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범죄 대응역량 악화하는 법안…심사숙고해주길”
검찰 내부망과 일선 지검‧지청 회의서 비판 의견 쇄도
민주당 “국회 겁박하려 하나…검찰개혁 멈추지 않을 것”

8일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검찰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국민들을 위해 한 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여 주시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8일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검찰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국민들을 위해 한 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여 주시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즉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법안을 강행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검찰에서 집단 반발이 나오고 있다.

8일 대검찰청은 "대검은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현재 시행 중인 개정 형사법은 1년 3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논의를 거치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는 등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입법되었으나,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들이 확인되어 지금은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70여 년간 시행되던 형사사법 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으로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역량 악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의 문제인식과 간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있고,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검찰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국민들을 위해 한 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여 주시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사위로, 법사위에 소속됐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재위로 사·보임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새 정부 출범 전 마지막 임시국회인 4월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하려는 포석으로 풀이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데,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도 다수당이 마음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인권보호부장도 이프로스에 “코로나와 물가 폭등, 전쟁으로 인한 전세계 유가와 물류 대란 등 국민의 시름을 깊게 하는 사안이 즐비한 상태에서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어렵게 함으로써 범죄자가 자유로이 활보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제정이 그리 시급한 일인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대검은 이날 김오수 총장 주재로 열리는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지검·지청에서도 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대구지검은 “이미 검사 수사권 제한으로 처벌 못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수사와 기소는 하나의 일체로 분리가 불가능하다”며 "국가 범죄 대응 역량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이 큰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수원지검은 “단순히 국가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피해를 당한 국민들이 검찰에 피해 구제를 요구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며 “기소와 수사에 있어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지검 역시 "실체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법안이 졸속처리 되지 않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적극 대응해달라"고 건의했다.

민주당 "국회의 정당한 입법활동에 집단 반발, 엄중 경고"

민주당 내에서는 '검수완박' 관련, 2가지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안은 검찰의 자체 보완수사 기능은 물론 경찰 수사에 이의가 있으면 요구할 수 있는 보완수사 요청 권한을 모두 없애는 내용이 담겨 있고, 2안은 아예 검찰과 별도 조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안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에 검찰 전체가 난리라도 난 것처럼 들썩이니 황당하다”며 “검찰이 지닌 막강한 힘을 믿고 국회를 겁박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직 이기주의도 부족해 이익집단처럼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검찰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공직자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국회의 정당한 입법 활동에 대한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조성하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스스로 기득권 내려놓기를 거부하고 있기에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검찰을 위한 검찰이 국민을 위한 검찰로 환골탈태할 때까지 검찰개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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