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현지 교통사정으로 조문 취소”... ‘의전 홀대'논란까지
윤대통령 조문록 “자유 평화 수호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께 애도와 영광”
민주 "외교참사, 외교망신" 국힘 "조문 왜곡 말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조문취소로 '의전홀대' '외교참사' 등 파문이 일고 있다. 2022.9.19 ( ⓒ연합)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조문취소로 '의전홀대' '외교참사' 등 파문이 일고 있다. 2022.9.19 ( ⓒ연합)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문이 ‘교통문제’를 이유로 취소되면서 '외교참사' 파문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국빈자격으로 ‘조문외교’차 영국을 방문했으나 결국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조문을 하지 못한 채 장례식 미사 참석 뒤 처치하우스에서 조문록만 작성했다.

현지의 보도들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 도착한 윤 대통령 부부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조문객들로 인해 도로, 지하철 등 교통 통제 등 교통상황이 좋지 않아 여왕 조문을 포기하고, 공항에서 바로 찰스 3세 국왕이 주재한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버킹엄 궁으로 직행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턴사원에서 거행된 장례식 미사에는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영국 왕실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과 동시대에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2022년 9월19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썼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조문취소’에 대해 1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어제(18일 현지시간)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을 하도록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저희 추정으로는 교통 사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교통 때문에 안전이나 원활한 안내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영국 왕실에서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정상들의 조문 사진과 비교되면서 “조문하러 가서 정작 조문을 못한 것 아니냐. 영국은 왜 갔나” "외교참사"라는 비판과 함께 '의전홀대' 논란도 제기됐다. 

실제 미국 바이든 대통령 부부도 조문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걸어서 참석했으며 일본 나루히토 왕도 조문했다. 그외에 스페인 필리페 국왕, 캐나다·뉴질랜드·이스라엘 정상 그리고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올레나 젤렌스키 영부인도 모두 조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윤 대통령 부부는 교통사정으로 조문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한때 윤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들과 달리 ‘조문 일정에 공식 초청받지 못해 영국 왕실과 정부 측으로부터 불충분한 의전을 받았다’는 '의전홀대' 정보지가 유통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수석은 "위로와 애도가 줄을 이어야 하는 전 세계적인 슬픈 날"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국내 정치를 위한 이런 슬픔이 활용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마치 우리가 홀대받은 것처럼 폄하하려는 시도, 그것을 루머와 그럴듯한 거짓으로 덮는 시도에 대해선 잘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영국 도대체 왜 갔나...외교참사, 빈손순방, 외교망신”

윤 대통령의 ‘조문취소’ 사태에 대해 ‘외교참사’ ‘빈손순방’ ‘외교망신’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영국을 도대체 왜 갔습니까?”라고 비난했다.

안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취소 소식이 영국에서 전해졌다”며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목적을 ‘경제 외교의 기반 확대’라며 ‘조문 외교’를 강조했다. 그러나 교통 통제를 핑계로 조문을 취소했다”면서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G7 국가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뤼도 캐나다 총리, 왕치산 중국 부주석은 물론이고, 영연방 국가가 아닌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부부도 국빈 자격으로 조문했다”며 “일반 시민의 조문 행렬에 직접 합류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오랜 시간을 대기한 뒤에 조문을 마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문 취소를 발표할 것이었으면,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영국에 도대체 왜 간 것이냐”며 “왜 다른 나라 정상들은 가능한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만 불가능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대통령 부부의 조문이 자진 취소인 것인지, 아니면 사전 조율 없는 방문으로 조문이 거절된 것인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시작한지 4개월에 불과한데 ‘외교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순방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빈손 순방’이 되진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외교 일정에서라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적 행태, 이제는 외교도 망신이냐”고 비난을 쏟아부었다.

황 대변인은 한일정상회담 문제도 따졌다. “대통령실이 지난 15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에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히자 일본 관방장관이 한국 측의 일방적 발표에 항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양국 간에 합의된 사항인지 아니면 일방적인 우리 정부의 바람이나 과장된 홍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와 민생에만 무능한 줄 알았더니, 외교에서도 헛발질을 했다면 국민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흴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제발 정신 차리고 국민 자존심을 저버리는 외교 행태를 즉각 멈추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조문취소 아니다... 사실관계 바로 잡아라”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세에 “추모를 위한 정상외교를 왜곡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은 한국시간 오늘 저녁 7시(현지 시간 오전 11시)에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윤 대통령의 故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이 취소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문 취소’라는 왜곡한 논평을 작성해 배포했다”며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실패한다고 야당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좁은 소견”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외교 참사’, ‘빈손 순방’을 우려하고 있지만, 진심으로 국익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정정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무엇보다 전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추모를 두고 정치공세는 슬픔에 잠겨 있는 영국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라며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은 변경될 수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진심으로 故 엘리자베스 2세 영면을 기원하고 영국 국민께 깊은 애도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실패한다고 야당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좁은 소견”이라며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표이고,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의 국익을 이룰 수 있고 국격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 "완전 창피한 일" "반드시 문책해야"

장윤선 정치전문기자는 이날 저녁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 "제가 전직 의전비서관 등을 취재를 해보니까 실제로 대통령의 일정이 이렇게 유동적으로 짜여진다는 것은 사실 의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 간에 이어지는 외교절차에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상황이 아무리 엄중하고 교통이 막히고 어떤 일이 있다 하더라도 비서들은 반드시 그 일을 해내는 게 임무라는 것"이라며 "이것은 현지에 있는 대사관, 그리고 우리 외교부, 그리고 의전비서관이 무언가 착오를 일으켰거나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같은 방송인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 "완전 창피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장 소장은 "교통상황이 막히더라도 대통령께서 조문하실 수 있도록 다 여러 가지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게 공무원들이 할 일인데 그것을 안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해가 안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 당연히 문책감이다. 꼭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문책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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