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주제 “취임 100일 윤석열 정권, 국민의 불신과 불안 어떻게 치유해 갈까?
홍형식 “신자유주의 한계 경험한 국민들, 위기 해결책없는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주장 더욱 불안”
차재원 “공정과상식의 초심과 국민의 관점 눈높이, 두가지만 충실하면 윤대통령 위기 극복 가능”
황장수 “목전에 다가온 경제위기, 윤대통령이 기득권에 시스템적으로 포획되어 있다면 극복 어렵다”
김능구 “스스로 난국 타개 해법 찾고 국회에서 야당과 협치하는 대통령, 위기 극복의 시발점이다”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사상 초유의 낮은 국정지지율 속에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도 미래 약속도 담기지 않은 메시지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8월 24일, “취임 100일 윤석열 정권, 국민의 불신과 불안 어떻게 해결해 갈까?”라는 제목 하에, 경제위기의 우려 속에 난맥상을 겪고 있는 정치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정국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김능구 : 오늘 폴리뉴스 22주년 창간기념식이 있었는데,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축사를 통해 우리 좌담회를 언급하며 ‘매번 고맙게 잘 보고 있다’고 했다. 8월 좌담회를 시작하겠다.

윤석열 정권 취임 100일이 지났다. 사상 유례 없는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국정 동력이 살아날까’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끝없이 추락하던 지지율이 최근 약간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데, 먼저 홍 소장님이 짚어주기 바란다.

홍형식 : 취임 100일, 사실 정당 지지율 등은 별 관심이 없고 제일 중요한 게 대통령 지지율인데 현재 30% 내외다. 평균적으로 봐서 전화 면접 조사는 30%가 채 안 나오고 ARS 방식으로 하면 그래도 30%는 넘어서, 방식의 차이가 한 2%~3%p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대체적으로 ARS 조사는 정치 고관심층이다보니 아무래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답하지 않나 보인다.

제일 이슈가 된 여론조사는 갤럽 조사였다. 24%까지 떨어졌다가 지금 그나마 28%까지 회복했는데, 사실 24%라는 것은 굉장한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윤 대통령의 대선 때 득표율이 48.6%인데, 24%면 지난 대선에서 지지했던 사람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이 이탈한 모습이고, 굉장한 위기상황의 수치였다. 사실 24%에서 더 떨어졌다면 현 정부로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거다.

그로부터 두 차례, 2주에 걸쳐서 28%까지 소폭 반등을 했고, 이런 추세는 다른 조사 기관도 마찬가지다. 한 2주 전을 기점으로 해서 1~2%p, 혹은 3~4%p 반등하고 있는 형국이고, 그래서 이제 3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김능구 : 취임 100일 전후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쇄신이 있나, 없나’가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뭔가 시사하는 말을 한 것 같기도 했는데 결과는 역시 아니었다. 평가를 해보자.

차재원 : 저도 나름대로 100일 기자회견에 상당한 기대를 했다. 100일 기자회견 직전에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갔고, 휴가 직전에 사실 지지율이 거의 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에,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정치적 모멘텀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휴가 기간 중에 정리된 생각들이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까 ‘지지율 떨어진 원인을 계속 분석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떨어진 지지율에서 탈출하기 위한 뭔가 액션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100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거의 3분의 1을 모두 발언에 썼는데, 그동안 잘했다는 이야기만 쭉 했다. 듣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좀 황당한 게, 국정 지지율이라는 것이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대통령에게 매기는 지표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24%까지 떨어지고 30% 밑으로 내려갔으면 낙제점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내가 잘못했으니까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그동안 내가 잘했다는 이야기만 쭉 읊어 놓은 거다.

결과적으로 뭘 했느냐. 인사 말씀하셨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었다. 사실 대통령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국정 책임을 지고 있는 참모들 더 나아가 내각에 뭔가 변화를 기대했는데, 지금 바꾼 건 딱 한 명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바꿨다. 결국 이것은 ‘나는 잘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홍보가 제대로 안 돼서 이렇게 된 거다. 이것만 바꾸면 된다’는 메시지하고 똑같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은 정말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닐까 보이는데, 그렇다면 ‘탈출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능구 : 황 소장님은 역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계속 쇄신 문제를 제기해 왔다. 비교해서 보자면 이번에는 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8.17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8.17

황장수 : 사실 인사 문제를 지적하고 도어스테핑 등의 태도나 자세를 이야기하고 또 부인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이런 것 다 엉망이라도 제가 볼 때 하나만 맞으면 지지율은 유지될 수 있다. 트럼프를 한번 보면, 두 번째 떨어질 때 47%, 역대 대통령들이 얻은 표보다 더 많이 얻고 낙선했는데, 바이든이 좀 더 많은 표를 얻었을 뿐이다. 트럼프가 4년 동안 거의 진상 대통령의 진수를 보여줬는데도 47%를 득표했다는 건 뭘 의미하는가? 결국은 자기 지지층인 국민들에게 부합되는 가치들을 실천하는가, 정책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는가의 문제라는 거다.

이번에 일부 자세의 교정이 있었고 피드백 반응이 좀 빨라진 것도 같다. 세모녀 사건 대응이나 어제 대 하수도에 장화 신고 들어간 거라든지, 청와대 비서실 기강잡기에 들어가서 일부 비서진을 교체한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본질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저렇게 노골적으로 기득권적인 마인드를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이야기한 사람이 없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4차 산업 규제완화를 이야기하는데, 대한민국에 그것만 있나? 한국의 최고 대기업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심지어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기 생각까지도 강조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랐지만, 후보 때부터, 인수위 때, 대통령 되고 나서까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이제 ‘윤 대통령은 기득권을 지향하는 사람이다’라는 시각이 사람들한테 형성되면서, 그를 소극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이 다 빠지고 오도가도 못하는 강경 보수들만 남아 있는 게 현재 지지율이라고 본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친 기득권 성향에 대한 청산과 결별이 없으면 잘 안 될 거다. 과거에 MB는 말로라도 ‘중도 실용과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촛불 이후 임기 말까지 쇼를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런 것과 전혀 관계없이 지금도 한국 최상층에 대한 친 기득권적인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 국민이 봤을 때 이게 ‘기업 국가냐 국민 국가냐’에 대한 혼돈이 오는 거다. 그게 핵심인데, 그걸 모르면 조금 올라가다가 또 내려가고 또 올라가다 내려가면서 결국 계속 못 올라오는 상황이 빨리 벌어질 수 있다.

홍형식 : 황 소장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아마 앞으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갈 계기가 몇 번 있을 거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올라가도 소폭의 반등 정도만 있지 본격적인 반등은 없을 거다.

현 정부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을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 되돌려놓는다는 취지였는데, 거기에는 두 가지 기류가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극 보수의 세력들이고, 반면 과거 정부가 잘못되어 있으니 제도적, 관행적으로 정상적으로 되돌려 놓기를 바라는 사람들, 중도층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윤 정부의 국정운영은 후자보다도 전자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즉 과거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그것을 처벌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지, 이것을 어떻게 정상적인 사회의 법칙, 공정, 상식으로 만들어 갈 것이냐에 대한 비전이나 로드맵이 없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이탈한 중도층이 복귀하지 않는 것이고, 그야말로 48.6%의 절반, 반쪽 수준의 지지율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역대 대통령이 썼던 단어를 유심히 보면, 민주당은 모두 ‘시민’이라는 용어를 쓴다. 반면 박근혜는 ‘국민’을 썼는데 이명박은 ‘개인’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배웠던 이명박 대통령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유’란 용어를 쓴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의 가치, 자유가 작동되는 사회가, 우리나라의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국민들이 생각하는 자유와 시스템하고 일치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더욱이 자유에 따라오는 게 자유시장경제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이 현재의 경제 위기, 안보 위기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인데, 본인의 신념을 너무 강화시켜서 추진하고 있다. 상식적인 것인데 자유시장 경제가 작동될 때는 결국 기득권한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황 소장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 하나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문재인을 이길 때 했던 캠페인을 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를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무너졌는데, 그때 박근혜가 이야기한 것이 ‘원칙이 선 자본주의’다. 경쟁을 하되 법 지키고 원칙 지키라는 것이었고, 거기에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그래서 행복한 사회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준비가 안 된 문재인은 기껏 ‘이명박근혜’나 ‘박정희 딸’ 이야기하다가 졌다.

경제 위기로 소외계층, 취약계층들한테 가장 어려울 때 신자유주의가 위기를 극복하는 노선이 아니라는 걸 우리 국민들은 이미 과거 정권을 통해서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위기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없이 자꾸 신자유주의를 이야기하니까 국민들은 두려운 거다.

김능구 : 엊그제 이준석의 탄원서에 신군부 이야기가 나오고,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을 전두환에 비유한 거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군대와 비슷한 조직이 검찰 조직이고, 전두환이 군인 생활만 쭉 했듯이 윤 대통령은 검찰만 26년 했으니 일맥 상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홍 소장님이 여러 경제 이야기도 했는데, 우리가 잘 알 듯이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는 자기가 문외한이니까 전문가에게 맡겼다는 거고, 그런 부분은 오히려 높이 평가받는다. 실제로는 당시 3저 호황 때문에 경제가 좋아진 건데, 지금은 국내·외 경제가 3고의 아주 안 좋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두환 못지않게 경제에 대해서 모를 텐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걱정이 앞선다.

한가지 생각나는 게 대선 경선 때 밀턴 프리드만을 이야기했다. 외국 경제학자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걸 보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사람들이 착각할 정도였다.

황장수 : 그런데 그 책은 다 읽은 사람이 거의 없고, 특히 읽었으면 80년대에 읽었지 나이 들어서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80년대 민주화운동 시대에 밀턴 프리트만을 굳이 찾아서 읽었다는 것도 웃긴데, 그런 신자유주의는 80년대 레이건, 대처 시대에 이미 끝난 거다. 지금 세계경제와 자본주의 자체가 위기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이야기하면 ‘망할 선택’의 자유다.

김능구 :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에 충돌된 게 ‘후보는 짜놓은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이야기였고, 당시 윤핵관들이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해서 김종인과 결별한 거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볼 때, 본인이 국정 운영에 대한 마스터 플랜은 커녕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러 이야기 속에서 ‘왜 대통령이 됐나? 대통령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도 많다.

자기의 부족함을 보완해 줄 수 있고 컨설팅할 수 있는 사람이나 집단에 빨리 도움을 요청해야 되는데, 지금 주변에서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제가 알기로는,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현재는 ‘윤석열 정부 5년간은 관계를 안 하겠다, 발언을 안 하겠다’는 식으로 모두 다 선을 긋고 있다는 거다.

황장수 : 과거에 노무현 정권 이후에 좌파 진영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하나 만들었는데,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 ‘삼성 공화국’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권과 삼성 간의 관계를 보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국정운영 방향을 가르쳐주고 차관급 이상 공무원들을 삼성 연수원에서 교육시키고, 또 삼성에서 장관도 내는 식으로 하면서 한미 FTA도 하고 했었다.

지금 문제가 뭔가 하면, 단순히 대통령의 인맥 문제 같으면 교정이 빨리 될 수 있다. 본인이 어느 날 자기 가족이나 진짜 가까운 사람과 논의해서 돌파구를 열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까 말한대로 ‘기득권에 시스템적으로 포획돼 있는 단계’라면 그렇게 안 된다. 저는 나라가 망하지 않아야 된다는 입장에서 윤 정권이 돌파를 잘하기 바라는데, 이게 노무현 정권과 비슷한 형태로 기득권에 시스템적으로 포획되어 있다면 극복이 쉽지가 않을 거다.

문제는 노무현 정권 때는 경제 위기가 안 왔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본인은 손수건 돌리기 하다가 딱 걸린 것처럼 억울하겠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교묘하게 피해온 경제 위기가 본격화될 거라고 본다. 지금 환율, 금리부터 무역 적자와 부채 등 모든 수치가 감당 불가한 먹구름이 몰려온다고 가리키고 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태도로는 돌파가 아니라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YS 정권이 IMF에 완전히 붕괴됐는데, 임기 말에 와서 그 정도였지 저는 임기 초에 왔어도 붕괴됐을 거라고 본다. 윤 정권이 빨리 방향 모색을 안 하면 견디기 어려울 거다.

김능구 : 폴리뉴스의 모닝 브리핑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한테 매일 아침 개인 휴대폰으로 전달된다. 현재 아주 중층적으로 겹쳐있는 문제, 정말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우리 대통령이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얘기해 보자. 차 교수님, 어떻게 해야 되나?

차재원 : 황 소장님 말씀하신대로 ‘기득권에 포획돼 있다’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될 문제는 그것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결국 이 모든 것은 ‘본인이 문제를 인식하고 본인이 바뀌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번 휴가 끝나고 첫날 출근길에, 본인이 즉석문답에서 정말 중요한 키워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초심을 생각해봤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걸 ‘국민 관점에서 생각하겠다’고 했다. 저는 그 진단 자체는 상당히 잘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정치권에 뛰어들 때 내세웠던 명분이 ‘공정과 상식’이었고, 그것이 바로 초심이다. 그런데 그 초심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인사에서 드러났듯이 과거 검찰에 데리고 있었던 측근들을,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거의 정부 전 요직에 다 꼽았다. 이런 식의 아주 편중된 인사 자체가 상당히 공정하지 못하다. 어떻게 검찰 출신들이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을까. 어느 하나 특정 직역이 이런 식으로 전체를 석권하는 일은 군부 쿠데타 이외에는 없는 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것은 공정이 아니다.

대통령실의 채용 논란 같은 경우, 어제도 국회 운영위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사적 채용이 옛날에도 있었다’고 했지만, 사적 채용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그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갔느냐,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과의 친소관계에 의해서 많은 캠프의 사람들을 제치고 그런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발탁됐다면 상식적이지 못한 거다. 더구나 공정과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이러한 인사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서 다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두 번째는 국민적 관점이다. 국민이 사실 이런 인사의 편중, 정책의 잘못을 따갑게 질책하고 있는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리고 검찰 측근들 요직에 앉힌 것에 대해서 ‘필요하면 또 더 하겠다. 전 정권에 이렇게 도덕적인 사람 봤냐’는 식으로, 국민들을 가르치려 든다는 거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즉석문답이라는 형식 자체는 우리가 높이 평가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국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방적인 소통 창구로 만들어 버리니까, 국민의 관점하고 벌어지는 거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본인이 생각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초심, 그리고 국민의 관점이라는 눈높이, 이 두 개만 제대로 맞추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생각인데, 100일을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도 여러 가지 대응 자체가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우려가 커지는 거다.

홍형식 : 부연해서 설명드리면, 제일 갑갑한 게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한 법치, 공정, 상식과 국민들 특히 중도층이 생각하는 법치, 공정, 상식이 눈높이가 안 맞다는 것, 저는 사이클이 안 맞다고도 표현하는데, 그 괴리가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민들한테 법치가 뭐냐 그러면 딱 한마디로 ‘법앞의 평등’이라고 한다. 그게 기본적인 상식이다. 공정이라면 ‘기회 공정’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다른 공정도 부가될 수 있겠지만 그게 기본적인 거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라는 국힘당의 핵심 세력들이 인식하는 공정, 상식, 법치가 이것과 괴리가 너무 크다.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걸 못 맞추니까 문제가 되는 건데, 못 맞추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보통 사람들하고 같은 레벨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법치, 상식, 공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두 번째 그걸 하는 순간 자기의 기득권을 내놔야 하는데, 이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거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레토릭이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 차이를 적절하게 조율해가면 좋은데, 사실 보수는 이념이라는 게 없다 보니까 자기의 신념을 강화시킨다. 자기가 생각할 때 ‘이게 법치고 이게 공정, 이게 상식’이라고 하는 건데, 윤 대통령과 현재 통치하는 세력들은 지나치게 그 생각을 확신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더 세게 밀어붙이고 평균적인 국민들의 생각과 더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다. 그것이 인사로 나타나고 도어스태핑에도 나타나고, 또 문자 주고받는 걸로 나타날 뿐인 거고, 핵심은 그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의 구조가 크게 다르다는데 있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 이후 우리나라 보수 세력들이 한 번이라도 자기 반성을 제대로 하고 정권 잡은 적이 있나? DJ 때부터 계속 공격만 했다. DJ는 좌파 빨갱이라고 공격했고, 노무현은 탄핵을 시도했고 문재인 때도 그랬다. 물론 그 역작용으로 진보도 보수 세력을 공격했지만, 그 과정에 보수는 한 번도 자기 혁신을 해본 적이 없다. 옛날 박근혜 텐트 시절도 있었지만 솔직히 그것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결국은 그것이 한 40년 쌓이고 나니까,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의 인식과 보수 집권층의 인식이 화성과 금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너무 큰 거다. 그 눈높이 어떻게 맞출지 모르겠다.

김능구 : 답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저는 오히려 지금 시점에 국민들이 좀 찬찬하게 다시 복기를 해야된다는 생각을 한다. 언론도 그 방향에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 여든 야든 우리가 잘 아는 국정의 경륜이 있고 나름대로 마스터 플랜도 갖고 있는 노련한 후보들이 있었다.

그런데 여야 모두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고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그 결과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는 시대 정신과 국정 마스터 플랜에 대해서 국민들한테 제시하고 그걸 평가받고 국민들도 그걸 통해서 우리나라의 문제와 해법을 함께 나누면서 선택하는, 그런 진취적인 대선의 과정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오히려 비호감 대선이라는 자조가 지배했다.

양 후보를 결정할 때 물론 당원들이 중심이었지만 국민들이 다 결합된 선거였고, 대통령 선거는 말할 것도 없이 국민들이 선택한 거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보면 국민이 자기의 대표를, 자기의 대통령을 뽑은 것이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래서 그 부분을 국민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되고 언론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현재 이 나라와 이 사회의 문제점을 봤을 때 누구나 다 이야기한다. 불평등 양극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기후위기에서 또 4차 산업혁명에서 점점 심화되는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가져오는 사람, 그리고 남·북 문제의 해법을 가져온 사람이 국정을 쥐고 나가야 되는 건데, 그 기준에서 각 당 후보 그리고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는 거다.

정권 초기지만 지금이라도 이 부분이 부각되어야 되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점을 정말 심각하게 찬찬히 봐야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해서 엄청나게 공격을 받았었다. 여소야대 속에서 그랬는데 지금도 여소야대다. 아마 올 정기국회에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어느 것 하나도 국회를 통과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협치라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없고 진보·보수도 없다. 이 부분의 해법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만나야 되고 국회에서 이걸 풀어나갈 수 있도록 야당과 협치하는 일, 위기 극복과 국정 동력 회복의 시발점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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