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명진스님, 작심 비판…코로나 악화에 행사 축소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조계종이 현 정부의 특정 종교 편향성을 주장하며 오는 21일 이를 규탄하는 전국승려대회를 열기로 하자 불교계 내부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지낸 허정스님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를 개최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화재 관람료라는) 새로운 것도 없는 케케묵은 갈등을 두고 조계종은 새삼 강경 대응 중"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사과하고 정청래 (의원)가 사과하러 총무원을 방문했음에도 늦게 나타난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그런데 이렇게 개인의 탈당과 제명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나서는 것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며 "설사 정청래 의원이 제명과 출당조치를 당하면 조계종이 이기는 것인가. 그래서 무엇이 해결되는가"라고 반문했다.

    허정스님은 최근 조계종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천주교가 함께 했던 '캐럴 활성화 캠페인' 중단을 요청하는 가처분을 냈다가 패소한 일을 언급하며 "국민이 캐럴을 부르는 것까지 배 아파하는 인색하고 옹졸한 집단으로 각인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는 소통이 단절된 종단,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종단, 집단지성이 발휘되지 않는 종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승려대회도 아니고, 겨우 등산객에게 입장료 받지 말라는 정치인의 발언에 이렇게 분개하는 불교계 수준을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일갈했다.'


    과거 종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다 승적이 박탈된 명진스님도 7일 유튜브 '명진TV'에 올린 영상에서 "정 의원이 '등산하는 사람들에게서 길을 막고 돈을 받는 것이 마땅한가,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라고 한 얘기는 말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화재 관람료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한 명이 입장료를 받는 것을 가지고 그랬다(문제 삼았다)고 해서 온 종단이 다 들고 일어났는데, 사회적 약자들이 권력에 신음할 때 언제 한 번이라도 불교계가 지금처럼 나서서 항의한 적이 있는가"라고 직격했다.

    그는 "조계종단이 전부 들고 일어나서 정 의원 출당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며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부처님이 관람용이냐, 부처님 모셔진 탑이 관람용이냐"며 "부처님한테 절을 하고 싶은데 관람료 낼 돈이 없는 거지, 노숙자도 있다. 부처님이 '내 얼굴 보려면 돈을 내라'고 했던가"라고 따져 물었다.

    앞서 조계종은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비하, 정부의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등을 종교편향, 불교왜곡 행위로 규정하고 21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연일 수천명이나 나오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규모 집회로 볼 수 있는 승려대회를 여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은 이번 승려대회에 전국에서 약 4천∼5천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16일까지 적용되는 현행 방역수칙은 종교 행사 시 코로나 백신 접종완료자로만 참석자를 구성할 경우 최대 299명까지 허용하고 있다. 승려대회 참석 예상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현행 방역수칙 시행이 추가로 연장되거나 17일 새로운 방역수칙이 나오더라도 행사 참석 제한인원 기준이 크게 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승려대회 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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