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 많지만 구체적 성과물 도출 없어
아직 신약개발 활용도는 낮아…걸음마 단계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 선행돼야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야…해외에서도 뚜렷한 결과물 낸 적 없어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차지하는 AI 현 주소 직시해야…이벤트성 활용에는 경계해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폴리뉴스 최성모 기자] 잇따른 AI 활용으로 신약개발을 앞당긴다는 장밋빛 전망이 있았다. 우리나라도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하다는 소식은 대략 4~5년 전부터 들렸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AI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지양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덧붙여 AI 이슈화도 제약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AI는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AI를 활용한 신 기술들이 산업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특히 혁신과 변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산업계 전반에는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AI 활용한 신약개발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제약 바이오업계는 그동안 자체 연구소에서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임상 연구 등 신약개발 전 주기를 진행해 왔으나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AI의 영역이 제약회사의 R&D영역까지 포함되고 있다. 신약개발은 널리 알려진 대로 10년을 훌쩍 넘기고 대체로 1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도전은 견고하게 성을 쌓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 일일이 쏟아지는 수백 편의 논문을 읽고 분석해야 하는 등 신약을 개발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획기적으로 신약개발을 단축하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AI의 도입은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으로 전망됐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AI의 활용가치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시류를 쫓아가기 위해 우리나라 제약회사들도 신약개발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길게는 4~5년 전부터, 짧게는 1~4개월 전부터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신약개발 노하우가 적고 R&D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AI는 신약개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신약 물질을 찾아내는 데 일정 부분 활용되고 있다. 

AI의 도입을 가장 일찍 도입한 제약기업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을 필두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유한양행은 2018년 4월 신테카바이오와 유전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인공지능 플랫폼을 이용한 항암 활성 물질 발굴, 임상시험 환자 유전체 분석을 통한 바이오마커 발굴 등 비롯해 신약개발에 해당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상호협력 및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유한양행은 야심 차게 시도했지만, 아직 AI를 활용해 그 어떤 결과물을 냈다는 소식은 없다. 신약개발에 활용되는 AI의 활용도 역시 성과물을 내기까지는 긴 시간이 절실히 요구되는 듯했다. 

이에 대해 A 제약바이오 한 관계자는 “아직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걸음마 단계다. 제약업계는 현재 새로운 물질 개발에 한계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람보다 AI를 활용해서 신 물질을 찾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다”라면서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기간을 단축하려는 노력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물은 내지 못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0월 심플렉스와 중추신경계(CNS)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AI 신약개발에 동참했다. 아직 판단하기에 섣부른 감이 있지만, 동아에스티도 아직 AI를 활용해 구체적인 성과물을 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B 제약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많지만, 아직 AI를 활용한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해내지는 못했다.”라면서 “AI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노하우와 기술력이 모두 부족하다. 기술력이 선행돼야 AI 활용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는 데, 아직은 기술력 축적에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물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상위권 기업들의 주도하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전략은 중견 제약사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위권 제약사보다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적고 인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신약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맞춤형 전략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2일 캐나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사이클리카와와 AI 신약개발 공동연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3일에는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 ‘심플렉스’와 AI 신약개발 공동연구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다고 AI에 대한 가능성까지 폄훼할 순 없다. 하지만 산업계 전반적인 활용성을 비롯해 제약 바이오업계에서 AI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자칫하면 AI가 기술력이 대두되는 것이 아닌 일종의 이벤트성으로 잘 못 활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AI 신약개발의 큰 축을 담당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는 듯했다.  

제약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AI 관련해서 신약을 개발한 사례가 없다”라면서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인 데다, 널리 알려졌듯이 신약개발에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AI도 인프라가 숙성돼야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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