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2022.3.11
▲ 3월 1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2022.3.11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오는 10월 16일 개막하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과 그에 따른 중국 정치의 변화 측면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의 중국에서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는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어 갈 지도부 인선을 결정하고, 정치·경제·외교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최대 정치 행사다.

대다수 관측통은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직에 유임됨으로써 최소 5년간 집권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가 된 시 주석은 2017년 제19차 당 대회에서 유임됐고, 이번 당 대회에서 집권 3기를 열게 될 전망이다.

당 대회 개최 일정을 확정한 30일의 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 결과 보도문은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 전면적 관철', '공동부유의 내실 있는 추진',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추동',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전면 추진' 등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강조해온 국정 어젠다와 슬로건이 보도문에 대거 포함됐다.

또한 보도문은 '신시대 이래의 중대한 성취와 귀한 경험'을 총결산하는 것을 당 대회 의제의 하나로 거론했는데, 여기서 '신시대'는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홍콩 신문 명보가 31일 보도했다.

이미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기 연임(매 임기 5년씩 15년) 금지 규정을 없앰으로써 시 주석 집권 연장의 법적 장애물은 사라졌다. 또 작년 11월 채택된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의 결의)를 통해 시 주석 집권 연장에 대한 사상 측면의 사전 정지작업도 마친 상태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은 단순히 전임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집권 기간(10년)을 넘어서는 '초장기 집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시 주석 집권 10년 동안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사후 정착해 내려온 집단지도 체제의 전통은 약화했고 대신 시 주석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됐는데, 이런 '집중통일영도' 경향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런 흐름이 마오쩌둥 시대의 '무소불위 1인 통치'로 회귀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최고 지도부인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총서기 목소리가 더 강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원들의 협의에 따른 의사결정, 파벌 간 견제·균형,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발탁해 둠으로써 정치투쟁의 여지를 줄인 것 등 집단지도 체제를 구성해온 요소들이 시 주석 집권 10년간 점차 약화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덩샤오핑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면서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과 같은 마오 1인 독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집단지도의 핵심 요소들이 시 주석의 집권 연장과 함께 더욱 빠르게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31일 "과거 중국의 영도 체제는 다수결을 의미하는 민주집중제와 집단 지도체제를 두 축으로 했는데, 지금은 그 표현들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그것을 '집중통일영도'가 대체했는데, 결국 무엇으로의 집중과 통일이냐만 남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되면 덩샤오핑 시대의 유산으로 남아있던 정치 제도들이 소멸되고, 새로운 지도 체제와 의사결정 및 권력 운용 방식이 공식화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20차 당 대회를 전망했다.

결국 1인 체제 가속화는 더욱 신속하고 과단성 있는 정책 추진과 정책 착오를 막는 견제 장치의 약화를 동시에 의미하는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울러 다수가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은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 구도가 유지 또는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덩샤오핑 이래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 기조를 접고, '대국굴기', '중국몽'.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온 시 주석의 대외 기조가 집권 3기에도 계속될 것이며, 이는 미중 신냉전의 심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특히 시 주석이 집권 연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업적 만들기 차원에서 대만 통일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경우 미·중 갈등은 본격적 군사적 대치로 비화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을 제외하고 '물음표'로 남아 있는 다른 인선이 다양한 예상 속에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형국이다. 내년 3월 총리 임기가 끝나는 '2인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직을 유지할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의 차세대 주자인 후춘화 부총리가 리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지, 천민얼 충칭 당 서기, 리창 상하이 당 서기, 딩쉐샹 중앙 판공청 주임 등 시 주석 측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얼마나 진출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친 시진핑' 색채가 강화할지는 시 주석 집권 3기의 1인 체제 가속화의 변수다. 중화권 매체들은 당 대회 일정이 발표됐다는 것은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권력 내부의 논의가 마무리된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경제 상황 등 중국 사회가 당면한 중대 도전 요소들의 전개 상황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