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의 유입·운영·사용 세 가지를 모두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뿐”
“후원회의 설치를 모든 정치인과 개인에게 허용해야”
“군소정당도 국고보조금을 주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소위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지금의 정치자금법을 대표 발의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법이 정상적인 정치 활동과 국회 입법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소와 규제들이 많아서 한두 차례 선거를 거치고 나면 개정될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몇 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20년 가까이 유지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골자는 기업과 단체의 기부를 허용하고 현재의 투명성을 유지한다면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사용범위를 넓게 인정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는 정치 불신, 국회 불신이 강력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어떤 정치인도 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다는 악역을 회피해왔다.

정치자금법의 키를 쥔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의 구성의 건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2.7.22 [국회사진기자단]
▲ 정치자금법의 키를 쥔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의 구성의 건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2022.7.22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자금의 유입·운영·사용 세 가지를 모두 규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

정치권은 물론 정치학계에서도 ‘기업 및 단체의 기부 금지’ 조항을 폐지하고, 회계 보고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최소화한 법”이라고 말하며 “정치자금의 유입·운영·사용 세 가지를 모두 규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누구한테 걷었고, 어떻게 쓰였는지,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강화하는 방향”이라며 “정치자금의 유입과 사용을 묶어 규제하기보다 정보공개를 강화해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2018.8.11. 경향신문)

기업과 단체의 사회공헌적 성격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는 개선돼야

2015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토론회에서 윤석근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책실장은 “과거 정경유착의 폐해 등으로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일절 금지하였으며, 그 결과 정치자금 문화의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 그러나 단체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과 대가성이 전혀 없는 사회공헌적 성격의 정치자금 기부까지 금지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제도개선 논의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실장은 개선 방안으로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은 기부를 허용하되, 방식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으로 제한하고 단체별로 연간 1억원 이내로 하는 안”과 “기업은 정경유착의 우려가 있으므로 지금처럼 제한을 두되, 단체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사표시로서 기부를 허용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 참여연대가 펴낸 ‘21대 국회가 우선 다뤄야 할 11대 분야 70개 입법⋅정책과제’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정치인 혹은 정당이 국민의 의사를 형성하고 대변하는 활동을 수행하는 정치활동의 물적 토대로, 정치자금의 대원칙인 ‘소액 다수 후원의 활성화와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에 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자료에서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지방의회 의원 등의 정치자금 모금을 제한하여 신진 정치인에게 진입장벽을 두고 있으며, 국고보조금 배분에서 교섭단체 우선 배분의 방식을 채택하여 국민적 지지 의사를 정치자금 배분 과정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 또한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공개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여 정치자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외 선진국 대다수가 단체와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 사실상 허용

해외 주요 국가의 정치자금 관련 법을 보더라도 일부 규제가 있지만, 기업과 노동조합 등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선거운동법(Federal Election Campaign Act of 1971)에 의해 기업 등의 단체는 직접 기부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기 위한 자금의 모금을 목적으로 조직 운영되는 단체인 PAC(정치활동위원회)를 통해서 얼마든지 기업과 단체의 기부가 사실상 가능하다.

PAC을 통해 정치후원금 기부는 기업 및 단체는 연간 5,000달러 이내로 기부할 수 있고,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와의 제휴 또는 연계 없이 조직 및 운영되는 이른바 ‘Super PAC’ 경우, 기업 등의 단체는 특정 기부금 한도의 규제를 받지 않고 제한 없이 정치기부를 할 수 있다.

기업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직접 기부할 수는 없지만, ‘Super PAC’을 설립하여 광고 등을 통해 사실상 자유로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은 기업과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금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 자유로운 기부를 허용하되, 철저한 정치자금 보고 및 공개 의무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단 기업은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한다.

독일 역시 독일기본법 제21조에 따라 정치자금의 규제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전반적으로 개인이나 법인의 기부를 금지하거나 절대적 한도를 두지 않고 있으며, 지출한도액 등 지출에 대한 제한 규정도 없다. (단, 직접 현금 전달은 1,000유로로 제한)

일본의 경우는 ‘정당’에 대한 법인과 단체에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는데, 직접 기부를 받을 수 없고, 정당의 정치자금단체를 통해서 기부받을 수 있다. 정치인도 정치자금단체를 통해야 하지만 법인과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자금 유통구조는, 기업과 단체 등은 ‘정당 정치자금단체’에 기부하고, 정당의 정치자금단체가 소속 정치인에게 모금한 정치자금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기업과 단체의 자금이 개인에게도 전달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정치자금’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건강한 정치인 양성위한 방향으로

현재 정치자금법 개혁의 첫 번째는 ‘정치자금’에 대한 불신을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건강한 정치인의 양성은 중앙정부는 물론 정당, 국회, 지방자치와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수요가 존재한다. 국회의원과 예비후보자에게만 허용된 후원회의 설치를 모든 정치인과 개인에게 허용하는 것이 현실에도 맞고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신에도 부합한다.

두 번째는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해야 한다. 물론 정경유착이라는 부작용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업과 단체의 기부금에 대해서는 선관위 등 공적기관에서 관리하고 분배한다던가 또는 특정 정당에만 쏠린 기탁을 금지한다던가 하는 조항이나 모든 기부금을 공개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군소정당도 국고보조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

세 번째는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군소정당에도 정당 국가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정당보조금은 교섭단체 여부와 소속 국회의원의 인원에 따라 매분기별로 지급하는 '경상보조금'과 공직선거 시기 '선거보조금'이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100% 세금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극단적 양당 정치구조의 소선거구제하에서 군소정당들이 국회의원 의석을 확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군소정당도 정당법에 따라 등록된 정당이라면 국고보조금을 주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임당원의 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는 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책임당원의 복수 가입을 제한하고 당원의 관리를 선관위와 같은 기관에서 투명하게 한다면 충분히 정당보조금 분배의 기준의 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 정치자금의 모집과 집행, 사용에 대해 국민이 상시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자금의 공급을 풀고, 사용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되, 규모와 내역을 완전히 공개해서 엄격히 감시하고 부정사용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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