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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칼럼] 세금과 ‘카더라’가 심했던 두 사건 논란 그리고 통일부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으로 난타전을 벌인 정치권과 행정부처를 보면서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권이나 행정부 모두 국민의 혈세로 가동된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최대의 정치 및 행정서비스를 행해야 할 때라며 국민들이 ‘세금 아깝다고 눈을 흘기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하는 공직자가 적지 않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광의의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입법, 행정, 사법 서비스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추호라도 당리당략이나 집단이기주의 또는 소아적 여론전, 선전홍보전을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원칙에 벗어나는 공직자는 가차 없이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의 경우 장기간 시끄러웠고 앞으로 상당 기간 더 그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 이유는 두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한쪽이 북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카더라가 대량 생산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두 사건의 경우 발생 시간이 한참 전이라 해당 행정부처나 군이 충분한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을 법하다. 그런데 논란이 시작되자 공공기관에서 상황을 진정시키기보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식의 자료를 찔끔찔끔 내놓으면서 취하는 태도를 보면 가관이다. 그것은 당장의 인사권자 무서운 것만 알지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궁금증,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해당 부처나 기관의 당연한 책무라면 거기에 맞는 대국민 서비스를 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여의도도 마찬가지다. 국민, 유권자가 정치의 심판자 역할을 하는 것을 여러번의 선거를 통해 확인했을 터인데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수준 이하의 인사가 적지 않은 듯하다.

행정부나 군, 입법부는 다 국민 세금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집단이다. 이들이 헛소리한다든가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농간을 부리는 일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인데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이 본인의 캐치프레이즈인 ‘상식과 공정, 정의’에 입각한 정치 리더십을 행사해야 한다. 코로나, 세계적인 경제난 심화 속에서 불안감이 커지는 국민경제를 위해 세금 쓸 곳이 엄청 많을 터이다. 그러니 얄팍한 속셈이 훤히 드러나는 언행에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국정 최고 책임자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두 사건 관련 행정부처가 내부 판단을 2년 만에 뒤집은 것은 여야간 공방이 벌어질 불쏘시개를 제공한 것과 같다. 동일 사건에 대한 태도를 바꾼 공직자들의 행위는 세금 낭비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머슴인 정부 신뢰도를 국내외적으로 심각하게 추락시킨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법에 따른 원칙론'을 앞세워 주목되기는 한다. 그러나 왠지 미덥지 않다.

북한과 관련한 국내법과 제도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즉 남북한이 유엔회원국이라는 측면에서 국제법에 따를 경우와, 북한은 국가보안법상의 격멸해야 할 반국가단체라는 측면이 국가시스템 속에 혼재되어 있다. 이런 점은 법집행의 경력으로 최고 행정수반이 된 윤 대통령이 누구보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법치의 달인과 같은 명쾌한 해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윤 정부가 문재인 정부 뒤집기에 치중하면서 ‘문 정부만 바라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가운데 두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 자료를 공개하라는 주장이 여야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절세의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서해공무원 피살사건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발생했다. 그곳은 남북 해군간에 충돌이 여러 번 있었던 민감한 지역이라서 그 상공에는 오래전부터 미군의 정지첩보위성이 가동되거나 첨단정찰기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성 영상자료 하나만으로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건에 대한 여의도 공방의 강도가 숙으러드는 것 같은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큰 틀이 통일부에 의해 그럴싸하게 제시되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을 전후해 ‘대북 선제타격’, ‘북한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는 강경발언을 할 때마다 통일부의 상대적 존재감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통일부가 윤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의 청사진인 '담대한 계획' 추진 방침을 보고한 것이다.

통일부는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어야지 활발히 활동하면서 그 존재감이 부각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세금 걱정이 고개를 들 정도로 조용한 부처가 되기 십상이었다. 통일부는 국보법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태생적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통일의 중장기적 계획은 하지 않고 눈앞의 것에 그 업무를 국한하면서 자승자박한 측면도 있다.

향후 통일부의 위상이 어떨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동안 윤 대통령이 북한 핵과 미사일, 한미동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여성가족부 등과 함께 그 미래가 상당부분 예고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과 비슷한 성향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통일부가 무용하다며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를 통합한 ‘외교통일부’ 개편을 주장했지만 반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남북문제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반대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였지만 통일부 장관을 여권에서는 비중 있는 인사를 기용했다. 그렇다 보니 통일부가 앞으로 어떻게 하려나 하는 기대 혹은 궁금증은 남북문제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공통관심사이기도 했다. 동북아는 물론 지구촌 차원의 신냉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2022년 통일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밝히면서 그 윤곽이 드러났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북정책 개념인 '담대한 계획'과 관련해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수용할 경우 제시할 '담대한 제안'에 대해 현실성 있는 방안을 촘촘히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헌법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란 것은 남과 북의 모든 국민이 주축이 되는 통일 과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 재단은 북한이 기를 쓰고 반대해온 것이라서 남북관계를 단숨에 경색시킬 잠재적 폭발력을 지니고 있어 왜 하필 이날 대통령이 당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는 했다.

하여튼 권 장관은 이날 보고를 통해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제시할 '담대한 계획'에 더는 핵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준의 경제협력 및 안전보장안을 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상호 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를 정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등 다양한 대책을 밝혔다. 권 장관의 ‘담대한 계획’ 추진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공수표가 된다는 한계가 드러나 있다.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수용할 경우 그 이후에나 가능한 청사진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연합뉴스에 ‘담대한 계획’에는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 등 정치·외교적 사안이나 군사적 신뢰 구축, 군비 통제 등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통일부가 한미동맹이 관장하는 군사 부문 등도 검토대상으로 삼고 있어 미국도 협의대상이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전보장과 경제협력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통일부의 발표의 행간을 읽어보면, 북한이 지금껏 비핵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이나 미국이 북의 핵 개발 필요성을 지속하게 하는 식의 헛발질만을 했다는 함의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이 핵무기 이제 필요 없다고 나올만한 경제협력 및 안전보장안이 무엇일까?

우선 북한은 안전보장 없는 경제협력은 거부해왔으니 안전보장 부분만으로 좁혀 생각해 볼 일이다. 북한은 비핵화 주장에 대해 최근에는 핵군축회담의 형식이어야 한다고 그 내용을 변경시키면서 이는 북미문제라고 주장하거나 남한은 빠져 있으라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단순할 것 같다. 북한의 안전보장을 미국은 보장해 줄 수 있지만 남한은 안 된다는 그런 의미일 것이다. 북한이 이런 논리를 펴는 것은 미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지적은 한미군사동맹 체제에서 미군이 한국군의 군사적 자주권을 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왔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미국은 한미동맹의 차원이라 하지만 미 대통령이 필요시 북한 선제타격권을 한국정부와 사전 협의없이 행사하는 것을 오바마 정부 때부터 검토해왔다. 이는 북한에서는 안보 관련해서 남한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것 말고 중요한 것이 군 한군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다. 한국은 평시작전통제권은 가지고 있지만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다.

일단 유사시 전쟁위기가 닥쳤을 때 미군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전쟁이란 누가 지휘, 명령권을 가지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너무 중요하다. 한미동맹의 경우 아무리 선의와 정의에 입각한다 해도 작전통제권이 미군에게 있다면 북한은 미국이 안전보장과 더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볼 것이다. 이는 어린애라도 말할 수 있는 기초상식에 속한다.

북한이 안전보장과 관련해 안심하고 비핵화에 나올 수 있는 통일부의 방안이 나오려면 미국이 아닌 한국이 한미동맹차원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을 할 경우 한국정부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하는 식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기득권이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면 한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 것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쯤해서 통일부의 구상에 대한 상상력의 발동을 멈춰야 할 것 같다. 윤 대통령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문 전 대통령과는 반대로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점 때문에 그러하다. 문 전 대통령 정부는 지난 해 봄 국방부 장관이 나서서 ‘전작권 환수는 새 정부 들어서기 전에 끝내고 싶다’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동일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대통령 취임 이틀 전인 지난 5월 7일 VOA인터뷰에서 “작전지휘권의 귀속을 어디에 둘지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결정돼야 하는 것이지, 어떤 명분이나 이념에 따라 결정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윤 대통령이 군사주권의 주요 요소의 하나인 전작권 문제에 대해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한 통일부의 ‘담대한 방안’이 북한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미일동맹은 두 나라 군이 대등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일단 유사시 최고 지휘관이 서로 협의해서 작전을 하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우열이 없다. 만약 통일부가 윤 대통령의 안보관에 입각해 ‘담대한 방안’을 만든다 해도 그것이 실효성이 없다면 국민 세금 낭비라는 손가락질을 자초할 것 같아 걱정이다.

물론 통일부가 위에 지적한 군사적인 측면을 다 파악한 상황에서 ‘담대한 계획’을 추진한다는 보고를 대통령에게 했을 것으로 본다. 그래야 세금 낭비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통일부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권 장관이 언급한, 북한이 핵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준의 두 조건은 북한이 몇 년 전까지 요구했던 비핵화를 수용할 전제 조건의 그것과 흡사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구상을 먼저 내놓아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도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 통일부가 그런 방안을 먼저 내놓고 북한이 비핵화에 호응하게 된다면 이는 세계가 박수갈채를 보낼 뿐 아니라 노벨평화상 후보는 확실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기대가 충족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세계가 궁금해할 묘안을 내놓아야 하겠다고 통일부가 나섰다는 것만큼은 박수갈채를 받을 만하다. 통일부가 세금 낭비하지 말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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