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국민통합, 국회와 소통, 야당과 협치' 강조하면서도 "부정부패 단호히 척결"
문 대통령 "갈등과 분열 씻고 국민통합 중요... 새 정부 공백없이 국정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10일 당선이 확정된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인연이 화두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당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5년이 지난 2022년 문 대통령이 '키운'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의 집권에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수사'를 주도했던 윤석열 국정농단 특검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 공로로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까지 오른 그 '윤석열'은 5년 뒤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정권교체의 선봉장으로 돌아왔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수사도 하겠다'고 이미 선언해놓은 상태다. 윤석열 당선인을 만든 그 힘은 박근혜 지지세력이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5년만의 정권교체로 역대대선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10년 집권론' 마저 무위로 만들어버리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서로 정권교체의 엇갈린 운명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수사 과정에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가 좌천된 윤 당선인을 눈여겨봤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집권과 동시에 윤 당선인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며 화려하게 검찰 핵심부에 복귀시킨다.

고등검사장급이 맡아 온 서울중앙지검장의 급을 검사장급으로 내리는 동시에 차장검사급이던 윤 당선인을 승진시킨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라며 "그 점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윗선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대쪽 같은 면모를 높이산 것"이라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오갔다.

기수를 파괴한 인사로 영전한 윤 당선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탄탄대로를 달린다.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로, 윤 당선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가 거듭 확인된 대목이다.

윤 당선인 역시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공개된 정권교체행동위 인터뷰 영상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검사로서 지켜봤을 때 정직한 분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때를 떠올리며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개의치 말고 엄정하게 비리를 척결해 달라고 당부했다"라고도 회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내정한 것을 계기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논란 속에 조 전 장관이 조기 사임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로 이 같은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추 전 장관이 라임 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윤 당선인의 '측근 감싸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추·윤 갈등'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여당은 '추·윤 동반사퇴론'까지 제기하며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 전 장관이 윤 당선인을 총장 직무에서 배제하자 윤 당선인이 이에 반발하는 과정을 '개혁에 대한 검찰의 저항'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이를 정치적으로 풀기보다는 징계위원회 등 절차에 따라 해결해 검찰개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그 사이 윤 당선인의 정치적 몸값은 날로 올랐고, 순식간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하며 "(윤 당선인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총장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는 문 대통령이 재차 윤 당선인에게 신뢰를 보냈다는 분석과 윤 당선인의 정치 행보를 눌러 앉히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엇갈렸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해 3월4일 윤 당선인은 총장직을 사퇴했다.

윤 당선인은 퇴임의 변을 통해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윤 당선인으로선 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연을 맺은 지 4년 만에 문 대통령과 정확히 대척점에 선 셈이었다.

서로를 향한 감정의 골은 당선 뒤 문재인 정권을 대상으로 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시사한 윤 당선인의 인터뷰 뒤 정점으로 치달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몬 데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보기 드물게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이 여야 후보가 아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대결 구도로 흘렀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향후 두 달 동안 정권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국정의 주요 분야에 차기 정부가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8일 국무회의에서도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외교·안보에 대해 당선자 측과 잘 협력하도록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폐 수사' 발언 등으로 윤 당선인과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윤 당선자는 10일 당선 확정 첫 메시지와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국민통합, 소통, 협치'를 최우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는 내편 네편 가릴 것 없이 국민 편에서 엄단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의 이같은 국정운영 원칙에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간의 인수가 원활히 이루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10일 윤 당선인과 직접 통화해서 “선거 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씻어내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인수위와 관련 문 대통령은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책이 달라도 정부는 연속되는 부분이 많고, 대통령 사이의 인수인계 사항도 있으니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며 “새 정부가 공백 없이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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