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계절적 특성 커, 추세전환은 지켜봐야”
고승범 “대출관리 효과 드러나…시스템에 주력”

서울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 서울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지난해 말 가계대출이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와 금리 상승 등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일시적 요인이라는 반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규제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하며 올해는 시스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한은이 발표한 ‘2021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 7000억원으로, 11월 말보다 2000억원 줄었다.

그동안 가계대출이 감소했던 적은 2014년 1월(2조2000억원), 지난해 5월, 12월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월 단위에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5월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증거금 반환 이후 7개월 만이며, 12월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가 시작된 뒤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 월 증가액은 2조원으로, 이는 지난 2018년 2월(1조 8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늘어난 주담대 2조원 중 전세자금 대출이 1조 8000억원을 차지했다. 주택거래가 둔화하며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8월(5조8000억원) 이후 매달 줄고 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2조 2000억원 줄었다. 작년 5월(5조 5000억원) 이후 7개월 만의 감소다. 기타대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 감소세의 배경으로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대출금리 상승, 연말 상여금 유입 등이 꼽힌다. 한은은 이번 가계대출 감소가 연말 상여금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큰 만큼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단정짓긴 어렵다는 평가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고 연초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으로 대출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추세적으로 둔화됐다고 보거나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조심스럽고 대출 둔화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상호금융·보험 등 2금융권 역시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됐다. 12월 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대비 4000억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11월(3조원) 대비 줄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날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한 고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관리 강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연말에 신용대출 등이 줄어드는 부분도 있어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판단해 보면 큰 폭으로 증가하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조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작년 8월 이후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가계부채 시스템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량 규제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가계부채 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차주단위 DSR적용 확대 등 시스템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를 기본틀로 하며 총량규제는 실물경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조합적으로 고려해 탄력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