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하우스 오브 유니언' 필라홀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추모객들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시신이 놓인 관 앞을 지나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하우스 오브 유니언' 필라홀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추모객들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시신이 놓인 관 앞을 지나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별세한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엄수됐다. 

AP·AFP·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모스크바 도심에 있는 '하우스 오브 유니언' 필라홀에서 거행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몰렸다.

추모객들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시신이 놓인 관 앞에 장미와 꽃다발을 헌화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인의 외동딸인 이리나와 두 손녀가 곁을 지켰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장(國葬)으로 치러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가 경호와 의장대를 지원하는 등 국장급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소비에트연방(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에 일정상 참석하지 않고 대신 병원에서 헌화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이 9월 3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불행히도 (푸틴) 대통령은 업무 일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통령은 오늘 칼리닌그라드로 떠났다. 하지만 떠나기 전 중앙임상병원에 들러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작별을 고하고 헌화하고 왔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서 집권한 이래 전제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 2009년 5월 26일 강원 화천군 평화의 댐에서 열린 세계 평화의종공원 준공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6.25 전사자 위령탑을 찾아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09년 5월 26일 강원 화천군 평화의 댐에서 열린 세계 평화의종공원 준공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6.25 전사자 위령탑을 찾아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을 사실상 용인하고, 개혁 개방 정책으로 40년 넘는 '철의 장막'을 거둬내고 냉전체제 해체의 주역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1989년 민주화 시위가 동유럽 공산주의권 국가를 휩쓸 때 과거 이들 국가에 대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한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폐기한 것이다.

특히 그해 12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몰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동안 계속된 냉전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 같은 공로로 이듬해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처럼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동구권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소련의 해체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동구권을 서방에 넘겨준 '배신자'라는 혹평도 받는다.

2000년 5월 권좌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에 의한 옛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불렀다.

준비되지 않은 급진적 개혁이 결과적으로 경제적 혼란과 소련의 해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냉전 말기 경제 침체에 체르노빌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섣불리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물가 급등과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1989년에는 소련의 초대 대통령이 되지만 1991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 이후 급격히 권력 기반을 잃었고 소련도 공식 해체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득표율은 미미했고, 최근에는 모스크바 외곽의 전원주택인 다차(dacha)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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