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국민통합 강조한 盧, 모두가 좋아했다”
권양숙 “정상의 자리는 평가·채찍질, 많이 참으셔야”
지난달 김윤옥 예방…김정숙 양산 사저 방문 예상
이달 말 尹대통령 ‘나토정상회의’ 참석 때 동행 관측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 여사가 단독으로 공식 일정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윤 대통령에 이어 ‘국민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지난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예방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의 만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 참석이 예정된 가운데 김 여사도 동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용한 내조'를 내세웠던 김 여사의 보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 향후 김 여사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여사는 KTX 열차를 타고 진영역에 내린 뒤 미니버스를 타고 권 여사가 머무는 사저 입구에 도착했다. 주민 150여명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권 여사 측에서 조호연 비서실장과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가 나와 김 여사를 안내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분향하고 묵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묻힌 너럭바위 주변을 장식한, 지지자들의 메시지가 새겨진 박석에 관해 묻거나 주변 지리에 관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김건희-권양숙, 배우자로서의 삶·애환, 내조 등 대화

이후 김 여사는 권 여사의 사저를 방문해 1시간 30분간 환담을 가졌다.

김 여사는 환담에서 윤 대통령이 좌천 인사로 힘들었던 시절 자신과 영화 '변호인'을 보며 눈물 흘린 기억을 먼저 꺼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영화에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노 전 대통령의 일화가 담겨있다.

이에 권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몸이 불편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충원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윤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고 했다.

김 여사는 "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권 여사는 김 여사에게 "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면서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권 여사님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했다"며 빵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권 여사는 지역 특산물인 '김해 장군차(茶)'를 대접했고, 노 전 대통령 어록집인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4권을 선물했다.

강 대변인은 "두 분이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삶과 애환, 내조 방법 등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에 참석하려 했으나 같은 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회의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을 대신해 참여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현 정부의 초대 총리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김 비서실장은 이때 권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그리는 내용과 기회가 된다면 권 여사를 뵙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김윤옥 여사 예방…김정숙 여사 만남도 관측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전직 대통령의 배우자들을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순께 일찌감치 이명박(MB)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예방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사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의 일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조만간 예방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그 건에 대해선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여사 일정수행 행정관 3명…尹 해외 첫 순방 동행 관측

윤 대통령 공약대로 대통령실에서 제2부속실 직제가 폐지됐지만, 부속실 안에 김 여사 일정과 수행을 담당하는 행정관 3명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봉하마을 방문 때도 일부 부속실 직원이 동행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32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김 여사가 동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 환영만찬 전에,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적 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청사에서 ‘최근 김 여사의 행보가 ’조용한 내조‘의 범주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직 대통령 부인께 인사드리고 한번 이야기 듣겠다는 것이 조용한 내조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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