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주 지역의 병합 투표
▲ 헤르손주 지역의 병합 투표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러시아가 강행 중인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주민투표 종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투표가 완료된 이후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자국 영토로 신속하게 편입시킨 후 전쟁의 프레임을 '특수군사작전'에서 '영토 수호'로 규정, 더 적극적이고 맹렬한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시작된 병합 찬반투표가 오는 27일로 종료되는 가운데, 이들 지역의 총 면적은 9만㎢ 이상으로, 60만3천550㎢ 정도인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에 달한다. 헝가리(9만3천30㎢)나 포르투갈(9만2천230㎢)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을 맞은 러시아는 개전 직후부터 장악해온 하르키우주에서 대거 철수했고, 이에 따라 나머지 점령지에 대한 통제력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애초 '국민통합의 날'인 11월 4일로 점쳐졌던 주민투표 시기를 두달 가량 앞당긴 러시아는 투표가 마무리되는 대로 곧장 영토 귀속을 못 박는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방은 이번 병합투표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달 말까지는 전격적으로 영토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8년 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선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17일 크림 자치공화국 점령지에서 실시된 병합 투표가 찬성률 97%로 통과되자 이튿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병조약을 체결하며 영토 귀속을 기정사실화했다. 같은 달 21일 의회 비준과 병합문서 최종 서명까지 법률적 절차를 모두 완료하기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영토 병합 절차를 끝낸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외교적 협상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병합을 서두르는 데에는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을 단단히 확보하고, 점령지 군사력 증강의 토대를 쌓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교전지역을 러시아 자국 영토로 규정하는 것을 통해 전쟁의 성격을 '침공'이 아닌 '방어'로 전환할 수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을 돈바스 등지에서 네오나치 세력으로부터 억압받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특수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해 왔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장래에 러시아 체제에 추가될 영토를 포함해 러시아 영토는 완전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 연방의 모든 법규와 원칙, 전략은 러시아 영토 전체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핵무기 사용 원칙에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점령지가 자국 영토라는 인식 하에 러시아가 방어 차원의 전술핵 사용 등에 나설 가능성 등을 두고도 서방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비확산 체제 의무를 무모하게도 무시하며 유럽을 상대로 공공연한 핵 위협을 했다"며 "핵전쟁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며,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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