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했던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를 두고 야당은 아주 수준 낮은 쇼였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무조건적 비판 의도가 없진 않지만, 국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벤트였다. 대통령이 민생경제를 잘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역할이나 회의의 성격으로 보아 번지수를 잘못 짚은 소통전략이었다.
우선 대통령,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관련 장관들의 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전문가가 아니다. 어색하거나 실수할 여지가 큰 회의를 80분간이나 생중계로 보여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장관들에게 곤혹스런 질문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듣는 자리라고 했다. 맞다. 그렇다면 더더구나 대통령이 장관들의 회의 발언을 듣는 그 긴 시간을 생중계로 국민들에게 전달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대통령은 쓰여진 모두발언을 읽는데도 2-3초 간격으로 에, 에~ 췌사를 반복했다. 그의 말투 습관이기도 하지만, 평소보다 더 두드러졌다. 오히려 모두발언 마지막에, 원고에 없는 덧붙이는 말을 할 때 그나마 자연스러웠다. 대통령 발언에 몇몇 부정확한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민과의 소통 방식, 소통전략의 문제이다.
당면한 민생경제가 시급한 문제라면, 이벤트가 아니라 시급하게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우선이다. 내부적으로 정책 방향을 정하고 국민들에게 긴급 합동 기자회견 등으로 전달하면서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은 대통령 주재 회의를 생중계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해당 정책에 대한 궁금증이나 비판의견을 국민들로부터 직접 듣고 답하는 방식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 생중계는 자주 할수록 좋다.
근래 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알다시피 소통은 결국 반대의견, 비판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이견에 대한 수렴 없이 같은 의견만을 주고받는 일은 소통이 아니다. 이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소통은 윤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궁금한 것들에 대해 직접 답하고 수렴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롭게 도입한 ‘도어스텝핑’은 소통에 유용한 방식이다. 초반의 겉핥기답변, 준비안된 실언 등은 조금 개선된 듯도 하다. 1회성 질의응답이 아니라, 적어도 한번 정도의 추가 질문과 답변이 있어야 ‘도어스텝핑’이 더 좋은 소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제안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에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답변하고, 불안해 하는 점에 대해 해소해주는 것이 대통령의 소통 방향이고 주제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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