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중국 일각에서 견제하는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윤 대통령 행보에 대한 경계심이 중국 일부 관영매체 보도 등에서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맞이한 광복절(중국은 일본 패전일로 칭함)에 한국과 중국 대일 메시지의 방향성은 일본의 역사 인식 정립을 촉구하는 측면에서 공통분모가 있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랐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일관계의 회복과 발전을 강조한 반면,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16일 '일본의 침략 역사를 거론하지 않은 윤 대통령 광복절 연설이 일본에 영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판에 실었다. 
    서울 주재 특파원이 작성한 이 기사에서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일본의 침략 역사와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지 않은 점,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한국 광복회 회장, 일제강제동원 시민연합 등의 입장 표명 내용을 전했다. 
    환구시보는 직접적인 논평은 자제했지만, 연설에 대한 일제 식민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윤 대통령 연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냈다.
    또 환구시보 총편집장 출신인 대표적 관변 언론인 후시진 씨는 15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인들은 당연히 군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죄를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는 한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일본의 역사에 대한 태도를 계속 추궁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엄중히 막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한중이 일본 군국주의 진영을 성토하는 공동의 노력을 해서 미국 정부가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 기사와 후시진의 글에는 한일 협력이 한미일 3국간 공조 강화로 연결될 것을 견제하는 중국의 시각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한미일 3각 공조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 임기 중 한일이 접근함으로써 한미일 공조가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으로 볼 수 있다.  
    한미일 공조 강화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수단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를 보는 중국의 주된 시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을 견제하는 대오에서 한국이 이탈하지 않기를 바라는 시각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윤 대통령 경축사 관련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공동 위협에 직면한 한일의 역사적 분쟁 극복 필요성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SCMP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항한 한일의 단일대오 형성을 원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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