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처장 기자간담회…"어떤 정부서든 할 일 할 것" 사퇴 가능성 일축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333일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간의 미숙한 수사력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공수처는 대선 국면에서 야당 후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동시다발 수사를 벌였지만 주요 수사 국면마다 헛발질하며 '정치적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김 처장은 그러나 이런 수사 실패에도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여전히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만 반복해 전체적인 조직 쇄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김진욱 "미숙한 모습 보여 송구"…그간의 실책 인정
    김 처장은 이날 오전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언론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지난해 6월 17일 첫 자리 이후 두 번째 기자간담회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이 말한 '미숙한 모습'은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총 네 차례나 수사 대상으로 올렸음에도 어느 하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한 '수사 실패'를 의미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며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던 지난해 6월 ▲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 등 2건에서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파문을 일으켰다.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9월에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11월에는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으로 또다시 윤 대통령을 입건해 수사선상에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판사사찰 의혹을 제외한 나머지 3건에서 윤 대통령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한 채 불기소 처분했다. 길게는 1년 가까이 수사를 했음에도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만 일부 혐의로 기소했다. 결과적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정치적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수사 과정도 참담했다. 말 그대로 '좌충우돌'하며 법조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사"라는 차가운 시선을 받았다.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고, 고발 사주 의혹의 첫 관문이었던 손 보호관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무려 세 차례나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여기에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으로 '사찰'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더해 수사 능력까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 인력 부족·제도 미비 지적…'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김 처장은 이러한 실책의 원인으로 ▲ 인력 부족 ▲ 보안에 취약한 청사 위치 ▲ 선별입건제도 등 공수처 제도의 설계상 미비점을 꼽았다.

    김 처장은 지난해 검사 13명으로 업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을 비유로 들며 "13명 가운데는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이 많은데, 세상을 바꾸지 않았느냐"며 "(검사) 13명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이 날 김 처장은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천명이 넘지만, 공수처 검사는 23명 수준으로 최근 개청한 (검찰)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세 자리 숫자, 그게 안 된다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원안(검사 50명·수사관 70명)은 최소한 돼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를 '낳은' 국회를 향해 "제도를 만들고 제도의 유의점이 있으면 1년 동안 AS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일반 직원도 20명이라 1인 3역이나 4역은 해야 업무가 돌아간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 처장은 보안에 취약한 청사 위치도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누군가 조사받으러 올 경우 민원동에서 출입증을 받아 따로 떨어진 공수처 청사까지 걸어오는 사이 신원이 노출돼 수사 보안이 어렵다는 예를 들었다. 지난해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황제 조사' 논란이 빚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김 처장은 당시 자신이 사려 깊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 처장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자초한 '선별입건제도'를 뒤늦게 폐지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최대한 빨리 범죄 수사와 공소 유지 역량이 충분히 제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 제도의 설계상 미비점이나 공수처법상 맹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아울러 공수처 수사 범위도 향후 법 개정 시 재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처장이 토로한 이런 문제들은 출범 전부터 꾸준히 지적됐다는 점에서 출범 후 48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같은 '이유'로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 처장은 대규모 통신자료조회 논란에 대해선 "우리보다 훨씬 많이 하는 다른 기관이 있는데도 공수처가 표적이 돼 '사찰'이라는 오해를 받았다"며 "억울하고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적법성 문제는 없지만 인권 감수성 측면에서 뼈아픈 시행착오로 받아들이고, 내부 통제를 통해 최대한 줄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외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오해를 풀겠다"며 "'왜 우리만 갖고 매도하냐'는 생각도 했는데, 공수처만은 그러지 말라는 관심과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하며 퇴임까지 부단히 자기 개혁을 하며 국민 신뢰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김 처장은 이 기회에 사퇴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공수처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달라는 이유로 도입된 조직"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선 대통령이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은 분이니 저희는 어떤 정부에서든 저희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그게 나라에, 또 윤석열 정부에도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그러면서 "공수처는 시대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 어렵게 도입된 제도"라며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왕 도입된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모든 분께서 도와주시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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