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1 (목)

  • 흐림동두천 19.2℃
  • 흐림강릉 23.2℃
  • 서울 21.0℃
  • 대전 23.1℃
  • 대구 22.5℃
  • 울산 22.6℃
  • 흐림광주 25.6℃
  • 부산 23.5℃
  • 흐림고창 26.6℃
  • 구름많음제주 30.1℃
  • 맑음강화 19.4℃
  • 구름많음보은 23.1℃
  • 흐림금산 23.7℃
  • 구름많음강진군 26.1℃
  • 흐림경주시 22.6℃
  • 흐림거제 25.8℃
기상청 제공

배너
배너

[섬 이야기] 문순득의 『표해시말』을 통해 본 섬의 가치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해상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는 사고가 빈번했다. 표류인의 경험담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기록 중 하나는 홍어장수 문순득(文淳得, 1777~1847)의 『표해시말(漂海始末)』이다. 섬사람 문순득의 경험을 듣고, 섬 유배인 정약전이 남긴 기록이다. 문순득의 표류 경험에 얽힌 역사는 섬이 지닌 공간적 가치를 깨우쳐 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문순득(文淳得, 1777~1847)은 현 전라남도 신안군 우이도에 살던 상인이었다. 그는 남도 음식의 별미로 알려진 흑산도 홍어를 가지고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중개무역을 했다. 해산물을 육지에 내다 팔고, 반대로 육지에서 섬 주민에게 필요한 쌀 등을 구입하여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문순득은 1801년 12월에 홍어를 구하러 출항했다가 이듬해인 1802년 1월 18일 흑산도 인근 해역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였다. 문순득 표류의 특징은 하나의 지역이 아니라,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는 점이다. 표류 후 망망대해에서 바람과 싸우다 11일 만에 도착한 곳은 머나먼 이국땅 유구(琉球, 현 일본 오키나와 군도 일대)였다. 이곳에 머물다 유구 정부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송환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풍랑을 만나 이번에는 필리핀(여송, 현 일로코스 비간 일대)으로 흘러갔다. 다시 필리핀에서 마카오로 이동한 후 중국 대륙을 횡단하여 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왔다. 유구 9개월, 필리핀 9개월, 마카오 3개월, 청(중국대륙)에서 1년을 체류했다. 1805년 1월 8일 우이도로 돌아오기까지 약 3년 2개월이 소요되었다. 조선인 가운데 가장 긴 시간, 장거리를 표류한 인물이다.

우이도는 한반도 서남해 바닷길의 요충지이다. 조선 후기에는 소흑산도로 불리며, 대흑산도와 같은 권역의 섬으로 인식되어 많은 유배인이 보내졌다. 죽은 줄 만 알았던 문순득이 살아오자, 우이도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 가운데는 우이도에 유배와 있던 실학자 정약전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순득은 표류 기간의 체험담을 정약전에게 들려주었다. 호기심 많던 정약전은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표해시말』을 남겼다. 『표해시말』에는 표류의 과정을 비롯하여 머물렀던 외국의 생활 풍속, 건축, 옷, 선박, 언어 등에 대한 다양한 기록이 담겨 있다. 『표해시말』은 해양 문화에 대한 토착 지식을 지닌 섬 주민과 실학 정신이 강한 유배인의 만남을 통해 탄생한 소중한 기록이다.

문순득의 경험담을 들은 정약전은 그에게 ‘천초(天初)’라는 호를 지어주었다. 조선인 중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는 의미이다. ‘천초’라는 파격적인 호를 지어준 것은 문순득의 표류 경험이 매우 남다른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표류 경험이 19세기 초 근대화의 초입에 해당하는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서구의 문물이 조선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전인 상황에서 문순득은 외국의 여러 국제무역항과 천주교 문화가 발달한 도시들을 체험했다.

당시 필리핀은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마카오는 포르투갈인들이 거주하는 개항장이었다. 서양 문화가 진출해 있는 특수지역에 머물면서 조선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를 목격하고 경험하였다. 가장 이색적인 부분은 서양의 천주교 문화를 접한 것과 대형 선박에 탑승해 항해 체험을 한 것이다. 정약전 자신은 천주교를 접했다는 이유로 겨우 죽음을 면한 대신 머나먼 섬으로 유배된 처지였는데, 문순득은 표류를 통해 외국의 성당과 천주교 문화를 체험하였다. 표류 기간 중 대형 선박 체험은 두 차례 있었다. 유구에서 청나라로 보내질 때 유구의 조공선에 탑승했고, 필리핀에서 마카오로 이동할 때는 유럽형 대형상선을 타고 11일간 항해했다.

문순득의 표류 경험이 담긴 『표해시말』의 남다른 가치는 그가 평소 거친 바다를 무대로 살아온 상인이었고, 그 기록을 남긴 정약전이 실용적인 학문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표해시말』은 다른 학자들이 남긴 표해록과는 달리 생활상에 대한 내용이 많고, 어민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선박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수록된 점이 특징이다. 상인으로서 외국의 국제무역상황에 대한 부러움의 시선도 담겨 있다.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와 달라 중국·베트남·필리핀 사람들이 서로 같이 살며, 짝을 지어 장사하는 것이 한 나라나 다름이 없다. 하물며 베트남과 마카오는 서로 그리 멀지 않고, 함께 배를 타고 함께 장사하니 이상한 일이 아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문순득의 표류 경험은 바다 건너 강진에 있던 정약용과 이강회 등 실학자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정약전을 매개체로 문순득의 존재를 알게 된 이들은 그의 표류경험담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정약용의 경제론이 담긴 위대한 저작 『경세유표(經世遺表)』에는 문순득이 마카오에서 경험한 사례가 직접 인용되어 있다. 정약용은 문순득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도 화폐제도를 개선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정약용의 제자였던 이강회는 문순득을 직접 만나서 그가 필리핀에서 마카오로 이동할 때 탑승했던 유럽형 범선의 항해 체험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배와 비교 분석한 『운곡선설(雲谷船説)』을 작성했다. 이는 조선에서 유럽형 범선의 구조와 항해 방식 등을 분석한 최초의 기록이다.

문순득의 『표해시말』과 그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다. 섬사람들의 강한 생명력과 열린 문화공간으로서 섬이 지니는 가치를 재인식하게 만든다. 조선시대에 국내 상황은 쇄국정책으로 인해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고, 특히 해양에 대한 인식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섬은 유일한 숨통과도 같았다. 비록 우연한 해난사고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지만, 표류 경험과 유배인과의 소통 등에는 섬이 지닌 고유한 인문환경이 반영되어 있다. 문순득의 사례에서는 국내에도 근대적 해양 인식이 싹트고 있었음이 발견된다. 동시에 그러한 흐름과 인식이 국가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했던 한계점도 나타난다. 이는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한국의 섬이 지닌 가치를 문화적인 면에서 올바르게 재인식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섬’은 고립되고 단절된 곳이라는 일방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고, 역동적인 문화 다양성을 창출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성환 교수는 목포항과 다도해를 중심으로 한국지방사를 전공하는 역사학자이다. 현재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섬 인문학 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 과제는 “섬 인문학, 인문지형의 변동과 지속가능성”이다. 역사 속 섬사람들의 인문환경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목포대학교 사학과에 재직 중이며, 국립해양유물전시관·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전남농업박물관 등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목포(대한민국 도슨트)』, 『문순득 표류 연구』, 『유배인의 섬 생활』, 『역사 논문 쓰기 입문』 등이 있다. 섬 관련 논문으로는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생활과 저술 활동」, 「비금도 천일염전 개발과정과 사회적 확산」, 「섬사람들의 탈경계적 공간인식과 지적전통」, 「러일전쟁기 일본해군의 옥도 팔구포방비대의 설치와 활용」 등이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노회찬 4주기에 부쳐] 정치자금법① ‘오세훈법’을 넘어 ‘노회찬법’으로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2018년 7월 23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정치인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이 모친의 아파트 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 그는 유서에서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썼다.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항상 감시당하고 사찰당하는 진보정치인으로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청렴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야 했던 노회찬 의원도 현행 정치자금법에 숨겨진 덫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노회찬의 죽음에 대해 당시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이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도(정치자금법)가 사람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표현했다. 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킬 수 없게 설계된 법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돈을 적게 쓰는 정치를 표방한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일명 오세훈법) 2003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금의 (정치자금) 제도는 원천적

[스페셜인터뷰 전문①]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에너지 전환정책 사실상 실패, 새정부 재생에너지 확대 전념해야”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기후 위기 대응은 에너지 전환이 핵심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국제적 공조 속에 화석연료의 감축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가는 에너지 믹스의 재구성 과정이 관건이지만, 구체적인 대응전략과 로드맵은 각 국의 상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래 경제와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슈인데,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7월 스페셜인터뷰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님을 모시고 우리나라의 현 주소와 바람직한 대응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님을 모셨다. 교수님은 경제학을 전공하셨는데, 현재는 환경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계신다. 간단한 이력과 함께 환경 문제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달라. 제가 80년대 초반 학번이다. 그 당시는 대한민국이 고도 성장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경제학과를 갔으면 성장론이라든지, 미시 쪽으로 막 시작하던 정보경제학이라든지, 특히 계속 공부할 계획으로 있을 경우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분야를 해야 했는데, 저는 국가적으로나 학계에서도 별 관심도 없는 환경 에너지 문제를 공부하겠다고 결심을 했다. 사실 제 은사님 같은 경우 ‘그거 공

[카드뉴스] 팽팽한 찬반 논란의 '지역상권법'…뭐길래

[폴리뉴스 김미현 기자]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지역상권법)’제정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이 법은 지역상생구역이나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 계열 점포의 출점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대상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등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는 대기업입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영 점포의 신규 매장을 열기 위해서는 지역상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임대료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막고자 마련됐습니다. 복합 쇼핑몰이 들어오면 주변 임대료가 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중복 규제라고 반발에 나섰습니다. 또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데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 자영업체의 고용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상권의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소상공인과 대기업 모두'상생'을 이룰 수 있는정책이 절실한 때입니다.

[카드뉴스] 日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안전성 불확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日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안전성 불확실”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물탱크에 보관하고 있던 방사능 오염수 125만톤을 3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추고 천천히 방류할 것이니 상관없다고 합니다. 오염수에는 유전자 변형, 생식기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삼중수소(트리튬)가 들어 있습니다. 삼중수소가 바다에 뿌려지면 한국 중국 등 인근 국가 수산물에 흡수돼 이를 섭취한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또 스트론튬90은 극소량으로도 골육종이나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안하무인입니다. 한 고위관료는 “중국과 한국 따위에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고 발언했습니다. 미국은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일본에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작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현재까지 사고 부근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일본의 ALPS장비 성능에 문제가 없고 오염수 방류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합니다. 안심할 수 있는 안전대책, 기대할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혁신위, 시민사회 경청회 “2030은 이념보다 민생” “정체성 분명히 해야”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난 18일 당내 의견을 청한 데 이어 20일 시민사회 제안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20일 오후 2시 국회 본관에서 ‘의견수렴 경청회’를 진행했다. 최재형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당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국민들, 지지 그룹들과 어떻게 정책을 만들어가고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인지 패널들의 말씀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패널로는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웅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 김경회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세션1에서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책 네트워킹 구축 방안, 세션2에서는 시민단체와의 연대, 상생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이 논의됐다. 먼저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먼저 전제돼야 할 게 기구나 위원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정당이 되면 이런 게 없어도 알아서 의견을 내고 이러한 의견들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며 “청년들이 싫어할 만한 일을 하면서 네트워크를 꾸린들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