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21번 반복하면서 러시아-중국-북한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가치동맹’ 속으로
대통령실 “핵무기·인권·국제적 자유연대 메시지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 대북경고 의미 부여
대통령실 “대통령 연설 10음절로 줄이면 ‘약자 복지의 글로벌 비전’” 약자지원에 의미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자유’가치에 기반한 연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한반도평화’에 대한 제안이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와 연대 : 전환기 해법의 모색(Freedom and Solidarity: Answers to the Watershed Moment)’이란 주제로 ‘자유’를 21번 반복했고 현재에 위기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세계위기의 원인이 러시아(힘에 의한 현상 변경)와 중국(인권유린), 북한이라는 얘기다. 이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는 ‘가치 동맹’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자유’라는 이념가치를 통한 연대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재편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하여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하여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인 ‘분수령의 시점’은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위기의 심각성을 대변함과 동시에 유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우리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엔 시스템과 보편적인 국제 규범 체계가 과연 유용한 것인지에 관하여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이 위기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확고한 연대의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연대의 정신에 입각한 유엔의 시스템과 그동안 보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온 규범 체계가 더욱 강력하게 지지되어야 한다”며 “유엔 시스템과 보편적 규범 체계에 등을 돌리고 이탈하게 된다면 국제사회는 블록화되고 그 위기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돌이켜 보면 UN이 창립된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의미 있는 미션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고 UN군을 파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한 것”이라며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세계 시민의 자유 수호와 확대,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UN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고 거듭 ‘자유’의 가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의 역할에 대해 “진정한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류 공동 번영의 발목을 잡는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인류가 더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이라며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유엔의 역할에 대해 ▲팬데믹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탈탄소 신재생 에너지 기술 공유 ▲디지털 격차 양극화 해소를 위한 협력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사회적 약자 지원 확대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가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기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치료제와 백신연구개발 ACT-A 이니셔티브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3천만 달러 공약 ▲11월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각료회의를 서울 개최 ▲Green ODA를 확대하고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 지원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지원 등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북한이나 한반도평화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집단적 인권유린이라는 용어를 통해 대북 적대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문제라든지 인권의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을 윤 대통령이 언급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어떤 간접적인 메시지, 이런 것들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유에 바탕을 둔 국제사회의 연대라는 거시적 메시지도 보기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라는 말도 했다.

대통령실의 설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연설은 ‘대북 경고 메시지’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북한을 한반도평화의 당사자로 인식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억제’하고 ‘구축’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대해 “이 연설을 10개의 음절 안에 줄일 수 있을까”라며 “‘약자 복지의 글로벌 비전’이 아닐까 싶다”고 평가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말한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들 곁에 정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언급을 들며 이를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