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8기 지방선거 결과가 확인된 6월 2일,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반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능구 : 결국 이번 지방선거 결과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사실 정치력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정권교체 의견이 10% 이상 15%까지 차이 났음에도 0.73%로 겨우 이길 수밖에 없었던 건, 결국 윤석열 후보의 한계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정 안정론이 조금 높게 나오지만 사실 국회권력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힘든 거다. 그래서 이번에도 법무부 장관 산하 인사검증 조직 신설도 시행령을 고쳐서 했다. 어쨌든 이번에 큰 동력을 얻게 된 것 같다.

차재원 : 제가 이번 결과에 대해서 민주당의 실책이 가장 크다고 했지만, 저는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가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일종의 정치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당선되고 난 직후 청와대를 나와서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정말 어이없어 하고 안보상의 위기, 비용문제 등 때문에 비판이 많았지만, 무조건 ‘취임하는 5월 10일까지 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고 밀어붙이는 부분에서 불통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또한 자기의 첫 내각을 조각하면서 보여줬던 편중된 모습에서 점수를 많이 잃어서, 당선자 시절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저는 그 이후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은 나름대로 정치적 감이 탁월하다는 걸 느낀다. 예를 들면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개방되고 몇십만 명의 국민들이 찾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한다. 또 용산 집무실로 출퇴근하면서 본인이 기자들하고 일문 일답을 하는데, 이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고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그리고 인사를 제외하면, 예를 들어 5.18 때 5년 내내 광주에 가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힘 의원 전원을 데리고 특별열차까지 타고 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이 아니라 제창을 하면서 본인이 앞장서서 부르는 모습이, 상당히 신선하게 비쳤다. 그리고 낙마했던 장관 2명에 대한 대체 카드로, 논란이 있든 없든 여성을 발탁하면서 아주 눈이 번쩍 띄였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느데, ‘나는 무오류가 아니다’하고 나름 국민들이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 국민들한테 ‘저 사람의 정치력이 탁월하구나’하고 비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추경을 통과시켰는데, 여야가 상당히 힘든 상황에서도 5월 29일 전반기 국회의장단 마지막 임기날에 마무리함으로써, 나름대로는 ‘윤석열 정부가 압도적인 여소야대 속에서도 국정을 제대로 해 나가네’라는 인식을 준 것 자체가, 아무래도 안정론을 흔쾌히 찍을 수 있게 만든 동인이었다는 생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국 학계 및 전ㆍ현직 주요 인사 접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국 학계 및 전ㆍ현직 주요 인사 접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능구 : 국정안정론에 힘을 준 거다. 말씀하신 대로 정치 행태에서 기존의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국민과의 소통 부분에서 실망스런 부분들이 있었는데, 출근할 때마다 물어보고 답하는 것은 없었던 일이다. 장관 인선이 독선적이다, 서오남이다 비판이 많았는데, 국회의장 만찬장에서, 그리고 미국 기자의 질문에서 여성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유연하게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에서 한번 기대해 보자는 인식이 만들어진 것 같다. 본래 처음 지지율에는 기대치가 많이 포함돼 있고, 여야를 떠나서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가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기 때문에 그 기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 국회와의 관계가 중요한 건데, 이제 지방선거 압승으로 큰 동력을 받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앞서 얘기했던 민주당이 어떻게 혁신할 것이냐, 여야 관계가 어떻게 갈 거냐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대통령 윤석열의 몫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려 4선을 한 건데, 서울시정도 중요하지만 본격적으로 대선 가도에 나서게 될 거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도 본인의 이야기로 ‘하방한다’고 했다. 대선도전을 시사하는 건데, 지난번 경남지사 할 때는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과연 TK 리더로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주목된다.

차재원 : 일단 오세훈 시장 같은 경우 네 번째 당선이기는 하지만, 앞서 세 번 중에서 두 번은 압도적인 여소야대의 시의회와 함께 했기 때문에, 본인의 비전을 갖고 시정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2011년도에 무상급식 문제로 중도 사퇴했고, 작년 보궐선거에 되긴 했지만 시의회를 민주당이 8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오세훈표 시정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앞으로 4년은 서울시의회가 100명이 넘는데 거의 70% 정도를 국민의힘이 가져갔고 서울시 구청장은 거의 3분의2 이상을 갖고 왔기 때문에, 충분히 오세훈 표 시정을 만들 수 있다. 제대로 성과를 못 보일 경우 오히려 정치적 독이 될 수 있지만, 성과를 보여준다면 과거 2006년도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을 통해서 대선 후보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모습도 재현할 수 있을 거다.

홍준표 대구시장 같은 경우 재기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만든 건 사실인 것 같다. 특히 보수의 텃밭이라는 대구를 잡았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는 당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진 거다. 문제는 본인 스스로 이야기하는 독고다이 스타일이 너무 정치적인 오만이나 독선으로 비칠 경우, 그것 또한 자칫 정치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그걸 얼마만큼 잘 조화하느냐가 숙제인 것 같다.

제39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뒤 업무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2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
▲ 제39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뒤 업무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2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

김능구 : 홍준표 시장은 원내대표, 당대표, 도지사, 대선 후보 다 했는데도, 항상 비주류 이미지가 있었다. 대구도 예를 들어 경북고등학교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하나의 주류를 형성하는 사회인데 본인은 영남고등학교를 나왔고 고대를 나왔다. 이번 기회야말로 TK에서 자기가 주류로서 지지를 모아내느냐, 이것이 자기 대권 가도에 중요한 것이고 그래서 하방을 결정한 것 같다.

차재원 : 홍준표 시장이 작년에 경선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 대구로 내려가 시장에 도전한 것이 차기를 염두에 두고 했다면, 저는 신의 한수라고 생각된다.

김능구 : 대선 경선 떨어지고 얼마 안 되서 잠깐 점심을 같이 했는데, 전혀 선거에 낙선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고, 자기가 정치하는 동안에 이렇게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을 줄은 몰랐다면서 오히려 큰 성과라고 기뻐하더라. 그러면서 하방을 이야기했었다. 제가 젊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솔직함이 좋다고 한다. 본래 정치인들은 둘러서 이야기하는데, 솔직하게 다이렉트로 이야기를 해버리니까 그게 상당히 믿음이 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차재원 : 그때 젊은 층들의 지지율을 얻어냈던 것은 대한민국 정치 현상에서 상당히 독특한 사례인데, 누구보다도 꼰대라는 측면이 있지만, 홍준표 시장의 특별한 장점, 뉴스에 대한 감각, 그리고 탁월한 순발력 이런 것들이 빛을 발한 대목인다. 앞으로 시정을 통해 젊은 세대들하고 교류하면서 독고다이로 표현되는 꼰대 기질을 얼마만큼 억누르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김능구 : 지금 윤석열 정부 초기지만 어쨌든 지방선거를 통해서 오세훈, 홍준표 시장들이 부각이 됐고, 박형준 부산시장도 충분히 자질이 있다고 보인다. 이명박 때 대선 플랜을 짜고 진행한 사람이고 국정운영에서도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것도 좀 지켜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지금 여야 간에 맞닥뜨릴 당면 과제가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다. 지금 국회가 국회의장단도 상임위원장도 다 없는 상태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2일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앞으로의 시정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
▲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2일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앞으로의 시정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

차재원 : 딱 한 명, 정진석 야당 몫 국회의장이 연말까지 하는 걸로 여야 합의가 돼 있지만, 사실상 지금은 공백 상태다. 저는 원 구성과 관련해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해야 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무리하다는 생각이다. 본인들이 야당이니까 견제를 하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을 해야한다는 건데, 각 상임위의 과반수가 다 민주당인데 동의하지 않는 어떠한 법안이나 안건도 법사위에 가지 못한다.

김능구 : 그게 아니라 자기들이 발의한 걸 법사위원장이 몽니를 부려버리면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장이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도 봤지만 국회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도 자기 출신 정당 입맛에 따라 하지 않는다. 전반기 원구성에 논란이 있었고 무리도 있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에 검수완박법 합의를 국민의힘이 엎었기 때문에, 우리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많은 분들이 거기에서부터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되지 않나 이야기를 한다.

7월 17일이 제헌절이다. 그때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아마 국민들 볼 낯이 없을 거다. 초기의 공방전은 지켜보겠지만.

차재원 : 만약에 7월 17일까지 간다면 6월 한 달은 그대로 공친다는 소리인데, 이 엄중한 시국에 국회가 그럴 수 있을까. 저는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는 흘러가지 않을 걸로 본다. 하여튼 민주당도 독선과 오만의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집권 세력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하고 어떤 식으로든 협치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김능구 : 윤석열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통해서 처칠과 애틀리의 대연정을 이야기했었다. 많은 사람들한테 큰 기대를 갖게 했는데, 말로 끝날 게 아니라 실제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 아마 국민들이 볼 때는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는 쪽에 점수가 더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데, 여소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서 뭔가 문제를 푸는, 그것이 협치의 시작 아닐까? 자기들이 계속 고집을 하면 민주당도 거기에 대응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거고, 야당 복이 국힘과 윤석열의 지지율을 높여주더라도, 그게 제도적으로 풀리지 않으면 민주당도 어쩔 수 없는 거다. 명분을 줘야 되고 출구도 열어놓아야 되는 거다.

차재원 :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토요일인가 추경이 진통을 겪고 있을 때, 당시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하고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사실 영수회담 자체가 어떻게 보면 3김 시대의 유물인데, 윤 대통령은 시기도 촉박하고 추경 문제는 국회 협상에서 하라면서 발을 뺐다. 다만 언제든지 야당 지도부하고 만나서 소주 한 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아까 이야기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로 본다면 아마 협치를 위해서도 우리가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장면들을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는 갖고 있다.

김능구 : 민주당도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야 된다.

차재원 : 너무 강경파들에 의해서 장악되는 정당, 또는 팬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대중정당이 돼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혁신과 자성은 분명히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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