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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의 뜨거운 정치] “스토킹 범죄와 완전히 이별하기 위해”

그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됐다.

서른한 살, 전주환. 
그가 신당역 화장실에서 벌인 스토킹 살인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분노의 여론이 뜨겁다. 지난해 시행됐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스토킹처벌법의 개정과 수개월째 잠자고 있던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의 제정도 화두로 올랐다. 이 분노가 스토킹 범죄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한 해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모두 열 명. 이 중 다섯이 여성에 대한 스토킹 살인, 교제 살인을 저질렀다.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피해자의 여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피해자까지 차례로 죽인 김태현. 사실혼 관계였다가 별거 중인 여성의 자택에 침입해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백광석과 김시남.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며 집과 차량에 10여 차례 침입하고 폭행을 일삼다가, 법원의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내려지자 살해한 김병찬.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어머니를 죽이고 남동생을 중태에 빠트린 이석준.
끔찍한 범죄가 알려질 때마다 세상은 떠들썩해지고 가해자에 대한 비난과 재발방지 요구가 들끓지만 여성을 상대로 한 스토킹 범죄는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우리사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

스토킹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구형받은 전씨는 왜 구속되지 않은 채 선고 하루 전날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1차 고소 때 법원은 전씨의 주거지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2차 고소 때에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2월 구로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했었다. 이처럼 법원과 경찰, 검찰이 스토킹 범죄의 수사와 처벌에 소극적인 것은 우리 사회가 스토킹 범죄에 여전히 무감하고 관대하다는 증거다.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까’라는 말로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서울시의원은 당시 시의회 발언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준비를 했을 서울 시민, 청년’이고 ‘부모 심정은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가해자와 같은 청년들의 정신 건강 지원 사업을 촉구했다. 설령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가해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하더라도 3년간 스토킹과 협박을 당하다 끝내 살해된 피해자를 생각하면 혼잣말로도 해선 안 될 말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이런 말을 내뱉은 것이 과연 이 사람뿐이었을까.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그러나본데, 얼마나 좋으면 그러겠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좀 더 쫓아다녀봐.”
“아직도 너를 못 잊어서 그러는 건데, 네가 맺고 끊음을 잘해야지.”
스토킹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치부하는 말들은 오랜 시간 우리 일상에 존재해왔다. 사람 마음을 나무처럼 찍어대도 ‘좋아서 그랬다’는 말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피해자가 도리어 비난받고 도망 다녀야하는 비정상적인 통념에서 벗어나려면 이 사건을 운 나쁜 개인의 사고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의 결과물로 인식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입법부, 사법부, 여가부 등 모든 국가기관이 그 같은 구조를 유지해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정상화의 시작이다.  

여성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피해자가 야간 근무 중 홀로 신당역 구내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다 살해된 것은 업무상 재해에 따른 산재사망으로 인정돼야 한다. 입사동기인 남성 직원에게 3년간 300여 차례의 전화를 받는 등 스토킹과 불법촬영, 협박을 당하다 두 차례나 고소한 상태였지만 직장인 서울교통공사는 가해자를 직위해제한 것 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근무지와 야간 근무 일정을 파악했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수 없었다면, 야간순찰 시 경찰관처럼 2인1조 규정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일터에서 여성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제도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2019년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대책’이라는 것이 마련되어 위험 작업장의 2인1조 근무가 의무화되었다. 하지만 칸마다 비상벨이 설치될 정도로 범죄의 위험성이 높은 지하철역 내 여자화장실 순찰업무는 2인1조 근무 규정이 없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가 위험하듯 야간 순찰 업무 또한 위험 업무로 규정했어야 한다. 
또한 직장 내 성폭력이 산재로 인정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업재해보상법 등 관련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명시돼있지 않다.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산재 관련법에 성폭력으로부터 여성노동자의 안전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누가 신고했을까’ 수군대는 직원들 틈에서 피해사실을 숨기며 일해야 했던 피해자의 고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일터에 숨죽이며 존재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 개인이 짊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이 아니라 회사가 책임져야할 ‘노동권’으로 규정되어야 제도가 마련되고 실행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두려운 현실에 맞서 홀로 싸웠던 피해자의 희생과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이제 스토킹 범죄와의 완전한 이별에 성공해야만 한다. 

김재연 (前 진보당 상임대표, 19대 국회의원)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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