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 간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또 다시 경선룰 논란이 격화 조짐이다. 이번에도 역선택론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지지층이 유승민을 국민의힘 대표로 만들려 한다는 논리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14일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반론의 여지가 없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10월 18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데 민주당 지지자가 특정인을 지지한다면 그 분이 과연 국민의힘을 잘 이끌 수 있어서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에게 유리한 국면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 분을 지지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17일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와 관련해 '민심과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대결로 가면 총선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는 길'이라고 밝혔다.
▲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17일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와 관련해 "민심과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대결로 가면 총선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는 길"이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몇몇 여론조사를 보면,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 1위로 나타난다. 그런데 보수 지지층의 응답만 추려보면 대체로 3위 정도다. 역선택론자들은 바로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유승민 전 의원이 적합하다고 응답한 결과로 1위일 뿐이라는 논리다. 일견 그럴 듯 해 보인다. 함정은 없을까? 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유 전 의원을 밀 이유가 없다. 오히려 밀어서는 안 될 이유가 더 많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주변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았다. ‘유승민이 나오면 답이 없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그만큼 상대하기 힘들다고 본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수도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이 그의 주된 지지기반이라는 뜻이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집단이 바로 이 층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유 전 의원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유승민을 국민의힘 대표로 만들려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오히려 윤핵관 그 중에서도 극우 성향이 강한 인물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길 희망할 것이다. 그런 인물이 훨씬 프레임 걸기가 좋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내부 분열을 노려 유승민 전 의원을 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할 시기에 비윤계 대표가 탄생한다면 내부 분열로 선거 전력이 약화할 것이란 근거에서다. 이 또한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함정이 존재한다. 친윤계 대표가 탄생했을 때 오히려 더 내부 분열은 증폭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는 10월 27일 공석인 69개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 곧 당협위원장을 선임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친윤 색채가 강한 인사들로 꾸려진 조강특위다. 향후 친윤계 중심의 물갈이 공천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윤핵관들은 제일 먼저 친이준석계를 쳐내려 할 것이고, 다음으로 비윤계 전체를 들어내려 들 것이다. 전례로 비춰볼 때, 이 과정은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는 과정만큼이나 거칠 것으로 봐야 한다. 당연히 당내 갈등은 공천 전후에 최고조에 달할 것이고,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시도하는 이들도 역대급이 될지 모른다. 만약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2020년 총선 때보다 더 참혹할지 모른다.

역선택론의 함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심과 다른 당심만 바라보고 가는 정치는 결국 선거 승리를 견인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총선 승리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심에 오히려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런데 당심만 바라보는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더욱이 당심이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들을 계속 지지할 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정체가 계속 이어지고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에 뒤진 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당심도 변할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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