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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대선 10대 아젠다]① 기후위기와 탈탄소 전환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편집자주] 폴리뉴스는 국가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는 대선의 해인 2022년 새해, 신년특집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10대 대선 아젠다를 설정해 시리즈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1편은 전 지구적 과제가 된 < 기후위기와 탈탄소 전환 >을 다루었다. 

극단적인 이상 기후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며, 기후위기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후위기와 그 대응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까?

지난 해 8월 녹색연합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까지 포함하기 위해 만 14세 이상으로 조사대상을 설정한 것이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차별화된 점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대응주체들의 해결 노력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

조사 결과, 응답자의 97.7%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심각한 기후위기의 영향이 언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80.1%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계기로는 ‘폭염, 폭우와 같은 국내 기상이변’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산불, 가뭄, 홍수 등 해외뉴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등이 뒤를 이었다. 95.0%가 기후위기는 삶 전반에 ‘매우 또는 약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해서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이미 현실적인 삶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에 있다는 응답이 39.5%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기업’(24.0%), ‘개인’(21.3%), ‘국회/정당’(7.9%), ‘지방정부’, ‘언론’, ‘교육기관’ 순이었다. 한편 거의 모든 대응주체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노력하고 있지 않다”라고 응답해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대통령 후보와 정당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70%에 이르렀는데, 대다수(91.1%) 시민들이 ‘대선과정에 주요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답을 했다. 본격적인 대선전이 펼쳐지는 현재 각 정당과 후보들이 시민들의 인식과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공약을 주목해 볼 일이다.

기후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제시된 2015년 파리협약의 목표는 2050년 전 세계 탄소배출량 ‘0’, 이른바 ‘Net-Zero’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목표인데, 이를 위해 각 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해야 한다.

한동안 ‘기후악당’으로 분류되어온 대한민국은 총에너지소비량이 세계 10위,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세계 7위다. 우리나라 탄소배출량은 2018년에 정점을 찍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2050년 ‘Net-Zero’를 공식선언하는 한편, 작년 10월 2030년 탄소배출량 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조정했다. 국제적 가이드라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존 목표를 소폭 상향한 수준이다. 올해 3월 25일이면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이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2022년을 탄소중립 이행 원년으로 삼아 탈탄소화 전환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60년간 단계적 감축이 본질, 원전 논쟁은 ‘탈원전’라는 부적절한 용어사용이 문제

탄소중립의 과정은 에너지 전환이 핵심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가는 에너지 믹스의 재구성 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가에 탄소중립의 성사여부가 달려있다는 말이다.

석탄화력발전의 감축과 궁극적인 중단이라는 방향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이견이 없다. 다만 아직까지 전체 전력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이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현재 강릉, 삼척 등에서 모두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신축 중이다. 탄소중립 로드맵 상으로 단기간에 가동률 축소가 불가피한데, 공사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7%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세계 주요국가들의 평균치 27%와 비교하면 거의 걸음마 수준인데,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태양광, 해상풍력과 조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공공과 민간, 마을과 가정까지 함께 하는 과감한 투자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에너지믹스에서 가장 논란이 되어온 것은 원전이다. 현재 전력생산의 구조상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고 그 간헐성을 보완할 에너지 저장기술을 마련할 때까지 원전의 역할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계획도, 신규 건설은 자제하고 가동 중인 원전을 폐기 시점까지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연착륙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전 논란을 낳은 것은 ‘탈원전’이란 적절하지 않은 용어 사용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탈원전은 2023년과 2025년 원전을 완전히 없애는 독일이나 대만이 쓰는 표현이다. 향후 6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는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단계적 감축이다”라고 설명한다. 신축설계 단계에서 멈춘 신한울 3, 4호기의 재개여부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의 위험성이 확인되고, 사용후핵연료 처리부담까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인식이 공유된 상황에서,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탈원전 논쟁은 더 이상 불필요해 보인다.

에너지의 소비측면에서 보면 수송부문의 화석연료 사용을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 동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전기나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탈내연기관화가 대책의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2035년 이전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탈탄소화 정책,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끌어안는 ‘정의로운 전환’ 되어야

산업부문에 있어서의 탈탄소화는 훨씬 더 복잡한 과제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석유와 같은 화석에너지는 연료이면서 생산원료로 사용된다. 이것을 탄소무배출 원료를 대체하는 문제는 산업 자체의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것이다. EU가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 초안을 보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을 대상으로 2023년부터 3년간 과도기를 거친 뒤 2026년 본격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배출권 거래제도에 따라 탄소 가격을 산정하고 이를 EU 역외의 기업에 부담시키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탈탄소화는 우리 경제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석탄발전은 물론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시멘트 등 전통적인 산업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지역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기후변화의 충격을 직접 감내해야 하는 농어촌 경제 또한 마찬가지다. ‘정의로운 전환’이 탈탄소 정책에 수반되는 키워드가 되는 이유다. 기후위기로 인한 충격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 특히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국민이 없도록 정부 차원의 꼼꼼한 지원과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몇 해 전부터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화두가 되어있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경영은, 신자유주의 체제의 약탈적 성장을 벗어나 이해관계자 모두의 상생발전을 도모한다. 이미 ESG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자리잡았고, 대기업들부터 공시를 의무화하는 추세에 있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응한 선도적 기업혁신을 주창하는데, 초기에 그린워싱을 우려할만한 사례가 많았다면, 경제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최근에는 ‘RE100’(신재생에너지 100%)을 선언하는 국내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탈탄소화가 기업경영에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지만, 기업체의 대응역량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에게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 탈탄소화는 극복해야 할 새로운 비용요소에 불과하다. ESG 경영도 준비할 시간과 역량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ESG경영에도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탄소화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 관련 법률은 아직까지 국회 상임위도 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현실이다.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2030년 감축목표 설정과 원전의 역할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보일 뿐, 탈탄소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차이를 찾기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출한 2030년 40% 탄소배출감축 목표에 대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산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합의가 생략된 지표라고 비판하고,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경우는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감축경로를 고려하면 2030년 목표가 국제사회 권고 수준 이상으로 상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쟁점화되었던 원전에 대한 이견이 가장 첨예한데, 본질은 원전을 탈탄소의 적극적 대안으로 볼 것인지 보완 수단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의 문제다. 윤 후보측은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천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면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안 후보는 한걸음 더 나아가 소형모듈원자료(SMR)를 개발하고 2030년까지 폐쇄예정인 원전의 정상가동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신한울 3, 4호기 문제는 국민의견을 다시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심 후보는 폐기물 처리 등 사회적 비용을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가하는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추가 건설에 대해 절대 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선언적인 수준에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기후위기는 우리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고 국가권력이 주도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원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디테일한 수준의 로드맵과 실천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 기업, 지역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약자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최우선되어야 하는 만큼, 그 전략과 방법을 두고 대선 후보들간의 보다 치열한 논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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