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 “경찰의 수사능력과 통제장치 등 보완책 준비돼야”
변협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공백…국민에게 더 악화된 환경 조성”
평검사들 약 2000명 집단행동 예고도

12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 12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폴리뉴스 한지희 기자] 12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에서 반대 논평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며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만 빼고’ 진보‧보수 진영 모두 반대하는 ‘검수완박’ 강행에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약 한 달간 정국 급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변‧참여연대 등 진보단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 필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성명서. (사진 출처:민변 홈페이지)
▲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성명서. (사진 출처:민변 홈페이지)

 

민변은 12일 공개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여 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검찰개혁은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민변은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등 대표적인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이다. 이번 민변의 성명으로 민주당의 강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방증이 된다.

민변은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검수완박’, 즉 수사권과 기소권을 (조직적으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하지만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 경찰의 수사능력과 통제장치는 충분한지, 사건관계인들의 불만과 불평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6대 범죄를 경찰이나 공수처가 수행할 경우 수사의 공백을 채울 대안은 무엇이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지, 나아가 공수처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또 다른 전문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최근의 검수완박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반영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수완박’ 추진 의도를 밝히며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와 경찰전문수사부서의 역량 강화와 그에 조응하는 검찰수사의 축소는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의 올바른 방향임에 틀림없다”고 기존의 찬성 기조를 재확인했다.

현 정부 검찰개혁을 지지한 대표적인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13일 오후 ‘검찰개혁 관점에서 본 검수완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 성격의 긴급 좌담회를 열어 “검찰개혁 관점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논의될 수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제도·기관을 포괄하는 대단히 복잡한 영역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변협 “국가 형사사법체계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12일 대한변호사협회 성명서. (사진 출처:변협 홈페이지)
▲ 12일 대한변호사협회 성명서. (사진 출처:변협 홈페이지)

 

전날(12일) 보수 법조단체 변협은 홈페이지에 “민주국가의 제도개혁은 그 개혁이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할 때 정당하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 제한 및 권익보호에 관한 제도의 틀인 형사사법제도는 더욱 그렇다”고 성명서를 냈다.

변협은 “국가의 형사사법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으로 형사사법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정권 교체기에 서둘러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명에서 “경찰이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은 6대 중요범죄만을 수사하는 내용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1년여가 지났다. 새로운 제도 시행 이후 기대와 달리 수사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국민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왔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범죄 수사를 받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도, 범죄로 피해를 받은 국민들의 권리구제에도 더 악화된 환경만 조성한 것이라는 증거가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와 법률가 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앞선 개혁과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불과 1년여 만에 검찰개혁 완수를 기치로 극단적인 ‘검수완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당기간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대안 없는 검수완박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사건 처리 지체 등의 폐해를 우려했다.

박준영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진행되지 않아…신속한 수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

김예원 “국민의 권익보호 외면…피고인도 피해 볼 수 있어”

박준영 변호사. ( ⓒ연합뉴스) 
▲ 박준영 변호사. ( ⓒ연합뉴스) 

 

검찰의 잘못된 수사로 무고하게 구속된 피해자들을 위해 다년간 발로 뛴 ‘재심 전문가’ 박준영 변호사는 13일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년 간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는 사건 처리가 안 된다는 것과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이 검찰이 자신들의 사건으로 처리할 때는 사건 처리 실적이 자신의 성과가 되기 때문에 보완 수사도 하고, 수사 지휘도 하며 상대적으로 사건 처리가 빨리 이뤄져 왔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권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면 이런 '책임감'도 같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검찰에게 기소권만 남겨 놓는다면 어떤 책임을 지겠는가? 경찰은 '우리는 수사 잘해서 넘겼는데 검찰이 공소 유지를 못했다'라고 할 것이고, 검찰은 '경찰 수사가 잘 못 됐다'라며 다툴 것“이라고 전망하며 수사기관 간 ‘떠넘기기’로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을 걱정했다.

”고소했는데, 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속한 수사와 기소, 재판은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도 검찰 개혁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후 형사사법 시스템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주변 변호사들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송치 결정에 대한 보완수사 등 절차를 거치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사건이 정체되고 있다…이는 궁극적으로 사건 당사자의 피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가 아쉬운 고소사건의 피해자, 하루라도 빨리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고한 피의자에게 신속한 사건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예원 변호사 (사진 출처:김예원 변호사 페이스북)
▲ 김예원 변호사 (사진 출처:김예원 변호사 페이스북)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 역시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역사의 심판을 기꺼이 받으십시오.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국가의 공권력을 통제하고 견제할 어떠한 장치도 대안도 없이,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의 결정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눈물로 기억될 것입니다”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에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8일 페이스북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겁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형사사법체계를 검경 파워게임으로 둔갑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제가 지원하는 장애인, 아동 등 가장 취약한 상황의 피해자들은 대체 어쩌라고 이렇게 하느냐”며 “저도 수사권 조정에 큰 기대를 걸고 진심으로 응원했다. 우려되는 점도 있긴 했지만, 워낙 잘 돌아갈 것이라고 호언장담이 계속되었기에 믿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뭐냐”고 호소하며 날을 세워 꼬집었다.

이어 “수사권 조정 전에 서민들에게는 경찰 수사가 부족해도 검찰의 보강 수사라는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가 있었지만 지금은 고작 두세 줄 허접한 불송치 이유서를 받는다”라며 이어 “보완수사하라고 (검경이) 핑퐁 몇 번만 하면 1년씩 지나가는 건 일도 아니다. 이러면서 제일 이득을 보는 사람은 바로 '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대대적인 호소…평검사들 “대표회의 열고 논의하자”

부장검사 첫 사의 표명에 이어 검찰의 여론전도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전날 민주당의 ‘검수환박’ 당론 채택 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 개최를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출처는 대전지검 평검사 일동이다.

이들은 “전국의 평검사 대표들이 모여,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수사 과정에서 느끼는 현실적 어려움, 검찰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겪게 될 부작용, 사건 암장 위험성과 범죄 은폐 가능성의 증대 등을 논의하자”라며 “이에 맞서 범죄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수사 현장의 실무자적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게시했다.

각 지역의 평검사들은 지방검찰청별로 릴레이 성명을 이어왔다. 여기에 대표회의로까지 규모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평검사의 집당 행동 예고 등 검찰 내 집단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부장검사가 사의를 밝혔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알려진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32기)이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그만 두겠다고 마음 먹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며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과 함께 사직 글을 남겼다.

그는 “국정원 사건의 경우 원래 경찰에서 수사가 시작돼 검찰이 여러차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했음에도 실체적 진실 발견이 부족해 결국 검찰에 송치된 이후의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사안”이라고 했고, 덧붙여 “삼성그룹 노조파괴 공작 역시 여러 차례 근로자들과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경찰과 노동청에 민원을 넣는 등 의견표명이 있었으나 검찰에서 수사가 있기 전까지는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었고, 삼성은 이를 철저히 부인했다”며 과거 그가 참여한 수사 사건들을 통해 검찰 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경찰도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돼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서로 특징이 다르다”면서 “경찰이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이 지나 경찰 수뇌부가 정치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장기에 이르는 동안 제2의 국정원 선거 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 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라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검찰의 여론전도 언론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이날(13일) CBS라디오에 나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결국 저희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안도 추진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김 지검장은 “경찰이 수사해 놓은 자료만 가지고 재판을 하거나 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보다 완벽하게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의 경우에도 검사가 경찰의 보완 수사 요구도 못하고 스스로 증거 수집도 못 한다면 예컨대 성폭력 범죄에 관한 처벌이 잘 안 될 수 있다”며 “김예원 변호사님 말씀처럼 피해자의 고통이 늘어나는 거다”고 언질을 놓았다.

“민주당이 주도가 돼서 만든 이 법안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법안의 정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기도 전에 아예 또 법을 뒤집는 그런 지금 형태의 법안이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은 국민들에게 전가가 될 것이다”며 ‘국민’의 피해를 재차 강조했다.

김 지검장은 전날 JTBC 뉴스룸에서도 “전국검사장회의에 참석을 했습니다마는 민주당에서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또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저희들은 당연히 거기에 대해서 의견을 내는 시점이 됐다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 이것을 꼭 집단반발이라고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어 “최근에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경우에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인해서 그 사건이 살인사건이 아니냐, 여기까지 이르게 된 보도를 많이 보셨을 거다. 검찰의 존재 이유는 바로 그런 곳에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하고, “경찰하고 저희들이 같이 포용을 하고 협력을 할 수 있는 모델이 생기면 좋겠다”며 접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구호로서의 검찰개혁은 이제 그만하고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좀 힘을 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민변이라든가 참여연대까지 나서서 이 법안 절차, 법안의 성급하고 무리한 추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저희들도 국회에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 국민들께 이 법안에 문제점이 있다면 제대로 알려서 정말 필요한 국민들에게 필요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편, 대검찰청 검찰연구관들은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모으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검사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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