하는바 한국 정부를 이를 예의 주시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은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힘겨루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북한의 한미에 대한 적대감 표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그 사용에 대해 헌법과 일반법에도 명기했다는 점에서, 또한 과거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것을 목격한 이상 현재와 같은 전략을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한국, 일본 등의 자체 핵무장 주장이 제기되는 등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무엇일까도 간단치 않다. 중국,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동참했던 과거와 다른 행동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향후 대북 제제에 부분적으로 동참하면서 견제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저런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고민이 커지게 된다. 세계에서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의 선진국인데 한반도 정책에서 미국만 보일 뿐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미국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기존의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반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과연 최상의 선택인지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북한의 핵이나 평화통일의 지상 목표 등을 고려할 때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상과제라 하겠다.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생존여부가 심각하게 위태롭지 않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자주적인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의 합리적인 한반도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더욱 그러하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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