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의사결정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제공하는 블록체인, 정치사회적으로도 강력한 툴”
“데이터, AI, 그린 경제를 인터넷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위에 올리는 것이 블록체인 뉴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규제기관이 아닌 진흥기관에 실행 주무 권한을 두는 방향으로 구성돼야”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한유성 기자] <폴리뉴스> 4월 스페셜인터뷰는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분야, 학계와 산업 현장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계신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장 박성준 교수님과 함께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 속에,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디지털자산 시장은 다양한 모습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경제 메카니즘을 바꿀 새로운 경제 생태계라고 표현되는데, 대한민국은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방향 속에 약간의 질곡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성준 교수님을 모시고 블록체인 산업과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함께 그 현황과 전망, 정책 이슈까지 알아보았다.
탈 중앙화된 자율조직을 뜻하는 다오(DAO)에 대해 박성준 교수는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 생태계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참여자들까지 P2P 조직으로 만들고 싶은 개념”이라면서 공통의 목표, 자발적인 참여, 참가자 모두의 결정이라는 특성을 설명했다. 정치사회적인 의미도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3년 전부터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정당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했었고 실험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민주주의도 같은 개념이지만, “인터넷이 중앙집중화된 관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제도의 사이버화에 그쳤다”면서, “블록체인은 P2P 의사결정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향후 강력한 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해 박 교수는 “2018년 초만 해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전 세계 거래의 1, 2위를 차지할 정도였지만,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다보니 현재는 많이 위축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경우 암호화폐를 겉으로는 금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해야될 사람들은 모두 하고 있고 그래서 암호화폐의 강국”이라면서, “왜 중국이 전면 금지한다는 걸 정책의 사례로 잡느냐”고 정부 당국을 비판했다.
블록체인 세상이 온다는 시대전환의 측면에서 큰 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 박성준 교수는 “한국판 뉴딜이 아니라 블록체인 뉴딜을 해야한다”고 단언했다. “한국판 뉴딜에는 블록체인도 암호화폐도 없다”면서 “데이터 경제, AI 경제, 그린 경제를 인터넷 기반 위에 올리는 것이 한국판 뉴딜인데, 이것을 블록체인 기반위에 올리는 것이 블록체인 뉴딜”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석열 당선인의 플랫폼 정부 주장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의 진정한 플랫폼 정부를 기대한다”고 덧불였다.
디지털자산 산업에 대한 업권법 제정 방향에 대해 박 교수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현재 법 초안들에는 디지털 자산의 정의가 혼란스럽다”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소유권이 반드시 포함되는 방향에서 디지털자산의 범위를 구체화시켰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실행하는 주무기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중소벤쳐기업부 등 진흥기관이 되어야 하고, 거기에서 생기는 역기능을 해결하는 투자자보호의 측면에서 규제기관에 방법론을 세우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교수는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의 센터장 겸 ㈜앤드어스(Andus)의 대표이사(CEO)다. 암호학 박사로 전자서명법 제정 기술 책임자, 국제 표준 암호 알고리즘 SEED 개발 총책임자, 정부 G4C 민원서류 인터넷 발급 서비스 사업 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기술팀장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연구초빙교수이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다음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박성준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이라는 다오(DAO)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수평적 조직이라는 것도 인상에 남았다.
박성준 : 블록체인에 의한 P2P 플랫폼 위에, 탈중앙화된 P2P 경제, 블록체인 경제, 암호 경제 등을 이야기하는데, 모든 경제 생태계에는 거기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DAO의 기본 개념은 비즈니스 모델의 플레이어들조차 P2P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는 거다. 만약 경제 생태계는 P2P인데 거기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중앙집중 방식이면 잘 안 맞는다. 그래서 P2P 조직이라는 다오(DAO)를 만들어서 그들이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P2P 경제 생태계가 돼야만 P2P 경제학이 완성된다는 거다.
즉 다오(DAO)라는 건 P2P 조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계’나 협동조합이 P2P다. 그냥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각자의 역할에 따라서 계를 하는데 그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어서 계주를 만든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놓고 관리를 위해 협동조합장을 둔다. 그런데 계주 없는 계를 만들고 싶은 거다. 왜냐하면 계주가 도망가는 것이 가장 큰 사고니까. 계원들이 똑같이 수평적인 관계로 돈을 넣고 돈을 돌려받는 블록체인 계 같은 것도 나올 수 있는데, 그런 개념이 다오(DAO)다.
김능구 : 정치·사회적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앞으로 확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박성준 : 정치적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저는 3년 전부터 블록체인 민주주의, 블록체인 정당을 주장했었다. 사실 블록체인 철학이나 사상하고도 깊이 관계가 있는데, 민주주의라는 것이 옛날에는 직접민주주의였지만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소위 대의민주주의 형태가 만들어진 거다. 전자 선거를 가지고 직접민주주의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블록체인이 아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선거로 하면 전자선거관리위원회라는 신뢰 기관이 있어야 된다. 옛날에 모 당에서 모바일로 투표했는데 서버를 조작해서 투표 결과를 조작한다든지 사고가 나면서, 신뢰성의 문제가 생겼었다.
그런데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다 같이 운영해서 그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전자선거관리위원회를 만들 수 있다는 거고, 그러면 투명성과 신뢰성이 담보된다. 선거도 빨리 할 수 있고 그 선거에 대한 신뢰성도 확보되니까, 그런 개념을 대통령 선거에 한번 적용해보면 어떻겠느냐, 그리고 정당이란 개념에도 적용해서 모든 당원들이 함께 의사결정하는 정당, 블록체인 정당을 만들고 싶었던 거다. 실질적인 직접 민주주의가 운영되는 정당이 되는 거다. 대표도 없고 안건마다 모든 당원들이 참여해서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면, 정말 함께하는 정당이 아닐까 생각한 거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기술적으로 생각을 했는데, 어떤 문제가 또 생기냐 하면, 예를 들어 이런 문제들을 풀어야 된다. 지속 가능하려면 다수결이라는 게 과연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책결정 방안이냐, 다수결로 하는 게 다냐 물으면, 아닐 것 같다. 소수는 그럼 어떻게 해야 되지? 소수의 의견을 포용하는 어떤 정책 제도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 등 여러 가지가 연결될 것 같다.
어쨌든 저는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정당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했었고 실제로 실험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아직 그 정도의 기술 수준도 안 돼 있었고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안 됐던 거다. 그런데 대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힘도 그렇고 더불어민주당도 그렇고, 어느 날 갑자기 블록체인 정당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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